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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목로주점 - 에밀졸라

by 글쓰는 백곰 2017. 9. 11.

파리에 살고 있는 제르베즈는

집 떠난 남편 랑티에를 기다리고 있다.

제르베즈는 겨우 20살이지만

그와의 사이에서 두 아들을 두고 있었다.

결혼식도 올리지 않은 엉터리 가족을 이룬채

그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그러나 랑티에는 더이상 가족을 부양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듯

제르베즈가 없는 사이 여행가방을 싸 집을 나가고 말았다.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 

세탁부로 생계를 꾸려가는 그녀 앞에

함석공 쿠포가 나타난다.

이전에도 그녀를 지켜보던 쿠포는

그녀가 혼자되자 구애를 하게 되고,

결국 두 사람은 조촐하게나마 결혼을 하고

딸도 낳으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된다.


부지런한 이 부부에게는 꿈이 하나 있었다.

지저분한 여관방 생활을 청산하고

세탁소를 하나 차리는 것.

그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던 두 사람은

드디어 꿈을 이루게 된다.

계속 그렇게 살아가면 문제가 없었을텐데,

사람이 살아온 이력을 무시할수 없는 것인지,

그들 나름대로 가지고 있던 

게으름과 사치심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다.


일 하다 다리 부상을 얻은 쿠포는

그 계기를 시작으로 나태해지고

어느샌가 술꾼이 되어 무위도식할 뿐이다.

열심히 세탁소를 꾸리며 잘 나가던 제르베즈도

어느순간부터 먹는 것에 열중하게 되고,

남의 눈을 의식한 사치를 일삼기 시작했다.

처음과 같은 목표의식도 없어지고,

아무렴 어때 라며 엉망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게다가 도덕관념과 가치관도 엉망이 된다.

제르베즈는 전 남편이었던 랑티에와 

부적절한 관계를 하게 되고,

그를 알면서도 방관하는 쿠포,

또한 그 모습을 목격하며 자라는 딸 나나...

그러면서 그들이 하는 말이라곤

남들도 다 그런데 뭐가 어떤가 하는 것이다.


결국 세탁소는 망하게 되고,

딸 나나는 타락의 길을 걷게 되고,

쿠포는 알콜중독자로 병원에서 죽으며,

제르베즈는 굶어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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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의 글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그 당시에 큰 충격을 안겨준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문학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이상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날 것 그대로 인간 군상을 그려낸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무척 간단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선하게, 성실하게 살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막상 그렇게 꾸준히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어느순간 삶의 정점을 찍고 나서

더 이상 그 시간이 유지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검소하고 조심하던 시절로 돌아가기 힘든 것은

그 편한 시간들이 주던 아늑함을 잊지 못해서이다.

언제고 다시 일어설수 있을 거라는 믿음,

그 때문에 낙천적으로만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처음에 제르베즈가 원했던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내 꿈은,

별 탈 없이 일하면서 언제나 배불리 빵을 먹고,

지친 몸을 누일 깨끗한 방 한 칸을 갖는 게 전부랍니다.-

그렇게 소박했던 그녀 역시도

세탁소 사장이 되어 돈의 맛을 보고 난 후에는

그것에만 만족할수가 없었다. 

결국 모든 것을 사람좋게 방관만 해버린 나머지,

가족도, 사업도 모두 망해버리고

그 소박했던 꿈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는 늘 말하는 게 있다.

노력하면 안되는게 없고,

사람은 변할수 있다고.

그러나 내가 겪기로는 그것은 무척 힘든 일이며

확률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의 조력으로 잠시 일어설수 있을지라도

그 사람의 게으른 근성이 바뀌지 않는 이상

어떠한 빈틈이 생겼을 때,

사람은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자신이 가졌던 나쁜 근성으로 돌아가고

내 인생이 이렇지 뭐, 자포자기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인생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타인의 친절을 이용해 먹기만 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나 역시 그런 인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주의를 하고, 노력을 해도

인생이란 어디서 어긋나게 될지 모르니

언제나 준비를 해야하며, 최선을 다해야한다.

타성에 젖어 흘러가는대로 살다보면 

우리는 인생에게 공격받아 거꾸러질 것이다.

뭔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경종을 울려주는 소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