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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죽음에 대하여

by 글쓰는 백곰 2023. 8. 26.

최근에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이 있었다.

연세 있으신 분들이니, 어떤 면에선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나와 너무나 가까운 공간과 시간 속에 함께 있던 분들이라

그들의 영원한 부재라는 사실은

단순히 ‘슬픔'으로만 정의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나의 시아버지, 그리고 나의 할머니.

두분은 거의 90세까지 사셨고, 

거의 일년 간격으로 돌아가셨다.

나의 복잡한 가정사를 구체적으로 써내려 가자면 

쓰는 나도, 보는 당신도 홧병이 치밀 것이 분명하므로

나는 그분들의 죽음 이후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왜, 그런 말이 있다.

죽어서야 밝혀지는 이야기들이 있다는 거.

우리는 어떤 과거의 일들을 이야기할때

철저히 자신의 해석에 바탕을 둔다.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가 다른 말을 하는 것은

그들의 기억력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를 너무 사랑해서 생기는 문제일 뿐이다.

각자 사실이라고 주장하겠지만, 그것은 스스로의 사실일뿐.

……

나는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말을 믿고,

그 사람의 편이 되어주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편이다.

그것이 관계를 유지시키는,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어 주니까.

그렇게 알고 지내왔던 것들이,

그 당사자들의 죽음이 닥치고 난 후에야 

그 뒷면에 있었던, 미처 꺼내지 못했던 부끄러운 것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와버리면서 

나의 지난 시간마저 퇴색되어버리거나 우스워지는,

그런 순간이 불쑥 닥치곤 한다.

그것이 작든, 크든,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기어코 닥치고야 만다.

 

그때마다 나는 당혹스럽고, 크게 휘청인다.

이제 좀 익숙해질 법도 한데,

너무나 가까웠던 탓일까, 

그 폭풍의 잔재가 몇달을 간다.

그리고 잊을만 하면 꿈에도 등장하고

나는 그 안에서 왜 또 그것에 대해 따지려 하고…

악순환. 

당췌 답이 없는.

죽은 사람은 앞으로도 말이 없을 테니까.

 

왜 죽은 사람은 나에게 의문을 남기고 가는 것일까.

좀 명쾌하게 그땐 그랬다 라고

어쩔땐 사과도 화끈하게 하고

어쩔땐 표현도 솔직하게 하고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물음표만 잔뜩 주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서 얻은 당신의 흔적들을 

어떻게 완전하게 맞추라고,

도대체 어떤 당신의 모습을 추억하라고, 

이렇게 가는 것일까.

 

나는 아직도 두 사람의 죽음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장례식에 가지 못해서라고 남편은 말했다.

보내주는 의식을 치르지 못해서라고. 장례란 그런거라고.

그런 거였을까,

장례식에 온 사람들을 다 붙들고

고인이 되어버린 분들에 대해 한바탕 이야기를 하면서

여러가지 물음표에 대한 답을 찾았어야 했나.

 

남겨진 사람들이 일렁이는 것이 죽음이 가진 힘인가.

지금 나는 어떤 해소하지 못한 것들이 남아서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끄적이고 있는 것일까.

 

내가 놓쳐버린 시간 속에서 영영히 살고 있을,

그 얼굴들…

어서 많은 시간이 지날만큼 지나버려

‘그립다'라고만 말할 수 있게 되기를,

그런 순간이 어서 다가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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