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희.노.애.락.

쉽지 않아, 글쓰는 거.

by 글쓰는 백곰 2023. 8. 27.

제목을 저렇게 써보고 한껏 변명해 보는 글이다.

한때는 열심히 쓰다가 요즘 왜 이렇게 게을러졌는지

자신에 대한 관찰기이기도 하면서, 

근황에 대해 정리이기도 하다.

 

첫번째. 몸의 노화.

코로나 시기에 많이 앓았다.

모르긴 해도 코로나를 세번 이상 걸린듯 하다.

미국에서 검사 받아봤자 어떤 치료도 없으니 그냥 타이레놀 먹고 버텼다.

코로나에 걸리면 적어도 몇개월 이상씩은 후유증에 시달리곤 했다.

게다가 시력이 자꾸만 안 좋아지면서

컴퓨터를 1시간만 쳐다보고 있어도 눈이 너무 피곤해졌다.

남들이 보기엔 대수롭지 않은 글이겠지만,

나름대로 수정도 하고 매끄럽게 다듬는 작업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화면을 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런데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하면서,

글쓰는 것도 이제 시간 제한이 생겼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면서

우울함에 잔뜩 눌려있기도 했다.

(누가 보면 무슨 역작이라도 쓴줄)

 

두번째. 글의 방향의 방황(?)

뭘 쓰긴 해야 하는데, 뭘 써야 할지 모르겠었다.

지난 코로나 시간 동안 바깥 활동을 할 시간은 적어지고,

사람을 만날 일도 확실히 줄었다.

일상은 너무나 단순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활 자체가 만만해진 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아이는 자라나고, 

가정이란 울타리는 생각보다 틈이 많은 것이어서

그것들을 메꾸다 보면 시간이 훅훅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한때는 정보 위주의 글을 쓸까도 생각했는데

내가 원래 그런 글이 맞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테리어와 커피 이야기를 쓰면서(?) 깨달았다.

쓰는 나도 재미없는데, 누가 읽나 라는 회의감이 들었다.

그리고 한때, 신춘문예와 여러가지 공모전을 기획하기도 했다.

그래서 시도 쓰고, 단편 소설도 썼다.

그러나 역시 나는 그마저도 한계를 느끼고 말았다.

시는… 학창시절 이후로 놓아버린지 너무 오래되어서

그 감성을 잃은지 오 만년은 된듯 했다.

그래도 응모를 해보겠다고 마른 걸레 쥐어짜듯 해봤는데

내 시는 고등학교 이후에 진화를 멈춘 모양이었다.

스스로도 참담했다. 

그리고나서 단편 소설을 기획했었다.

문제는… 이마저도 나의 성향과 맞지 않는다는 거였다.

순수 창작물을 쓴게 대략 15년 전의 단막극 6편 정도였는데,

그때는 인물들을 위해 인터뷰도 많이하고, 자료 조사도 활발히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것들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버려서

요즘 사람들 관심사가 무엇인지, 뭐가 신빙성 있는 자료인지

출처를 구하기도 힘들고, 자신을 믿기도 힘들어졌다.

그래도 기어이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나의 과거에 관련된 일을 조금 각색해서 단편을 쓰기 시작했는데

글을 쓰면 쓸수록 이야기가 아니라 다큐로 가는 현상을 목격했다.

또 한번 참담했다.

이래저래 입신양명을 위한 글쓰기는 내 체질이 아니로군, 

그 결과를 얻기 위해 2년동안 헛발질을 한것 같다.

 

세번째. 현모양처인 척하기

코로나 이후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족에게 집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원래 ‘느린아이'였던 우리 아이의 문제점을

내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게 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1년이 넘게 학교 수업을 들었으니까.

처음에는 아이 뒤에서 같이 수업을 들었다.

당췌 뭔소리를 하는지 알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계속 듣다 보니 그럭저럭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이의 부족한 점에 대해 알수 있었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사회'를 유난히 싫어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나는 사회 교과서를 통째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시험이 있을 때마다 같이 읽고, 공부했다.

영어도 완벽하지 않은 내가 어떻게 손짓발짓해가면서

아이와 공부했는지 그 눈물 콧물 나는 경험담은 생략하겠다.

덕분에 나는 캘리포니아와 미국의 역사에 대해 어느정도 빠삭해졌다.

그러나 이 지난한 배움의 과정은 아직도 현재진행형 중이어서

나는 지금 세계사를 공부하고 있다는…

어쨌든 그렇게 노력한 결과, 

현재 아이는 학교 공부를 무난히 따라가고 있다.

그리고… 나름대로 건강식을 만들어먹으려 애쓰고 있다.

비싼 캘리포니아 물가를 극복해보고자 절약에 안간힘도 쓰고.

그리고 집에도 애정을 갖고 잘 관리해보자.. 마음도 먹었다.

미국 집은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쓸일 투성이니까…



여튼… 저런 세가지의 이유로 

쉽지 않았다. 글쓰는 거.

가장 중요한 건 나의 나태함이지만,

아니, 생각해보라.

사람이 뭔가 센치해질 만한 시간적 여유가 좀 생겨야

추억도 곱씹고, 이런저런 미사여구도 떠오르고 그러는 거지,

이건 어째 매일매일이 스펙타클이고,

저녁 8시에 설거지를 마치면 온몸의 힘이 쪽 빠지고 마는 걸.

부디,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나를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일상사 > 희.노.애.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잔의 커피가 만들어지기까지 -2  (6) 2023.08.31
바베큐하는 날  (4) 2023.08.29
죽음에 대하여  (2) 2023.08.26
냄새의 기억  (8) 2023.08.25
한잔의 커피가 만들어지기까지 -1  (4) 2023.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