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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킨더 첫 등교

by 글쓰는 백곰 2017. 9. 19.

캘리포니아에 이사오고 나서

아이 학교를 보내기 위해서

이것저것 서류를 다 구비하고

지난 금요일에 등록을 했다.

뭐 그렇게 챙겨갈 서류가 많은지.

주소지 증명하는 서류 2통 

(고지서,렌트계약서등)

소아과 검진, 치과 검진 내역을 제출하고

TB테스트(결핵)도 해야했다.

그렇게 이사온 지 4주 만에 

학교에 등록하게 되었다.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저 조그만 애가 과연 잘 적응할라나

살짝 걱정되기도 했지만,

뭐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니까.

6세인 정팔이는 킨더에 들어갔다.

오늘이 바로 등교 첫날이었다.


학교내에 식당도 있지만,

워낙에 까다로운 분이시니

간단한 간식과 음료, 도시락까지 쌌다.

6시 30분에 일어난게 얼마만인가 모르겠다.



(가방 참 크다... 먹을 것만 들었지만...ㅋ)


정팔이가 다니는 킨더는 

8시 15분부터 2시 11분까지 수업이고, 

수요일은 1시 22분까지다.

약 6시간을 있게 되는데,

10시 즈음에 간식을 먹고

12시 즈음에 점심을 먹는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정팔이는 역시나

오늘도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등교하자마자 15분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저기서 양호선생님이 아이 손을 잡고 온다.

너무 울더라며...

결국 나는 아이와 함께 교실에 들어가

의도하지 않게 수업을 같이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무조건 집에 가자고 울더니

엄마가 옆에서 묵묵부답으로 있으니

점차 조용해지고 주변을 살짝 둘러보았다.


선생님은 지난 주말에 무얼했나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동화책을 읽어주었으며,

글씨와 숫자 쓰는 방법을 알려주며

연습용지를 하나씩 주었다.

동요율동도 하고, 나름대로 내 수준에 맞는(?)

그런 수업이었다.

그 와중에 깨알같이 신이 났던 건 안비밀...ㅋㅋ


정팔이는 내내 시큰둥하며 앉아있다가

선생님이 주신거 다 풀어야 집에 간다고 

엄마가 꼬시니 그때부터 신나게 참여했다.

알파벳 T 골라 찾아내기, 알파벳 T 따라쓰기,

T로 시작되는 것들을 색칠하기 등등...

정팔이가 색칠 하는 모습을 오늘 처음 봤다.

집에 가고 싶다는 열망하나로

어찌나 열심히 하던지. -.-;

학습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하는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유튜브로 단련된 영어실력)

그러나 임무를 완수했음에도 

엄마가 집에 갈 생각이 없어보이자

다시 시큰둥하게 앉아있었다.

선생님이 다가와 숫자 쓰기 할까? 권했더니

아뇨, 난 엄마랑 집에 갈거예요,

단호박 같은 얼굴로 (그것도 영어로)

어찌나 또박또박 이야기하는지.

선생님과 나는 무안하게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약 2시간 정도 수업 후,

간식을 먹으러 야외로 나왔다.

그제서야 기분이 그럭저럭 풀어졌는지

간식을 먹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먹으니 따라 먹음... 분위기 심하게 탄다)

간식을 다 먹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자

정팔이도 신난다고 뒤도 안 돌아보고 갔다.

선생님은 지금이 기회라며 엄마는 가보라고 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 

얼핏 숨어서(안 숨겨지는 몸집이지만)

놀이터를 훔쳐보니, 다행히도 잘 놀고 있었다.

안심하며 집에 돌아왔다.


학교에서 집까지는 도보 15분이 걸렸다.

오전 운동을 할까 하고 로잉머신을 10분 탔을까,

전화가 왔다.

아이가 심하게 울고 있다며. 엄마 오시라고.

결국 나는 25분만에 학교로 다시 돌아갔다.


갔더니만 오피스에서 스티커 놀이를 하고 있는

팔자 좋은 정팔이...

나를 보자마자 뛰어와 안기며

"마미! 알러뷰!" 한다.

오피스 직원들이 오~ 쏘~ 큐트~ 했지만...

나는 복잡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3시간 정도 있다가 조퇴를 했다.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겠지.

아마 선생님도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 애는 목소리가 너무 커서

울기 시작하면 쩌렁쩌렁 울릴 정도니까...

아마도 수업진행이 안 되었을 것이다.

하... 내일도 같이 수업을 들어야 하는 건가...

부디 내일은 좀더 견뎌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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