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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외국에서 보는 고국 소식

by 글쓰는 백곰 2018. 1. 5.

하루의 일과를 함께 하는 핸드폰.

가장 첫 화면에 뜨는 다음의 메인페이지.

일어나자마자 간밤에 한국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를 훑는다.

그러면서 간혹 깜짝 놀랄 만한 사건도 보고

때론 이게 왜 뉴스가 되나 의아할 때도 있다.

그렇게 뉴스를 대하는 태도에서

내가 한국과 떨어져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실시간 검색어 1위.

주로 사람의 이름이 언급되는 코너인데

애써 찾아보지는 않지만,

익숙한 이름이 1위로 떠오를 경우 

심장이 덜컹, 내려 앉을 때가 있다.

혹시 이 사람 어떻게 된거 아니야? 

그다지 화제를 일으킬 만한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연예인이 거론될 경우 더 그렇다.

설마... 주, 죽은거 아니야?


40대의 나이가 되고 보니

내가 알고 있는 연예인들의 연령대가

나와 같이 동반상승하고 있다.

가끔 반가운 이름들이 보여 클릭해보면

그들의 말로가 아주 형편없다거나,

갑자기 사망을 했다거나 하는 뉴스가 보인다.

물론 이 보다 더 뒤통수를 때리는 경우도 있지만.

(김주혁과 김종현의 사망 같은.)

정말 인생이란 종 잡을 수 없어,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처럼 아는 사람이 실검색어에 뜨는 것을

그 사람의 사망선고처럼 느껴지는 걸 보면, 

나도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그밖에도 한국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정치 상황과 사건 사고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 디테일하다 싶다.

미국 뉴스를 열심히 보는 편은 아니지만 

확실히 한국 뉴스와는 결이 좀 다르다고 느낀다.

미국 뉴스는... 주로 굵은 사건과, 정치현안의 법제화 등을 다루는데

한국 뉴스는... 뭐 그런게 뉴스거리가 되나 할 정도의 사회 현상들까지 다룬다.

사실과 측량가능한 것들만 다루는 미국 뉴스에 비해

한국 뉴스는 대중적인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든다랄까. 특히 윤리적인.

여러 다민족이 모여 사는 미국에 와보니

단일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가 무척 희소하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그렇기에 더욱 폐쇄된 사회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 때문에 저런 뉴스를 다루는데 있어서 겁(?)이 없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얼마나 다양하고 독특한 시선들이 존재하는데,

윤리와 관습에 대해서 뉴스에서 규정할수 있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도덕적으로 ~ 해야 한다"라는 사회통념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에 반하는 새로운 생각들이 힘을 얻으면서

다양한 충돌이 생겨나는 듯 하다.

그 양상이 날카롭게 편이 갈라지는 느낌이어서

가끔은 염려스럽기도 하지만

그런 과정을 지나 유연하게 타협되는 시기도 오리라 믿는다.


그래도 참 다행인것은

대한민국 정치의 암흑기란 터널을 빠져나온 것이다.

우리가 이민을 결심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세월호 사건에 대한 정부의 무능함 때문이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치가 흘러가지 않을 순 있지만,

내 자식이 언제고 무방비로 죽을수 있다는 것은 큰 충격이어서

한국을 떠나는 것에 아쉬움이 없었다.

내 자식을 지켜주지 않는 나라에 화가 났었다.

다행히도 우리가 한국을 떠나올 즈음엔

곪은 상처가 터져 수습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제 다시 새로운 한국이 시작되는 것을 보면서

비록 도망쳐온 사람의 입장이지만, 

고국의 안녕이 그렇게 다행일수가 없다.


이제 오히려 한국의 지인들이

트럼프가 있는 미국에 사는 우리를 무척이나 염려한다.

이민자에게 유리하지 않은 정책을 고수하기 때문이고

다소 편가르기를 주도하는 듯한 그의 행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내가 뽑은 대통령도 아니고, 선택의 폭이 없는걸 어쩌나.

그리고 미국 정치도 경제와 같이 굴곡을 탄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핑퐁하듯이 집권하고

그렇게 나라의 균형이(?) 그럭저럭 유지된다.

미국 작가들의 소설을 읽다 보니

그들도 부시를 딱히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고,

그들의 정치인들을 딱히 선호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주 먼 과거에도 선출된 대통령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었고

또 그렇지 않은 세력들이 있었다.

어느 나라를 가든간에, 100% 정치 만족하는 곳은 없는듯 하다.


어쨌든...

이렇게 한국 포털사이트를 보면서 고국의 안녕을 기원한다.

큰 사고 없었으면 좋겠고, 

비상시의 대처 메뉴얼이 국가적으로 성립되면 좋겠고,

내가 아는 유명인들이 되도록 잘 살았으면 좋겠고,

너무 예민하게 서로를 물고 뜯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한국 포털사이트를 보며 미국 뉴스를 접하는 나...

언제까지 이렇게 살건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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