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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도넛의 나라

by 글쓰는 백곰 2017. 11. 26.

미국은 도넛의 나라라고 할만큼

아주 많고 다양한 종류의 도넛이 있다.

어쩔땐 보는 것 만으로도 

속이 달아 미칠것 같다.


도넛을 처음 접한 건

중학교때 학교 매점에서 팔았던

던킨 도넛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호기심에 사먹어 봤었는데

하얗게 묻어나는 가루와,

속에 들어있는 잼을 먹는 순간

그 낯선 종류의 단 맛에 목이 메였다.

게다가 뭔가 기름 쩐 맛이 나서 

더욱 기피하게 되었던 듯 하다.


그 이후 20대가 되어서

던킨 도넛 매장에서 친구와 도넛을 먹었다.

중학교 때의 기억 때문에 별로 땡기지 않았지만

친구가 먼치킨(작은 사이즈)으로 사준 도넛은

속이 케이크 같은 도넛이었는데

사이즈도 적당하고, 다양한 맛을 먹을수 있어 좋았다.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케이크 종류의 도넛만 먹곤 했다.


20대 후반이 되자

한국에서는 크리스피 도넛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남편과 데이트를 하고 집에 가는 길에

사당역에서 크리스피 도넛을 샀다.

그 당시 줄이 엄청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기다리고 있는 동안 먹으라며

글레이즈드 도넛 한개를 통째로 주었다.

그땐 그게 무척 쇼킹했다. 

스케일이 다르군, 그랬던 듯 하다.

그 따뜻한 글레이즈드 도넛을 하나 먹었을 때

단것 같으면서도 쫄깃한 그 식감에 반했다.

사람들이 줄지어 사먹을만 했다.

하지만 원체 단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그 이후로는 크리스피 도넛에 가지 않았다.

그냥 경험 정도라고 생각 하면 될려나.


그러다가 미국에 왔더니

빵이 있는 곳엔 무조건 도넛이 진을 치고 있었다.

한국처럼 체인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넛만 파는 동네 가게들이 즐비했다.

오가면서 많이 보긴 했지만

미국에 처음 온 우리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저런걸 먹으니 몸이 계속 확장되는 거라며.

그러니 먹지 말자고 암묵적인 약속을 한 것 같다.


그러다가 봉인이 풀리게 된 것은

공짜 도넛의 유혹 때문이었다.

남편은 회사의 할로윈 파티에서 먹었으며,

나는 아이가 학교에서 싸온 것을 먹었다.

반 친구가 생일이었는가 본데, 도넛과 구디백을 받았다.

입맛 까다로운 아들은 먹지 않고 그대로 가져왔는데

왠지 아까운 생각이 들어 한입 물었다가

그 달콤함에 넋이 나가고 말았다.

한입만 먹으려던 생각은 어디로 가고, 

이미 다 해치우고 손가락 빨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미국은 이번주에 추수감사절이었다.

우리는 특별히 준비한 것 없이

그냥 휴식하는게 목적이었으므로 

(올해 너무 이동을 많이 해서 피곤하고, 돈도 없고)

그냥 집에 있었는데

문득 도넛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명절음식인 터키도 먹지 못했으니,

미국 대표 간식을 사먹자며.



(Stan's donut 에서 사왔음)


구글맵으로 검색해보니

우리동네 최고 맛집 도넛이 Stan's donut 이길래

여러가지 섞어 사오라고 남편에게 시켰다



시나몬롤도 있었는데, 엄청 크고 달고 기름지고,

한마디로

혈관이 막히는 듯한 그런 맛...!

커피 없이는 못 먹을 맛이었다랄까.

그런게 그게 가장 맛있는 메뉴라니.

미국인들 식성은 정말 못말린다.



저 스프링클의 찬란한 색을 보면

정말 저런거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인공적이고도 선명한 색이어서 움찔하게 된다.

어쩜 토핑도 저렇게 원색적인지.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끼치게 달것 같다.


보통 도넛은 젤리도넛(속에 필링이 들은)과

일반 도넛이 있는데,

Stan's donut 은 링 모양의 도넛만 파는 곳이었다.

빵은 모두 케이크 빵이었고.

그러나 워낙 토핑이 달아서 케이크 맛이 별로 느껴지질 않았다.

뭐 그래도... 좋았다.


도넛이 12개 한 더즌이고, 시나몬롤만 따로 사서.

총 13개에 11불이 좀 넘는다.

요즘 나름대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데

최고의 탈선을 하고 말았다.

뭐... 추수감사절이었는데 이정도는 괜찮겠지. 


새삼스레 미국인의 식성에 감탄한다.

중간이 없는 미국...

아주 달거나, 아주 짜거나.

그 미각의 극단에서

남편과 나는 오늘도 몸서리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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