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희.노.애.락.

별게 다 Drive Thru

by 글쓰는 백곰 2018. 9. 25.

지난 토요일에 독감예방접종을 하러 갔었다.

이사를 해서 병원도 이 근방으로 옮겨야 했는데

다행히도 토요일에 접종을 한다고 해서

어디에 있는가 확인도 할겸 다녀왔다.

남편은 회사에서 맞았고,

아이와 나만 맞으면 되는 건데

애가 콧물을 폭포수 처럼 흘리는 걸 보고선

나만 맞기로 했다.

사실 다음 주에 같이 맞을까 고민도 했지만

작년에 독감으로 호되게 앓은 기억때문에

더이상 미루면 안될 것 같았다.

그때도 나 혼자 독감에 걸렸었으니까.


병원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건물 안으로 들어 가려고 주변을 돌아보는데

아주 독특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플루샷을 맞기 위해 나란히 줄 서있는 차들.

들어는 봤나. 플루샷 드라이브 쓰루.

각종 패스트푸드점에서 드라이브 쓰루하는 건 봤지만

주사까지 드라이브 쓰루라니, 나는 그만 폭소하고 말았다.

아, 정말 호방하다, 호방해.

다른 행정들은 엄청 느릿한 미국에서

왠일로 저런 것들은 또 후딱후딱 해치운담?

그러면서도 차 안에서 팔을 내놓고 기다리는

운전자들을 보고 있노라니 어찌나 황당하고 재밌던지.

한참을 낄낄대는 내가 창피한지,

남편이 그만하라 눈치를 주었다.

나는 물론 병원에 들어가서 주사를 맞았다.


그나저나…

플루샷을 드라이브 쓰루로 한다니,

정말 미국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드라이브 쓰루에 대해 독특한 걸로 따지자면

일본의 장례식 조문도 떠오른다.

그래도 내게 가장 기발한 드라이브 쓰루는

단연 플루샷인 것 같다.


미국이라고 해서 다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인구가 많이 모이는 특정 병원들이 그런 듯 하다.

옆동네 산타 클라라에 살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으니.

산타클라라는 병원은 컸지만 주차장은 크지 않았다.

드라이브 쓰루를 하려면

차가 길게 줄서기 위해 병원 내 도로가 커야 한다.

또한 사람이 얼마나 한꺼번에 몰렸기에 시행했을까.

한마디로 땅 넓고, 사람 많은 미국 지역에서나

가능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은 패스트푸드의 나라이고,

차가 없으면 이동이 힘든 넓은 나라이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드라이브 쓰루가 발전한 듯 싶다.

정차할 만한 공간도 충분하고,

반자동화된 판매시스템도 구축되어 있으니.

그것도 자원이 풍부한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싶은게,

시동을 끄지 않고 긴 줄을 기다리는 정서 자체가

확실히 한국과는 다르지 싶다.

하긴, 미국은 한국에 비해 기름값이 반값 정도에 지나지 않으니.

(뭐, 지역차가 있기는 하지만)

게다가 미국은 워낙 땅이 넓다보니

대중교통노선이 다양하지도 않고,

교통비도 만만치 않아

다들 자가용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자동차는 미국 사람의 신발이 되었고

그 신발을 신은 이상, 어지간해서는 벗지 않는다.

한국처럼 걸어서 쇼핑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며,

그렇기에 활동량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미국인들은 점차 뚱뚱해지는 듯 하다.

플루샷 드라이브 쓰루를 보면서

기발하다 무릎을 치면서도

왠지 뒷끝이 개운치 않은 느낌의 이유가 그것일까.

아… 갑자기 청소가 하고 싶어지는군…



'일상사 > 희.노.애.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고 싶은 자가 요리한다.  (2) 2019.01.01
2개 국어는 무슨.  (6) 2018.10.25
전학의 수고로움  (12) 2018.09.19
남편의 수난기  (10) 2018.09.13
어둠에 대하여  (4) 2018.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