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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by 글쓰는 백곰 2019. 9. 28.

40대가 되고 보니 몸의 노화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일상의 리듬이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먼저 피부로 와닿았던 것은

노안이라 불리는 시력의 문제였다.

요즘 들어 영상과 문서를 보는데 제한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책을 보거나 할 때는 

그럭저럭 어려움을 못느끼지만 (여유롭게 보기 때문)

영어 인터넷 강의를 1시간 이상 본다거나

공식적인 문서를 작성하거나 할 때처럼 (영어만 아니었어도!)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상황에서는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처음에는 눈물이 줄줄 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 시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집중해서 무언가를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자꾸만 시야가 흐려진다.

그럴땐 결국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야한다.

이렇듯 일의 연속성이 끊기는 것,

그것도 몸의 노화 때문에. 

노안이라는 것이 40대에 생긴다더니,

만40세에 오는 건 너무 인정머리 없지 않나.

그런 걸 뭘 칼 같이 지키고 그래, 문득 내 몸에 서운해진다.


또한 생리주기가 많이 불규칙해졌다.

나름대로 그 규칙성에 긍지를 갖고 살았건만,

이제는 더이상 그렇지 않다며 내게 항의라도 하는 듯 하다.

조금이라도 몸이 피곤하거나 아프거나 하면

생리주기가 바뀌곤 한다.

40대에 중반에 폐경이 왔었던 엄마를 생각하면

그다지 생뚱맞은 상황은 아니지만 말이다.

더러는 귀찮은 생리를 어서 마감할수 있다니

뭔가 나쁘지만은 않다 생각이 들면서도,

폐경 이후로 노화가 더 급격히 온다던데

은근히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가 감기에 걸렸다.

다음 차례는 분명히 나였다.

그리고 분명히 나는 더더욱 심하게 앓을 터였다.

나이가 들어선가,

이젠 감기를 걸리면 기본으로 한달 정도는 앓는다.

그러므로 감기는 초기에 매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뭔가 낌새가 있다 싶으면 꼭 가글을 하고, 지르텍을 먹는다.

기침이 심해지면 천식 증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천식도 30대 후반에 생겼다)


(나의 사랑~ 너의 사랑~ 리스테린~

숨이 컥 멎어버릴 것 같은, 마치 습격과도 같은 너의 강한 향을 사랑해)


처음에는 리스테린의 강한 느낌 때문에

턱이 뻐근하고 구역질이 날 정도더니만,

강력한 예방효과를 본 이후로는 리스테린 추종자가 되었다.

심지어 리스테린 맛이 나는 껌도 좋아할 정도.

어쩌겠는가. 이젠 감기마저 예전같이 못넘기는 걸.

그렇게 이번 감기에 잘 대처했다고 자부했건만,

2층 계단을 올라갈때마다 무릎이 욱신거리고 있다.

목감기와 코감기는 예방했으나 몸살감기는 어쩔수 없었는가보다.


나좀 봐줘,

이제 막 그냥 넘어가면 안돼,

몸이 수시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좀 쉬어, 

그냥 누워 있던가,

아니면 좀 더 자,

스스로에게 보내는 사인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줘야 하는 

그런 나이가 되어버렸다.

아이는 아직도 저렇게 작은데, 

몸의 노화는 정확하게 찾아오는 중이고

그 때문에 여러모로 맘이 울적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뭐… 어쩔수 없잖은가. 

내가 살뜰히 챙겨주고 사랑해줘야지.

내내 괜찮다가 한방에 가는(?) 것보다 낫다고

스스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본다.

이나마, 곱게 늙는 중이야,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