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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전학의 수고로움

by 글쓰는 백곰 2018. 9. 19.

프리몬트로 이사를 오고 나서

가장 골치 아팠던 게 아이 학교 전학이었다.

뭐,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면 별일 아닌데

자꾸만 일이 꼬이는 바람에 몇 번을 돌아다녔는지.


원래 8월 2일에 에스크로가 다 끝났지만

전에 살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머물 곳이 없다며

8월 18일(토요일)까지 머물겠다고 했다.

물론 그에 준하는 렌트비(?) 같은 것을 받기로 하고.

그래서 8월 20(월요일)일에 들어가기로 했는데,

학교 개학은 8월 29일이었다.

리얼터는 그 전에 미리 교육청에 가서 등록해야한다고,

그래야 원래 다니기로 예정되어 있던 곳에 갈 수 있다고 했다.

주소지에 배정된 학교가 평점이 좋은 곳이기 때문에

하루 빨리 등록을 해야한다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결과,

기존에 다니던 학교에 전학 통지를 해야한다고 한다.

그러면 아이의 자료가 새로운 학교로 넘어가게 될거라고.

그래서 우리는 학교에 가서 이야기를 했지만,

그것이 제대로 접수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전에 다니던 학교는 8월 15일이 개학이었는데,

그곳에서 8월 13일에 연락이 왔다.

왜 등록을 안했냐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다시 학교에 가서 전학 계획이 있다고 알려야 했다.


프리몬트 교육청 홈페이지에 가보니,

아이의 치과 검진 내역과 접종내역이 있어야 한단다.

치과 검진은 해마다 하는 것이므로

검진을 받고 새로 서류를 작성했다.

예방접종내역서는 기존에 있던 것을 가져가면 되었다.

그리고 나서 프리몬트 교육청에 갔더니

접종내역서를 다시 받아오라고 한다.

그들의 말인즉슨,

접종한 사실 하나하나마다 해당병원의 도장이 있어야 하는데

이 서류는 그렇게 되어 있지 않다면서 다시 받아오란다.

내참, 그 서류로 산타클라라 학교에 등록했었는데.

동네 조금 바뀌었다고 다시 받아오라는 소리를 들으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래서 작년에 접종 확인을 받았던 병원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몇번이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병원...

문득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쳤다.


그곳은 한국인 소아과였는데,

아이 학교 입학 서류를 위해 갔었던 곳이었다.

거기서 예방접종표를 작성하고 TB 테스트를 받았었다.

그때도 이 소아과는 문제가 있었다.

목요일에 결핵 검사 주사를 놔준 후,

토요일에 확인하러 오라고 해놓고선

정작 토요일에 가보니 병원을 열지도 않았다.

전화를 해도 안받고,

그렇게 30,40분을 서성이다 집에 왔었다.

그리고 나서 월요일에 전화해보니

아, 깜빡했었다, 이러는게 아닌가.

아오. 도대체 뭐라는 건가, 어이가 없었지만

내가 아쉬워 간 곳이니 뭐…

다만 앞으로는 절대 가지 말아야겠다 했었다.

그런데 거기서 받은 예방접종 서류를 다시 받아와야 하는 거였다.

전화를 해서 예약을 하려 했는데

몇번이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그러길 몇시간 후… 전화가 왔다.

나보고 누구냐고 대뜸 따지는 사람…

그 소아과 의사였다.

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서류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하니

그게 무슨 말이냐, 그런 놈들이 어딨냐,

그 양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은퇴를 해서 다른 곳에서 살고 있다.

그러니 나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며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 놈들이 잘못된 거다,

너무나 떳떳하고 당당한 의사의 말에

나는 그만 기가 질려 버렸다.

내가 임의로 그러는 것도 아니고 교육청에서 그렇게 하라는데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했더니

여전히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면서

그런 놈들이 어딨냐고 역정만 냈다.

아… 어쩔수 없는 할아버지 의사였다. 말이 안 통했다.

결국 나는 다른 곳에서 예방접종표를 다시 받아야 했다.




(저렇게 하나하나 기입하고 도장받으라고 한다)


여러가지로 수소문해

다시 한국인이 운영하는 소아과에 가서

이러저러한 사정을 설명하고 다시 접종표를 써달라 했다.

그랬더니 자신들이 작성해 줄 순 있으나,

한국에서 받아온 예방접종 기록표를 줘야 한다는 게 아닌가.

자신들도 자료를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고.

아… 그 자료는 전의 소아과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어요…

돌려주지도 않았어요...

그 할배는 은퇴를 했구요… 아… -ㅁ-;;;

결국 나는 한국의 민원 사이트를 찾아

접종기록표를 다운 받아 다시 한인 소아과에 갔다.

다행히 영문이 아닌 한글이어도 자료로 인정해주었다.

그렇게 병원에 20불을 지불하고 서류를 받아왔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프리몬트 교육청에서 또다시 강조하기를,

니네가 하루라도 그 주소지에서 살아야만 한다,

그 증명이 있지 않으면 등록시켜 줄수 없다… 란다.

보통 주소지 증명을 하려면

각종 계약서 (렌트나 에스크로) 하나와,

공공요금 청구서 하나면 되는데,

여기에서는 실 거주한 내용을 받아야 하므로

다시 서류를 떼오라는 것이다.

우리는 어차피 에스크로가 2일에 끝났으므로,

그 에스크로 하나와

전기회사에 미리 신청해둔 주소지 이전 서류만 가져갔었는데

그걸 인정해주지 않았다.

한마디로, 이사 전에는 미리 서류를 받지 않겠다는 거다.

공공요금에 대한 확인서도 서비스 개시일 이후로 부터 발행한 것만 인정해 주겠단다.

게다가 수도회사, 전기 회사 둘 다 서류를 받아야 한단다.

아… 정말 드럽게 까다롭네, 욕이 목구멍까지 치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학교는 보내야지...

결국 우리는 이사 당일, 이사만으로도 정신 없는 와중에

전기회사, 수도회사 다 들러서 서류를 떼야했다.


그렇게 갔더니만 정작 우리가 가야 하는 학교에 빈자리가 없단다.

그러면서 거리가 3배나 더 먼 학교를 배정해주었다.

순간 짜증이 치밀었지만, 그나마 다행인지 어쩐건지,

학교 평점은 9점으로 똑같았다.

그래서 현재…

나는 아침마다 20분을 운전해서 아이를 데려다주고 있다.

학교 자체는 좋다… 넓고… 선생님도 좋고…

가까운 학교로 다시 옮기라고 연락이 와도 가고 싶지 않을 만큼.

아… 이제 이사 가지 않고 여기서 오래 살았음 좋겠다.

전학은 아이나 어른이나 골치아픈 것임에 틀림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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