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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미국마트에서 입지 말아야할 옷

by 글쓰는 백곰 2017. 8. 3.

어제 HEB에 장을 보러 다녀왔다.

오전 10시가 넘은 시간이어서

매장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계산할 때 난 주로 현금을 사용한다.

잔돈을 쪼개야 하는게 주된 이유이다.

여기선 모두 신용카드를 사용하지만,

교회 헌금까지 신용카드를 쓸수 없으므로

번거롭게 은행에 가서 잔돈을 바꾸느니

그냥 마트에서 계산할 때 현금으로 한다.

그러면 직원들이 당황한다.

누가 요즘 현금으로 계산하겠는가. ㅋㅋㅋ


친절한 계산원은 또 다시 스몰토크를 건네는데

그 가공할 스피드에 1도 못알아 들었다.

아앙? 하면서 아주아주 인자한 미소를 지으면

다시 한번 대화를 시도하는 직원.

그럼 다시 나는 으응~? 하며 미소짓는다.

그러면 직원들은 대화불가 상태임을 깨닫고

더이상 말을 건네지 않는다. 

물론, 의지의 미국인도 있어서 계속 말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당황스럽기는 한데, 뭐 어쩌겠나.


그렇게 계산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차가 다니는 통로에 누군가가 키친타월을 흘리고 갔다.

오지랖이 넓은 이 한국여자는,

그것을 차도 옆쪽으로 옮겨 놓았다.

그리고 내 카트를 덜덜 끌면서 차쪽으로 갔다.


차에 짐을 옮겨 담은 후에

카트를 보관하는 곳에 끌고갔다.

여기 사람들은 카트를 보관소에 대충 휙 놓고 간다.

그러나 또 오지랖 넓은 한국여자는

그것들을 하나둘씩 포개서 나란히 겹쳐 놓는다.

이놈의 정리벽... 병인가...

그러면서 차로 가려고 몸을 돌린 순간,

왠 젊은 남자가 자신의 빈 카트를 내게 패스하는게 아닌가.

"@#*%$(#^@%)@*#&%$^#^% ~~~"

이러면서. (못 알아 들었다는 뜻이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게 패스해서

나 역시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서

다시 카트끼리 나란히 겹쳐 놓고 왔는데,

생각해보면 생각할수록 기분이 메롱인 것이다.

저 젊은이가 언제 나를 봤다고 

잔심부름을 시키는 건가,

내가 그렇게 만만히 보였나?

친숙해 보여서 그러는건가?

미국은 원래 그런가???

가까운 사람이 원래 다 해주는 건가???

머리를 꺄우뚱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니 남편이 한마디 한다.

-제발 그 빨간 티좀 입고 다니지 마!

유난히 내 빨간 티를 싫어하는 남편.

나는 스스로 빨간색이 잘 받아 입고 다닐 뿐인데

아주 질색팔색을 한다. 

너무 원색에 가까워서 그런가?

멀쩡한 티를 뭣하러 버리냐고 대꾸하고 보니

갑자기 아까전의 수수께끼가 풀렸다.



(HEB의 직원. 모두 빨간티를 입고 있다)


......

그래... 나를 마트 직원인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니 아주 자연스럽게 카트를 내게 패스했겠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깜짝 놀랄 정도였어.

억울하기도 하고, 기가 막혔다.

난 핸드백까지 메고 있었다고!

어떻게 나를 직원으로 볼수 있는거야? 

흥분하는 나에게 남편이 넌지시 건네는 말.

-넌 정말 그냥 현지인 같아. 

-넌 외모 자체가 그냥 미국인 그 자체야.

-다들 너한테 말 시키는 것 봐라. 나한테는 안그래.

하... 몸이 두꺼운게 무슨 죄인가.

어처구니 없어 하는데 또 한마디 보태는 남편.

-그러게 내가 그 빨간 티 버리라고 했지!!!


하아... 그래... 정말 그래야 하나...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HEB 뿐만 아니라 타겟도 드레스 코드가 이렇다.



(타겟은 그래도 긴바지라도 입히지... ㅠㅠ)


결국 나는 정든 이 빨간 티와 이별해야 하나.

아주 편하고 싸고 좋은 옷이었는데... 


음... 잠깐... 뭐야?

그럼 내가 아까 주차장에서 키친 타월을 치울때도

사람들이 나를 직원으로 봤다는 건가?

아주 당연하다는 시선으로???

아... 빨간 티를 버리긴 버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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