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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갑자기 집을 사게 되었다 - 3

by 글쓰는 백곰 2018. 7. 11.

우리는 문득 여러가지 의혹에 휩싸였다.

저렇게 근사한 집인데 왜 안팔리지?

가격은 왜 또 내리지?

뭐가 문제지? 싶었다.


리얼터가 이야기했다.

원래는 방 2개짜리 집이네요.

그런데 방 3개로 개조했네요.

우리는 겁이 덜컥 났다.

불법 개조인건가?

아, 그럼 어쩌지? 집주인들이 원상복구해줄까?

근데 사실 지금 방 3개인 게 좋긴 한데…

우리의 심난한 얼굴을 읽은 리얼터가 재빨리 알아보았다.

현재 살고 있는 집주인이 그런 일(집공사)에 종사하는 사람이고,

계단으로 뚫려있어야 하는 부분을 막아 직접 만든거란다.

그러나 그게 법적인 제약을 받지는 않는다고 한다.

HOA (관리사무소?)에서도 건물 내부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는다고.

우리는 겨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렇게나 집들이 많은데, 왜 우리 집은 없는 걸까...?)


그렇게 일요일에 집을 보고 온 우리는

월요일에 곧바로 오퍼를 넣기로 했다.

보통 맘에 드는 부동산이 있으면

오퍼를 작성하는데 대개 2~3일이 걸린다.

리얼터의 재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여러가지 집의 상태의 확인하거나

각종 서류를 검토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 능력좋은 리얼터를 만난 덕분에

몇 시간만에 오퍼를 넣을 수 있었다.

오퍼를 넣으면 대개 상대방에서 24시간 내에 답변을 주기로 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의 리얼터는 상대방이 집을 빨리 팔고 싶어하는 심리가 보인다며

어서 빨리 움직여서 낚아채자(?)고 제안했다.

어찌나 행동이 빠르신지.

우리는 오전 9시에 만나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고,

리얼터는 모든 서류를 구비하여 2시가 넘어 오퍼를 넣었다.

우리에게도 읽어보라며 관련 서류를 주셨는데

영어 까막눈인데다가 전문용어가 많아 읽다가 포기해 버렸다.

다만 우리는 그 집이 사고 싶을 뿐이었다.

우리가 이렇게 맘에 드는데, 남들도 맘에 들거야,

그리고 가격도 내린 집이니까 경쟁이 심할듯 하여

리얼터에게 가격을 좀더 올릴 마음도 있다고 시사했다.

리얼터는 상대편 리얼터에게 한번 떠보겠다고 했다.


오퍼를 넣으려고 여러가지 설명을 듣고,

싸인을 하고, 개인 수표를 썼다.

그런 남편을 한참동안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공동명의라는 주제가 나왔다.

미국에서는 (주마다 다를수 있지만)

보통 부부가 공동명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국에서 만약 부동산이 공동명의일 경우

누군가가 사망하게 되면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절차가 있지만

미국에서는 위와 같은 상황일 경우,

나머지 지분이 상대방에게 자동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별다른 법적 절차 없이 말이다.

그래서 졸지에 나는 공동명의자가 되어버렸다.

내 이름으로 큰 무언가를 소유로 해본 적이 없어서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지만, 기분이 좋기도 했다.

아, 물론 나는 언제나 남편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사람이다. ㅋ


사무실에서 간단한 서류 작업을 끝내고 와보니

또 리얼터에게 연락이 왔다.

나와 남편이 최종적으로 전자서명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남편은 회사에서, 나는 집에서 각자 전자서명을 했고

선택의 바통은 집주인에게로 갔다.


리얼터 말이, 아직 다른 오퍼가 들어간 게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이 아직 이사갈 집을 구하지 못했으므로

며칠간 그 집에 더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보통 오퍼가 받아들여지게 되면

에스크로를 진행하게 된다.

여러가지 복잡하게 설명할수 있겠지만,

에스크로란 간단히 말해서 소유권 이전 절차를 말한다.

각종 세금, 보험, 집상태 감정등 여러가지 것들을

완벽하게 조율해주는 과정이다.

보통 25일 정도가 소요된다.

에스크로가 다 진행되면 이제 부동산의 소유권자가 달라지게 되는데

이 집주인의 경우에는 아직 이사갈 곳을 얻지 못했으므로

자신들이 이사갈때까지 좀더 머물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계약일보다 더 오래 머무르는 경우,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새로운 소유자에게 지불해야 한다.

8월 말까지 있고 싶다고 했는데 (그들도 언제 갈지 모르니)

우리 리얼터가 강력히 주장해서 8월 24일 정도로 합의했다.

8월 29일이 아이 학교 개학일이기 때문이었다.

여러모로 깨알같이 신경써주시는 리얼터분께 감사했다.


화요일, 대망의 시간이 밝았다.

아침 일찍 답을 줄거라고 하여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러나 상대편 가족들이 한꺼번에 모이지 못해

오후에 연락 줄거라는 소식이 들렸다.

우리는 초조했다… 심하게 초조했다.

며칠동안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몇 번 타고 나니

더는 못하겠다 싶었다.

잠도 오지 않았고, 눈알이 빠질 듯 했으며,

심지어 체중마저 2키로 줄어있었다.

수요일은 독립기념일, 공휴일이었다.

며칠 간 잠도 잘 자지 못했으니

제발 공휴일에 푹 쉬게 마음 좀 편히 해달라고,

집 좀 주십사하고 내내 기도했다.


- 4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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