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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학부모는 괴로워

by 글쓰는 백곰 2018. 2. 10.

발렌타인 데이가 다가온다.

한국에서는 그냥 남녀가 초코렛이나 주고 받는 날인데

미국에서는 무척 큰 행사인 모양이다.

학교에서 2주 전에 통신문을 받았는데

발렌타인 행사를 할 예정이니

반 아이들 모두에게 (23명) 카드를 쓰라고 한다.

자기 이름 쓰기도 귀찮아하는 킨더에게 말이다. ㅋ

물론 아이가 혼자 할수 없으니

부모와 함께 작업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게다가 주변 엄마들에게 물어보니

대개 카드와 함께 간단한 구디백을 준비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먹을만한 초코렛이나 사탕류, 작은 장난감을 넣어서

하나씩 주는게 보편화되어 있다고 한다.

발렌타인데이에 학교에서는.



카드는 며칠 전부터 만들어 놓았고,

구디백 재료를 사러 타겟에 갔다.

시즌이 시즌이다 보니, 포장용품도 한번에 구입할수 있었다.

캔디와 초코렛류는 아예 25개 정도로 소포장되어 있는 물건들이 많았다.

대략 반 아이들 수에 맞춰서 파는 것이다.

나도 정신없이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았다.

사탕반지, 키세스, 리세스, 하리보젤리, 스키틀즈, 비눗방울 놀이…

그렇게 비닐백에 하나씩 담았다.

다 계산하고 보니 40불이 넘었다.

아마도 아이가 받아오는 다른 카드와 구디백을 보면

다음엔 어느 정도를 하면 되는지 적정선을 알수 있을 듯 하다.



(완성된 구디백. 여러모로 요즘 애들이 부럽다.)


지난 1월 22일에는 아이가 학교 간지 100일이라며

100일 기념 창작물을 내라는 숙제가 있었다.

말 그대로 100개의 무언가를 형상화하는 것인데,

부모와 아이가 함께 제작하라는 통지문을 받았다.

결국, 아이의 숙제가 아닌 엄마의 숙제.

아이에게는 색칠을 하라고 시키고,

나는 글루건으로 스키틀즈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심히 했건만, 막상 100일 당일에는 감기 때문에 학교도 안갔다.

결국 100일 기념파티는 참석하지 못했고 (수업중)

과제물만 다음날 냈던 기억이다.



갈수록 아이의 숙제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거의 숙제가 없는 편인데,

여기는 이렇게 창작하는 숙제를 내주는듯 하다.

만들어내는 것 위주로 말이다.

학습 위주로 간다기 보다는

무언가를 나누고, 기념하며, 축하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듯 하다.

물론 그것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주고 받는 것의 기쁨, 그렇게 감정을 나누는 훈련.

부모인 나는 다소 피곤할 지언정,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같이 참여하며 기뻐하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뭐 이 정도는 몇 번이고 해줄 수 있지 싶다.

워낙 글씨 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라서

카드를 쓸수 있을까 심하게 걱정스러웠는데,

오히려 신나게 친구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또박또박 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저런 의외의 면이 있었군.

내 자식이지만,

난 아직도 내 자식에 대해 잘 모르고 있나 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