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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2개 국어는 무슨.

by 글쓰는 백곰 2018. 10. 25.

미국에 온지도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살다 보면 영어실력이 늘거라고? 천만에...

물론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한다고 하긴 했지만

별로 좋아지지 않는 자신의 영어실력에 낙담할 때가 많다.

게다가 수시로 게을러지는 자신을 추스리기가 쉽지 않다.


영어를 한다는 것에 생각해본다.

기본 품사도 알지 못하던 내가

이제는 어느정도 감은 잡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어로 줄줄 이야기하고

모든 것들을 알아 듣는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영어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단어나 지식이 많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식 사고, 한국식 이해관계로 생각하는 머리는

한국어밖에 튀어 나오지 않는다.

미국식 사고, 미국식 이해관계가 성립되어야

입이라도 벙긋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게 조금이라도 배려해주는 타인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했을 때 돌아오는 말,

-You’re welcome.

몇 십년동안 알고 있었던 말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어떤 공식 같은 거였다.

그런데 이곳에 살다보니

그 말의 의미를 새삼 곱씹게 되는 것이다.

낯선 타인에게도 ‘언제나 너라면 괜찮아' 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정서. 그 공기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누군가가 나를 위해 문이라도 잡아주면

그냥 고맙다는 것에서 끝나버리지만

여기서는 그에 대해 또 친절히 대답해 주는 것이다.

말을 핑퐁처럼 길게 주고 받는 그런 문화.

그게 타인일수록 더욱 정중해지는 그런 분위기.

인사를 나눌 때,

간밤에 잘 지냈냐고 과거의 시간을 묻는 안녕 대신에,

좋은 아침이라고 지금의 기분을 전하는 영어의 인사.

이게 별거 아닌 듯 보여도,

이런 것들이야말로 대화의 기본 줄기가 되어준다.

어색하지 않은 문장을 만드는 기본 정서가 되어준다.

참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흔히 언어는 어릴 적에 해야 한다고들 한다.

물론 어릴때가 뇌기능 최고의 시기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것에 대해 내 생각을 조금 더 추가하자면

어린 시절에는 새로운 문화에 동화되는 속도,

즉 어떤 편견이나 생활방식이 자리 잡지않았음에서 오는

유연한 사고 방식이 언어능력을 향상시키는게 아닌가 싶다.

언어는 그 나라의 문화이고 삶이기 때문에.

나처럼 이미 삶의 진행방식이 굳어진 나이일수록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으며

기존의 자신의 틀을 바꾸어야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


내가 막상 영작을 한다고 마음 먹었을 때

부족한 어휘탓에 완벽한 문장을 만들기도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나름대로의 문장을 만들었을 때

내가 얼마나 잘못된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는지를 알수 있다.

나는 영어를 사용할 때 단어 위주로 문장을 조합하지만

미국인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문장은 대화의 맥락을 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단어들이 더욱 쉽고 간결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많다.

요즘 듣는 김영철 타일러의 진짜 미국식 영어에서도 그렇고

리얼클래스의 강의에서도 그렇다.



(요즘 열심히 파고 있는 리얼클래스. 김교포님 수업이 단연 최고.)


뇌기능은 예전같지 못한데,

새로운 언어를 받아들여야 하고 (그것도 대대적으로)

새로운 문화를 숙지해야하니

어릴때와 다르게 좀더 필사적으로 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렇게 영어에 매달리다 보니

한국식으로 생각하기에서도 탈피해야 한다.

뭐… 나는 미국에서 살아야가야 할 사람이니까…

게다가 두가지 사고를 동시에 지니기엔 다소 늙은 뇌를 가지고 있으니…

언어란게 사용을 해야 느는 건데,

나날이 한국어를 할 일도 별로 없어지고,

그렇게 한국어마저 더듬는 상황이 종종 생긴다.

그렇게 나는 0개 국어자가 되어간다.

외국살면 2개 국어 당연히 한다고? 누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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