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희.노.애.락.

한국에서 온 소포

by 글쓰는 백곰 2017. 9. 27.




지난 토요일,

한국에서 택배가 도착했다.

수요일 쯤 부쳤다던 택배가 벌써?

좀 의아했지만, 보낸다던 그게 맞았다.

반가운 손님 맞이하듯,

집안으로 들여와 풀어보았다.





(친구가 보내온 택배 상자. 없는게 없다)


사실 미국으로 오고 나서

그냥 없으면 없는대로, 

다른 대체재로 살아가야겠다 맘 먹었었다.

친정 아버지는 부탁만 하면 보내주겠다 하셨지만

알파벳도 힘들게 쓰시는 분에게 부탁하기도,

실제로 부쳐야할 새어머니에게 부탁하기도

여러모로 마음이 불편한 일이었다.

연로하신 시댁에는 더더욱 부탁할수 없었다.

그리고 친구들도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이었고.

무슨 일이 있어도 부탁하지 말아야겠다고

나름대로 마음을 굳혔었다.


그러다가, 약 2달 전

내 안경이 비뚤어져 있는 것을 보고

남편이 손봐준다고 하더니,

안경 콧대가 똑 부러져 버렸다.

물론 예전에 쓰던 비상용이 있긴 했지만

안경 하나를 다시 맞춰야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워낙 고가에다가,

시력검사도 다시 받아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결국 나는 내가 최근까지 다녔던 한국 안경점에

카톡으로 연락하여(정말 좋은 세상 아닌가)

이전에 맞췄던 기록을 토대로 비슷한 디자인으로

안경을 주문했다. 

그리고 가장 맘 편한 친구에게 보내달라 했다.

이왕 이렇게 된거, 부탁할거 다 부탁하자 싶어

내가 주로 쓰던 생리대,

(다행히 유해생리대는 아니었음)

정팔이가 끌고 다녀 걸레가 되어버린 뽀로로 인형,

한국마트에서도 쉽게 찾을수 없던 땟수건,

정팔이가 좋아하는 치약 등을 친구에게 부탁했다.

더러는 내가 사서 친구 집으로 부치기도 했고

아주 사소한 땟수건 같은 것은 친구가 사달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오스틴에 있을 때여서,

한국물품들이 그리 흔하지 않았다.

그렇게 부탁을 하고 나서 얼마 안되어

산호세로 이사 오게 되어, 

소포 받는 것을 늦추게 되었다.


내 친구는 그동안 나의 부탁을 받고

이리저리 물건을 찾아 다닌 모양이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나는 책받침 좀 구해달라고 했었다. 

필기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는

쓸데 없는 장비에 대한(?) 강박이 있다.

쉽게 구할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요즘은 잘 팔지 않는 모양이다.

어렵게 구했다는 친구말을 듣고 보니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은 것을 부탁해서

친구만 번거롭게 했다는 생각에 미안해졌다.

겨우 책받침을 구한 친구는

이왕 보내는 거 더 필요한게 있으면 보내라며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다.

무게도 많이 나갈것 같아 잠시 망설여졌지만

친구의 마음도 고마웠고, 실제로도 필요해서

교보문고에서 책을 주문해 친구에게 보냈다.

책은 여기에서도 미국알라딘으로 주문할수 있지만

정가의 1.5배 가격이다.

교보문고에서 구입하면 정가의 90% 가격이지만

해외 배송비를 생각하면... 흠... ^^;

여튼, 친구의 제의대로 책을 주문했는데,

하필 재고가 없는 것을 주문하는 통에 

그게 도착하는데 일주일 가량이 걸렸다.

여러모로 신경쓰게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내 품으로 들어온 소포를 풀어보니

알뜰하게 꽉꽉 채워져 있었다.

친구는 미국에서 구하기 어려울거라며 

생김을 2톳이나 보내주었다.

박스를 열었을 때 향긋한 김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 김을 먹을때마다 친구를 떠올릴 듯 하다.


해외 생활을 하다 보면

친정에서 보내주는 소포가 그렇게 반갑다고 한다.

즐겨먹던 밑반찬, 각종 식자재 등

받는 사람이 좋아할 것만 보내주는 친정의 손길.

그걸 받으면 행복하다가도, 그리워진다고 한다.

나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친정쪽과 시댁쪽 모두에게 도움을 받을수 없다.

그리고 부탁할수 있는 친구도 많지도 않다.

그러나 이번에 소포를 받고 나서 느낀 점은

주변에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냥, 

한사람이어도 상관없다는 생각.

살면서 여러 사람과 우정을 나눈다고 해도

내 마음속의 일순위는 따로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마음이 편한 사람,

부탁을 해도 마음의 빚이 되지 않을 사람,

나 역시 순수하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게 하는 사람.

그 사람은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다.

그렇게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웃으면 보조개가 들어가던 동그란 얼굴.

유난히 눈웃음이 귀여웠던,

언제나 다정했던 내 친구를 떠올리며

오늘은 김무침(?)을 만들어야겠다. ㅋㅋㅋ

'일상사 > 희.노.애.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독감  (2) 2017.10.26
미국 킨더의 하루  (0) 2017.09.30
운동을 하자  (2) 2017.09.23
킨더 첫 등교  (4) 2017.09.19
미국마트에서 조심해야 할 것들  (4) 2017.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