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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I love coffee

by 글쓰는 백곰 2019. 1. 5.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올 때

나는 나름대로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은 한국보다 커피맛이 좋을 거다,

커피 시장이 크니까.

그러니 내 입맛에 맞는 커피를

쉽게 찾을수 있을거야… 라고.


그러나 내가 몇군데 다녀본 결과,

커피 맛 좋은 곳이 흔치가 않다.

한국인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Blue bottle도 그냥 그랬다.

Peet’s coffee 도 별로 맛이 그랬고…

그래도 제일 맛있던 것은 Philz’s coffee였다.

Philz’s coffee 가 가장 좋았지만

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관계로

원두를 사러가기도 좀 귀찮았다.

게다가 하루에 한 컵씩만 내려먹으니 금방 커피가 맛이 갔다.

(나는 로스팅한 후 2주안에 먹는 커피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Whole Foods 에서 원두를 조금씩 사서 먹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미국 가정에서는

원두 자체의 신선함을 따지는 경우가 별로 없는 듯 하다.

대개는 언제 로스팅했는지도 모를 스타벅스 커피를

대용량으로 사다가 두고두고 사약처럼 먹는다.

아니면 간단한 인스턴트 커피를 먹던지,

캡슐 커피를 마신다.


솔직히 나는 이 모든 게 다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왜냐하면… 난 커피를 로스팅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그런 원두만 먹었었다.

조금씩 볶아먹는 커피맛의 신선함에 익숙해져서

다른 원두는 먹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오고,

아파트에 살다보니

커피 로스팅을 할 공간이 없었다.

연기가 많이 나고, 커피껍질이 많이 날리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몇개월 전 타운하우스로 이사를 오고 나서

작게나마 우리집 마당이 생겼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로스팅기와 커피머신을 구입한 것이었다.

내 집이 생기면 가장 먼저 해보고 싶었던 일이

그때의 맛을 다시 한번 느껴보는 것이었다.

기계들이 도착하기까지 얼마나 설레던지.



(하와이 코나커피를 볶는 중...)


그렇게 로스팅기를 구입했는데,

판매회사에서 샘플로 여러가지 원두를 같이 보내주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 원산지는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예멘 모카 마타리 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판매를 하지 않아

그나마 가장 무난한 콜롬비아를 시켰다.

콜롬비아는 원두 가격중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맛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없는 대중적인 커피다.


역시나… 맛이 좋았다.

커피를 한번만 내려도 거실안에 커피향이 쫙 퍼졌다.

그래, 이맛이지…

이 맛 때문에 내 4달치 용돈이 날라갔지만

만족하고, 만족한다.

그리고 그동안 먹어보지 못했던 고급 생두들을 구입해서

로스팅도 하고, 맛도 보고…

그것 역시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내가 로스팅을 잘하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 입맛에 훌륭한 맛의 로스팅 정도는 알고 있다.

가끔씩 지인들의 부탁을 받아 로스팅해줄 때도 있고,

누군가의 집에 초대를 받을 때

부담없이 들고 가기 좋은게 커피이기도 하다.

가격도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고,

나름대로 나의 정성도 들어갔으니까.




오늘은 오래간만에 라떼를 마셨다.

크게 한잔 마시고 나니 은근히 든든했다.


뭐… 인생 별거 있나,

이렇게 여유롭게 커피나 한 잔 마시면서

좋아하는 책 읽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행복이지...

커피 한잔 하는 시간,

이 순간만큼은 어떤 부귀 영화도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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