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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바베큐하는 날

by 글쓰는 백곰 2023. 8. 29.

우리집에는 아주 작은 뒷마당이 있다.

미국에 살면서 뒷마당이 있는 사람이라면

바베큐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쯤 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5년동안 회오리치듯 몰려 대는 일상 때문에

차마 시도조차 할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러다가 작년초부터 바베큐를 시도하게 되었는데

우리만 먹자고 하는 거였으면 아마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고

마치 감기와 같다는 인식이 퍼질 때쯤

그동안 미국으로 이민오려던 이들이 한꺼번에 승인을 받아

우리 지역으로 대거 이동하게 되었다.

주로 남편의 지인들이었는데,

그들이 이민을 하는데 있어서 여러가지 궁금한 것들을

남편이 알려주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그리고서 우리는 드디어 손님을 받아보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때마침 거실인테리어와 뒷마당도 다 손을 본 상태여서

이제는 사람들을 초대해도 덜 창피하겠다는(?) 생각이 든것이다.

그러자 이제는 손님 접대용 메뉴를 고민하게 되었다.

한식이야 늘 먹는 거고,

뭔가 미국스러운 걸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랄까.

그래서 남편은 자신이 고기를 굽겠다며 나섰고

그렇게 바베큐를 향한 그의 열정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작지만, 가장 대중적이라는 바베큐 그릴을 사고,

성분이 괜찮다는 숯을 사고, 

각종 바베큐 도구를 샀다.

그리고 남편은 미친듯이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는데

죄다 미국 텍사스 바베큐 마스터들의 레시피였다.

우리는 텍사스의 바베큐만이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미국에 처음 이민 왔을 때 자리 잡은 곳이 오스틴이었는데

줄을 서지 않으면 먹지 못한 유명한 바베큐 집이 있었다.

(심지어 줄을 대신 서주는 아르바이트도 있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느긋하게 갔다가 운이 좋아

마지막으로 아주 조금 남은 브리스킷(양지)만 살 수 있었는데,

나는 살면서 그런 고기는 처음 먹어봤다.

쇼킹 그 자체였다랄까. 

연기가 배어든, 묵직하고 그윽한 육향이라니.

그 이후로도 바베큐는 텍사스가 무척 유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렇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텍사스 스타일로 하기로,

암묵적인 동의를 한 상태였다.

 

남편이 처음 시도한 것은 포크립이었다.

우리가 흔히  아웃백 스테이스 하우스에서 먹는 

바베큐 양념이 된 돼지 갈비이다.

고기는 코스트코에서 파는 양념된 2대 통 갈비를 사용한다.

양념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우리집 그릴이 워낙 작은 편이라 두개만 하면 꽉 차므로

다른 대안이 없다랄까. 

2대면 한가정을 초대했을 때 아주 넉넉히 먹고 좀 남는다.

바베큐는 남편의 영역이므로 내가 자세히 설명하긴 뭐하고,

그동안 남편이 했었던 바베큐의 사진들을 올릴까 한다.

 

(남편의 장기인 립)
(맥주를 이용한 치킨 바베큐)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삼겹살 바베큐)
(트라이팁을 브리스킷 만드는 방법으로 만듦)

 

각자 바베큐를 해먹는 저마다의 레시피가 있겠지만,

우리 스타일은 이렇다. (포크 립의 경우)

우선 숯을 피워서 열을 올리고

숯 위에 물을 받은 통을 넣는다.

먼저 양념된 돼지를 3시간 정도 익혀주는데

불의 세기와 그날의 온도에 따라 조금 달라질수 있다.

그리고 고기가 익어가는 동안 고기 표면이 마르지 않게

사과주스와 사과식초를 고기에 뿌려주고

나중에는 꿀을 발라 단맛을 첨가한다.

그리고 나중에 돼지갈비 소스를 발라 구워주면 끝.

 

(립의 절단면)

우리집에 공식적으로 초대된 사람들이 맛보게 되는

립의 모습을 대략 이러하다.

고기를 익히는 기술력도 좋고,

소스 자체도 상당히 맛있는 편이어서 (한국인 기준)

우리는 손님이 없을 때도 가끔 해먹기도 한다.

그밖에도 남편은 치킨도 바베큐해주고,

돼지삼겹살, 트라이팁을 해주기도 했는데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포크립을 따라갈 순 없는 것 같다.

 

엊그제는 코스트코에 고기가 다 떨어져서

어쩔수 없이 트라이팁을 구워먹었는데

브리스킷을 조리하는 방식으로 구웠더니

정말 맛도 브리스킷과 완전히 일치해서 놀랐다.

남편… 나날이 성장하고 있구나…! 

내가 다 뿌듯하다야!!!

 

원체 한국에서도 고기 굽는데 일가견이 있었지만

더 업그레이든 된 남편의 실력을 조용히 음미하고 있자면

정말 박수가 나온다.

그래,그래… 더욱 정진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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