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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남편의 수난기

by 글쓰는 백곰 2018. 9. 13.

이사 온지도 벌써 3주가 지났다.

이제 겨우 집이 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이삿짐도 거의 풀었고,

필요한 물건들을 사들이느라 정신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집수리였다.


우리집은 타운하우스이지만

일반 하우스 못지 않게 손이 많이 갔다.

집을 보러 다닐 때는 세세하게 보지 않았던 것들이

막상 들어와 살다보니 하나둘씩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자… 이제부터 남편의 수난기라 할수 있는

지난 3주간의 여정을 적어보려 한다.


우선 도어벨과 카메라를 설치했다.

차량통제가 되었던 아파트에 비해

게이트가 개방되어 있는 우리집 보안을 위해

남편은 Ring 을 구입해 설치했다.

편리하긴 하다.

집 근처에 누가 왔다만 가도

센서로 알아차리고선 즉각 핸드폰으로 알람이 뜬다.

뭐… 주로 택배 아저씨와 청소 아저씨지만.


그리고 온도조절기를 원격 조종하기 위해

새로운 조절기를 사서 달았는데,

처음 산 온도조절기가 오작동 하는 바람에

보일러 퓨즈가 나가버렸다.

뭐 그렇게까지 설치해야하나,

오히려 수리공을 불러야 하는게 아닌가 싶어서

남편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결국 남편이 문제점을 찾아내어

간단히 보일러 퓨즈를 가는 것으로 처리되었다.

남편은 즉각 온도 조절기를 반품시키고

그보다 좀 가격이 나가는 것을 사서 설치했다.

돈이 좋은건가, 뭐시긴가,

확실이 이번에는 잘 작동되고 있긴 하다.

핸드폰으로도 온도 조절을 할수 있고 편하긴 하다.


또한 주방에는 수전이 망가져 물이 엉망으로 나오고 있었다.

결국 홈디포에 가서 수전을 사서 통째로 갈아내는 작업을 했다.

물론 남편이.

그 이후로는 아주 쾌적하게 설거지를 하고 있다.


그러다가 2층 화장실의 세면대가 고장났다.

물을 막는 뚜껑 같은 것이 작동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남편이 다시 새 것을 사와 설치를 시작했는데,

분리해낸 이전의 수도관에서

어른 칫솔이 발견되는

괴이한 현상을 목격하고 말았다.


게다가 갑자기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냉수마찰로 샤워를 마쳐야했다.

가스 보일러가 고장난 거였다.

결국 사람을 불러 고쳤다.

집을 샀을 때 1년 홈 워런티를 들어놓긴 했다.

하지만 수리비는 공짜여도 출장비는 유료라서

75불의 가격를 지불해야 했다.


미국에서의 첫집이니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고 막 그래야 하는데

하루도 바람 잘날이 없다.

집 자체가 오래되었고,

원래 인테리어가 잘된 집은 아니었지만

이놈의 집구석, 이놈의 집구석…!

나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다.


고양이와 기니피그까지 다양하게 키우던 전주인 덕에

아무리 청소를 열심히 해도 카펫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게다가 집 나이와 맞먹을 듯한 (30년 넘은)

나무 싱크대에서 풍기는 퀴퀴한 냄새는 어쩔것인가.

싱크대 서랍은 가끔 잘 열리지도 않고(레일이 없다)

정말 구리구리 그 자체여서

주방에 들어온 순간, 주부로서의 전의를 상실하기 딱 좋다랄까.

그걸 몰랐냐고? 그땐 잘 몰랐다.

원래 집은 눈에 뭐가 씐 상태로 사는 법이니까. ㅋㅋ

싱크대와 카펫을 갈자니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한두푼도 아니니 말이다.

조금씩 리폼을 해서 써볼까 했는데,

주방가전들도 상태가 영 좋지 않은 관계로

(자꾸만 문들이 열린다. 식기세척기도, 냉장고도)

한번 손대기 시작하면 답이 안나올듯 해서

그냥 없으면 없는대로,

맘에 안들어도 그럭저럭 포기하면서 지내기로 했다.

뭐… 그래도 집감정가보단 훨씬 싸게 샀으니까.

그것이  인테리어 값으로 빠졌다고 생각하면 그다지 억울하지도 않다.



(그나마 가장 보기 좋아뵈는 1층)


그나저나…

2층집이어서 청소도 1,2부로 나눠서 해야한다.

이걸 행복하다 해야하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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