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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또, 샌프란시스코

by 글쓰는 백곰 2017. 12. 6.

샌프란시스코에 꿀이라도 발라놨나,

남편은 툭하면 가자고 한다.

첫번째 여행은 좋았는데,

두번째로 갔었던 코스는 영 아니었다.

그 때 차이나타운을 보러 갔다가

혼잡하고, 주차도 어려워 꽤 애를 먹었다.

게다가 생각보다... 차이나타운의 분위기가

왠지 낯설지 않은 그런 느낌이랄까.

탑골공원 근처에 노인들이 많은 것처럼

차이나타운 역시 곳곳에 노인들이 앉아있다.

게다가 분위기 역시 종로 약재상이 모인

그런 것과 비슷했다. 별로 새로울게 없었다.


연말을 맞이해서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껴보자며

이번에는 유니온스퀘어에 갔다.

우선, 배부터 채우고 출발하기 위해

백화점 지하에 있는 Boudin에 갔다.



사워도우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인데,

샌드위치, 샐러드, 스프등을 파는 곳이다.

가장 유명하다는 메뉴를 시켜보았다.



클램차우더와 칠면조 샌드위치였는데,

백화점 지하 푸드 코너 같은 곳에서 파는 것치곤

아주 훌륭한 맛이었다.

칠면조 샌드위치는 특유의 비린내가 나는데

크랜베리 잼으로 향을 잡아주어 맛있게 먹었다.

스프도 맛있고 다 훌륭했지만

무엇보다도 빵 자체가 너무 담백하고 좋았다.

올 때 좀 사 올껄 그랬나 싶기도.



샌프란시스코의 중심가다웠다.

많은 사람들, 높은 건물들.

물론 한국에서라면 별로 신기할 일이 아니지만

한적한 주택가에 살다 이런 풍경들을 보고 있자니

새삼스레 신기하고, 어리둥절한 느낌이었다.

산타클라라에선 병원빼곤 높은 건물이 없으니. 



유니온스퀘어에 작게나마 아이스링크가 있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부딪치지 않나 신기할 정도였다.




이 대형트리를 보기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밤에 보면 더 이쁠려나, 낮에는 좀 시시한듯 했다.



왕 하트 앞에서 기념사진 한방 찍어주시고,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그렇게들 맛있다고 난리치는 블루보틀,

어디 얼마나 좋은가 보자,

벼르고 별러 갔던 곳.



실내에 자리가 없어서 길가의 테이블에 앉아 기다렸다.


 

남편은 에스프레소, 나는 라떼.

라떼가 유명하다고 해서 먹어봤는데

맛은 괜찮았는데, 온도가 아쉬웠다.

한번에 완샷할 수 있을 정도로 미지근했다.

남편의 에스프레소는 신맛이 많이 느껴진다 했다.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블루보틀,

우리도 거기서 한국인 무리(?)를 만났다.

물론, 서로 아는 척은 하지 않는다.

그들의 시간을 빼앗고 싶지도 않으니.

내 뒤에 앉아 있던 내 또래들의 아줌마들은

서로 자신들의 재력을 자랑하기 바빴고,

가족 중 누구가 명문대를 졸업하고 있다는 둥

누가 잘났나 배틀을 하기 시작했다.

웃으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그들이었지만,

그 조근조근하던 목소리 속에서도

자신을 드러내기위해 강조하던 억양들,

그것들은 마치 총성없는 전쟁터였다.

아... 왜들 저러는 걸까.

이들에 비하면 다른 여인들 무리는 얌전했다.

매장안에서 이런 저런 굿즈를 싹쓸이하며 

행복해하던 순진한 여인들. 

그들을 귀엽기나 하지... -.-;



메이시스 백화점을 구경갔다.

에스컬레이터가 유선형으로 휘어져 있는게 인상적이었다.

딱히 갖고 싶은 것이 없었으므로 아이를 위해 레고스토어에 갔다.



일반 마켓보다 레고종류가 더 많다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저렇게 용도와 색깔 별로 분류해 놓은 것 빼곤.

내심 심슨 시리즈를 기대하고 갔는데,

그런 천운은 우리의 몫이 아닌가 보다.


그리고 나서 그냥 집에 가려고 했는데

아이의 눈에 케이블카가 보이는 순간,

우리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다.

케이블카를 타지 않으면 집에 가지 않을 기세였다.

어찌나 계속 이야기하는지 귀에서 피가 흐를 정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결국 소원 성취하던 어린이.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면서 케이블카를 보며

저거 참 재밌겠다, 대충 생각만 했었는데

이렇게 강제로 여행하게 될줄은 몰랐다. 정말로.

줄이 얼마나 긴지, 1시간 30분을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그 옆에서 전자기타를 연주하는 아저씨의

다채로운 레퍼토리에 즐거웠기 때문이다.

그것만 있었으면 좋았으려만,

그 반대편에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확성기 든 남자가 있었다.

어찌나 핏대 세우며 소리지르는지, 

보는 내가 혈압으로 쓰러질 지경이었다.

한국에서나 그런줄 알았더만, 

지구 반대편도 크게 다르지 않구나 싶은게

뭔가 씁쓸하고 그랬다.

그리고 어디선가 계속 공급되는 노숙자들이 다가와

계속 말을 시키며 구걸을 했다.

뭐라 대응할지 몰라 그냥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다소 무섭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그랬다.

그렇게 힘들게 기다려 탄 케이블카...

우리는 행선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탔다.

어서 돌고 와서 집에 가고 싶었다. 



빽빽히 서서 가는 인원을 포함하면 

60명 정도 탈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추워서 뒷 칸에 타서 갔다.

좌석이 정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되어 있어서

몸을 돌려 창문을 봐야 했는데,

무척 자세가 불편했다. 

서서 가는 사람이 많아서 내부로 볼수는 없었다.

승차감도 아주 리얼했다. 

덜컹거리는 케이블카 덕분에 엉덩이가 간지러웠다.

약 20분 넘게 고개고개 넘어 갔을까.

정착지에 도착했다.

예전에 왔었던 기라델리 공장 쪽이었다.


케이블카로 구경하고 싶었던 것이 딱히 없었으므로

우리는 다시 돌아오기 위해 줄을 섰다.

또 1시간의 기다림... 아... 이게 도대체... -ㅁ-;;




돌아오는 길엔 좀 한적해서 실내를 찍을수 있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남편이 바란대로, 시내 구경 참 실컷 했다. ㅋㅋ



고단했는지 아이는 내게 기대어 잠이 들었다.

그 덜컹거리는 케이블카에서도 너무 곤하게 자는 통에

불편한 자세로 아이를 붙들어 주느라 허리가 나갈지경이었다.

어찌나 춥던지... 바닷가라 그런가.

집에 돌아오기 위해 자동차에 타니,

그제서야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2시간 관광코스가 5시간이 넘는 고행코스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좋았다.

샌프란시스코는 참 여러가지 얼굴을 지닌듯 하다.

부둣가에 가면 1990년대의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있고,

도심지에 오면 현재의 세련되고 멋진 모습을 하고 있다.

그건 그렇고...

이제 당분간 여기는 그만 오는 걸로...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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