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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40대의 당신

by 글쓰는 백곰 2017. 12. 13.

한국 나이로 40세가 되고 보니

30대에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것들,

또 새롭게 펼쳐지는 하루하루가 

좀더 각별한 의미로 느껴지는 듯 하다.

30살에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게 되면서

집을 사고, 임신과 출산등,

수시로 주어지는 인생의 미션에 대해서

그때 그때 대처하기 바빴던것 같다.


40대가 되고 나니 생각이 많아진다.

나의 인생에 대하여,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서도.

요즘 들어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40대의 그녀들은 어떠했더라, 그런 것이다.


미국에 와서 학부형이 되고 보니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는 고충이 생겼다.

새벽 6시 50분에 일어나서 밥을 하고,

일어나기 싫어하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이

말로는 쉽지, 하루하루 만만하지가 않다.


보온밥통에 밥을 넣으면서 생각한다.

입구가 참 좁기도 하군,

그래서 엄마가 싸준 도시락통이 밥풀 천지였군.

우리 엄마는 왜 다른 엄마들처럼 섬세하지 못한걸까,

밥통 뚜껑을 따면서 한숨을 내쉬곤 했었는데.

막상 내가 해보려니 만만한게 아니구나,

아주 조금씩 떠 넣어야 하는데,

주걱으로 하려니 이리저리 입구주변에 묻는구나.

어쩔수 없는 거였구나.

결국 자신이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였네.


엄마는 23살에 나를 낳았으니,

40살에는 이미 17살의 딸이 있었다.

고등학교에 가는 딸을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언제나 도시락을 쌌고, 내가 씻을 물을 끓여 놓곤 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더라면,

온수가 콸콸 나오는 아파트에 살았더라면,

엄마는 몇분 더, 눈을 붙일수 있었을 텐데.

바로 공장에 출근하지 않을수 있었더라면,

다양한 반찬을 싸줄수도 있었을 텐데.

40살의 우리 엄마는 참으로 고단했구나.


그리고 40살이라고 생각하면 떠오르는 그녀들.

나는 25살에 방송대를 다녔다.

원격교육이긴 하지만, 같은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강의도 듣고, 시험도 같이 보러 다녔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40살의 그녀들이 생각난다.

아마도 40살이라는 나이가

내가 생각할수 있는 공부를 시작하는 나이로썬

상당히 늦다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40살의 그녀들은 참 다양한 삶을 살았다.

거의 두명 이상의 자녀들을 키우고 있었다.

매일 고스톱을 치다가 그 생활이 신물나서 공부를 시작해보려 한다는 언니,

교회에서 봉사를 하고 싶어 공부(교육학)를 한다는 언니,

그저 무엇이든 되었으니 시작해보고 싶다는 언니 등...

꽉 찬 나이 40살이 되어서 새로 시작하는 공부가

너무나 힘들고 낯설어 숨차하는 그녀들을 보면

어쩔때는 안쓰럽기도 하고,

어쩔때는 그동안 뭐하다 지금 시작하나 싶고 그랬다.

그때 나는 철없는 나이였으니.


그녀들의 40살이란.

이제 아이들이 자신의 손을 조금씩 빠져나가는,

드디어 여유가 생기는 나이였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시간이 생기는 나이.

어느정도 가정의 기본 틀을 만들어놓고 보니

자신은 스스로 별거 아닌것 처럼 느껴지는 나이.

그걸 무시하고 그냥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무엇이든 시작점을 찍어야 할 것인가,

그 기로에서 그녀들은 용감한 선택을 한 것이다.


졸업하기 힘들다는 방송대에 들어와서

40살의 언니들은 43살이 되었고,

더러는 졸업을 했고, 더러는 5학년이 되었지만,

대부분은 학업을 거의 마쳤다.

누구보다 허둥대는 그녀들이었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인 그녀들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25살의 나보다도 10배는 더 힘들었을거다.

그 용기를 지속하기가.

남들이 보기에는 돈이 나오는 것도, 

직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뭐 저렇게 열심히 악착같이 하나 했을텐데도.

남들 시선 따위 개의치 않고 끝까지 달린 그녀들은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기 위한 시작을 한 것이다.


40살이 되어서 생각한다.

40살의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

다르면서도 같은, 그녀들의 삶을.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만으로도 고단했을 삶과,

이제라도 새로운 자신은 만들기 위해 애썼을 어떤 삶.

모두가 귀하고, 애틋하다.


40대가 된다는 것은, 어른이 된다는 뜻.

가장 힘들고 고단한 시기인데,

부모이고 어른이기 때문에 

위로해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

결국 하루에도 몇번이고 지쳐 넘어질 때도

그런 자신을 일으켜줄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어쩔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나이.

어린 시절에는 참 많은 숫자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 시간에 들어서고 보니

삶의 중간 지점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나이가 드니 시간에 관대해지는 걸까?


20대에 뭘 알았겠어,

30대엔 무슨 여유가 있었겠어,

인생은 40대부터지, 

......

내가 써놓고도 좀 우습지만. 맞다. 

인생은 40 부터 진국이지. 암. ㅋㅋ

아무튼... 40대의 나와 당신,

오늘도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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