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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빵이 빵빵

by 글쓰는 백곰 2019. 2. 16.

한국에서 온 손님들도 다시 돌아갔고,

집정리가 어느정도 끝나자

그동안 벼르고 벼르던 일을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식빵 만들기.


미국에 와서 가장 적응 안 되었던 입맛 중 하나가

식빵이었다.

만만하게 샌드위치 해먹기에 좋은 식재료이건만,

어찌된게 미국 식빵들은 묘하게 비위가 맞지 않았다.

방부제가 많이 들어서인지

선호하는 향이 달라서인지는 모르겠다.

어떤 빵은 찰떡 같은 질감에 퀴퀴한 냄새가 났고,

또 어떤 빵은 뻣뻣하며 느끼한 냄새가 났다.

대량생산하는 식빵은 대개가 그런 식이었다.

그렇다고 파리바게뜨에 가서 사먹기도 그렇고.

또한 거기 빵은 먹고나면 속이 불편해진다. 이상하게도.


쫄깃하고 결대로 찢어지는 식빵,

구수하고 폭신한 그런 식빵이 먹고 싶었다.

예전부터 추앙해왔던 블로거 ‘고주부'님의 레시피를 토대로

나는 식빵 만들기에 도전했다.

(예전에도 옥수수식빵을 구워 본 적이 있다)


반죽 30분,

발효 1시간 30분,

다시 발효 1시간 30분…

식빵 하나 만드는데 대략 4시간은 걸리는 것 같다.

처음에는 반죽기가 없어서 손반죽을 해야했다.

오랜 시간 걸려 완성한 빵, 그것을 보더니

갑자기 아이가 달려들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원래 빵을 안먹는데 말이다.

그렇게 혼자서 식빵 1/3을 다 해치우는 걸 보니

흐뭇하면서도 겁이 덜컥 났다.

30분 반죽하는데 손목 나갈뻔 했으므로.

하지만 너무 좋아하면서 또 만들어달라고 하길래

어쩔수 없이 다음 날에도 만들어야했다.

나중에는 너무 힘들어서 제빵기를 하나 샀다.

반죽기로 해야 맞는 것인데, 가격대가 너무 부담스러워

초벌 반죽을 위해 제빵기를 하나 구입했다.

초벌반죽 20분은 제빵기 반죽 모드를 돌리고,

10~15분은 직접 손으로 반죽해서 글루텐을 잡아준다.

그렇게 그럭저럭 식빵 만들기가 성공하자,

남편은 이제 밤식빵을 먹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국마트에서 산 밤 통조림 한 개를 다 넣어

직접 만든 밤식빵은 정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맛이었다.

후후… 밤 통조림 가격이 6.99불인게 함정이지만.

미국에서 밤식빵을 먹어볼 수 없으니

배보다 배꼽이 커도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

밤식빵이 제법 괜찮았는지,

남편은 이제 단팥빵이 먹고 싶다고 했다.

하… 이 남자… 입덧이라도 하는 걸까…

단팥소를 만들자니 너무 손이 많이 갈것 같아

단팥 통조림을 샀다.

아씨 제품과 모리나가 제품이 있었는데,

모리나가 단팥이 1불 정도 더 비쌌지만

평소에도 모리나가 단팥 카라멜을 좋아했으므로

고민하지 않고 골랐다.

가격이 약 2.99불이었나.

그렇게 단팥빵 9개를 만들어 먹었는데,

반죽이 조금 질었던 것 빼곤 맛도 괜찮았다.

맛을 본다며 단팥빵을 집어들고선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3개째 해치우고 있는 나...

역시 ‘고주부'님의 레시피는 나를 배신하지 않는 듯…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첫 시도라서 모양새는 형편없었지만, 맛은 좋았다.


어제 내 핸드폰 사진을 보던 아이가

자신이 빵 먹고 있는 사진을 보더니

또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래서 새벽부터 일어나 반죽을 했다.

이렇게 빵을 만들어 먹으니

입맛에도 맞고, 가계부 재정에도 도움이 되는 건 알겠는데…

몸이 고단한 것은 어쩔 것인가…

나는 요즘 밤 10시만 되면 몸이 천근만근이 되어버린다.


(시끄러운 아이가 갑자기 조용해진 이유)


타국에서 식구들의 구미에 맞게 요리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수고스러운 일임에 틀림없지만

모두 남김없이 싹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쩔수 없이 무거운 몸을 일으키게 된다.

아, 이제 나는 천상 주부가 되어가는 것일까…?

주부 12년차에 비로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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