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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친구의 슬픔 앞에서

by 글쓰는 백곰 2019. 1. 12.

간밤에 꾼 꿈에서

내 친구가 슬프게 울고 있었다.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그렇게 깨어난 새벽,

나는 그렇게 현실에서나 꿈에서나

친구의 슬픔 앞에서 무기력하기만 한 자신이

견딜 수 없이 싫어졌다.


친구는 나와 25년지기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게 되어

어느샌가 인생을 같이 걸어가고 있었다.

내가 미국에 가게 되었다고 전하던 날,

울음을 터뜨리던 내 다정한 친구.

다른 친구들은 축하부터 해주었는데

이 친구는 서럽게 울기부터 했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

친구는 주차장에서 또 울었다.

친구의 아들은 엄마가 자꾸 운다며 의아해했고

나는 나의 떠남을 울며 지켜봐준 이가 없었기에

어떻게 위로를 해야하는지 허둥대다 헤어지고 말았다.


각자 결혼을 하고

그렇게 자기몫의 시간을 견디느라

많이 만나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속도가 비슷하고

처해진 환경이 비슷한 유일한 친구였다.

비슷한 시기에 어머니를 잃었고,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얻었다.

그렇게 동지애를 느끼며 다져진 우정이었다.


그런 친구에게 슬픈 일이 생겼다.

아이가 아픈 것…

나는 그 소식을 듣고 큰 충격에 빠졌다.

눈물 밖에 나오질 않았다.

원망이 가득 찼으며, 내 감정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기도와 간구 뿐이었다.


친구의 슬픔 앞에서 나는 며칠을 앓았다.

잠을 자지 못했다.

수술을 앞두고 금식 기도도 해 보았고,

계속 해서 응답을 받고자

엎드려 간구해 보았지만

이렇다할 답을 듣지 못한 채

성경 구절만 받았을 뿐이다.

그리고 친구의 슬픔과 자꾸만 겹쳐지는

내 일상의 평온함이

때때로 큰 죄책감으로 다가왔다.

내 친구는 지금 지옥길을 걷는 마음일텐데

나는 이렇게 내 아들과 행복하고,

이렇게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나는 결국 타인일수 밖에 없는 것일까 싶어

괴로웠다.

미안함에 마음이 저려왔다.

여러가지 생각들로 잠을 자지 못해서인지,

감기에 걸려 3주간 앓았다.


친구가 꿈에 나타나 눈물을 흘린다.

꿈에서나, 현실에서나

나는 그 눈물을 의미를 알지만

또다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볼 뿐이다.


하나님에게 묻는다.

나의 소중한 이가 슬퍼하며 괴로워합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내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어떻게 해야만 소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나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어리석은 자이니

길을 알려주십시오, 대답해 주십시오…


간밤에 보았던 친구의 젖은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 하루다.

오늘은 절제하며, 묵상하며,

기도해야 하는 시간을 보내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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