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내게 윙크하는 남자를 두명 만났다.
설마 내게 어떤 치명적인 매력이 있을 거라는
그런 어이없는 오해는 마시라.
첫번째 남자.
아주아주 어린 그 남자, 이름도 알고 있다.
그에게 나는 ‘조니의 엄마'라고 불리운다.
그렇다. 그는 내 아들의 같은 반 친구이다.
지금쯤 만 6세가 되었을 그 남자는
어찌나 넉살이 좋은지.
게다가 가끔씩 보이는 그 미소는 얼마나 또 근사한지.
우리는 학교 필드트립에서 처음 만났다.
피곤한 여정,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이제 거의 다 왔어, 애플쥬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며 친구들 등을 밀어주던 스윗가이.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무조건 헬로부터 외치던,
그 사람이 대답할 때까지 목 터져라 불러대던,
집념과 사교성을 겸비한 남자.
타고난 친절함 때문에 내게 계속 말을 걸어 주었지만,
나는 그저 미안하고 미안할 뿐.
(차마 할수 없던 말 - 아줌마는 영어 귀머거리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나의 정체를 알아버린 그 남자,
뭐, 그럴수도 있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윙크를 찡긋 날린다.
그 후로도 가끔씩 나와 이야기할 때
습관처럼 윙크를 하곤 하던 그 남자.
또한 그는 동물원 필드트립에 10달러나 가져온 재력가이기도 하다.
부디 지금처럼만 멋지게 자라주기를.
(언제봐도 귀여운 스윗가이. )
그리고 두번째 남자.
이름도 몰라, 성도 몰라.
다만 그가 일하는 곳은 산타클라라 스타벅스.
오후 2시가 넘어 매장에 들어갔을 때
그는 주문 받을 생각 없이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뒤늦게,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와 마주치자
아주 능글한 미소를 보이며 주문을 받아주었지.
-디카페인, 카페라떼, 톨사이즈 원
나의 구린 발음을 듣자 씨익 미소를 띄며 정정해준다.
- 디카프~ 라떼~ 톨?
순간 무안해서 소심해지려는 찰나,
그가 내게 윙크를 한다.
…...?!
나는 그의 능글맞음에 당황하고 말았다.
음… 뭐지, 혹시 나에게?
약간의 의구심과 기대감에 젖어 집에 돌아온 나,
화장실에서 이에 고춧가루 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스스로도 어처구니 없어 껄껄 웃어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20대의 그 청년이 보낸 그 윙크의 여유는
젊은이들이 가질 수 있는 어떤 특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게 기분 나쁘지 않고 유쾌하게 느껴진 걸 보니,
젊음이란 무슨 일을 해도 어느정도 용인되는
빛나는 시절임에 분명하다.
음… 이렇게 쓰고 보니 지금 이 순간 내가 할머니라도 된 느낌이다.
미국 남자들…
웃음이 너무 헤퍼…
게다가 윙크까지 헤퍼…
오해마라, 아줌마야…
그들은 천성이 친절한 것일 뿐.
껄껄껄.
나는 앞니빠진 어린이의 엄마임을 잊지 말자.
한시도 잊지 말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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