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희.노.애.락.

남편의 방송출연, 그리고 벌써 1년

by 글쓰는 백곰 2018. 4. 2.

남편이 방송출연을 했었다.

써놓고 나니 다소 거창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뭐... 사실은 사실이니까. ^^

내 블로그를 통해 남편을 인터뷰하고 싶다는 요청을 보았을 때

나는 설마,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앞에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남편의 반응은 의외였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흔쾌히 하겠다고 하는 거였다.

그래서 다소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남편의 방송은 에피소드 48-50)


남편이 출연한 방송은

Lite Haus 4job 이라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으로

주로 해외취업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이미 해외에 취업된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여러가지 정보를 전하는 방송이다.

그다지 어려울 것 없어보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었던 기억이다.

방송 운영자와 의견을 수시로 주고 받고,

질문을 다시 수정하거나 첨가했다.

그렇게 이주가 지나 남편은 전화 인터뷰를 시작했고,

중간에 물마시러 나오는 시간에는

내 웃음소리가 너무 깔깔대서 다 들린다며

조심하라며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


그렇게 인터뷰가 끝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방송을 들을수 있었는데,

막힘없이야기를 풀어가는 남편의 목소리가 제법 괜찮았다.

칭찬 몇가지를 해주었더니,

갑자기 겸손을 까먹기라도 한건가,

처음에는 자기 목소리 듣기 부끄럽다던 남자가

어느샌가 자기 목소리에 심취되어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우리가 이민을 온 지 만 1년이 되었다.

간단히 스시를 사와 자축을 하면서

우리는 시간이 벌써 그렇게나 갔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지금도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그토록 원하던 해외이민을 하게 된 것,

힘들게 해외취업을 하게 된 것 모두

믿기지 않을만큼 운이 좋았다.

물론 그 안에는 남편의 여러가지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나아가기까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는 것이다.

특히 이 낯선 땅에서 살아가다 보니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었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것을 마음의 빚으로 생각하고

(어떤 의무가 아닌, 순전한 마음으로)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아야한다고

늘 생각한다.

남편은 그 마음의 일환으로 방송을 했고,

그것을 지켜보던 나는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게 다소 아쉬웠다.

더욱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영어든, 무엇이든 간에)

나도 그런 기회가 주어지리라 희망을 가져본다.



'일상사 > 희.노.애.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어 이름을 지어보자  (16) 2018.04.10
나는 꽃동네에 산다.  (6) 2018.04.05
옛날 사람, 옛날 TV  (8) 2018.03.27
시선으로부터의 자유  (6) 2018.03.21
오랜만의 데이트  (2) 2018.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