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한잔의 커피를 마시는 게 무척 복잡해졌다.
믹스커피에서 원두 커피로 눈을 뜨게 된것은
수원 인계동에 있었던 Beans Bins 라는 커피 체인점에서였다.
그곳이 특별했던 것은 수많은 원산지의 커피콩이 전시되어 있고
커피를 주문할 때마다 내가 선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10종이 넘는 커피가 있었는데,
남편과 나는 그곳에서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번갈아 시켜보았고
그 결과 로스팅이 된지 얼마 안된 커피는
정말로 충격적인 맛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각자가 선호하는 맛이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그곳의 커피콩들은 신선했고
(로스팅한지 2주내의 커피만 팔았다)
거기에다가 과일와플까지 곁들이면 그렇게 호사스러울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에서 후식을 즐기고 했는데,
우리만의 핫플이었는지 어쨌는지 얼마 안가 그곳은 없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을까,
어느 날 남편은 손님이 직접 커피를 로스팅하는 커피숍을 가게 되었다.
그후로 집에서 직접 커피 로스팅을 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도자기 같은 걸로 몇십그램만 하더니,
나중에는 100그램 정도 가능한 기계를 사고,
집안에 연통을 설치하고… 그렇게 커피를 만들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모든 것을 시작한 남편은
정작 자신에게 심각한 카페인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괜히 그 옆에 있다가 덩달아 커피맛에 길들여진 나는
현재까지도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돈만 많다면, 좋은 커피를 사서 마실수도 있겠지만
직접 로스팅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만들어내고 나면
그 안정적인 맛과 저렴한 비용에 홀딱 빠지게 된다.
물론 초기에는 로스팅기계를 사야ㅍ하지만
주기적으로 커피를 먹는 사람이라면 1년 내에 금액이 상쇄될 것이다.
나는 한번에 약 250그램을 로스팅할수 있는
Gene Cafe를 약 5년전에 500불로 구입했다.
그리고 커피빈 전용 쿨링을 위한 선풍기를 100불 정도 들여 샀다.
커피를 만드는 방법 첫번째.
커피 생두를 주문한다.
미국에서 내가 자주 애용하는 사이트는
Coffeebeancorral.com 이다.
여기에서 세계 각지의 원두를 주문할 수 있는데
다양한 것을 마셔본 결과,
무난한 맛을 원할 때는 콜롬비아, 브라질, 파나마 등 중남미와
케냐, 에디오피아 등 아프리카 원두를,
누군가에게 커피를 선물하거나 특별한 기분을 즐기고 싶을 때는
하와이 코나, 각종 게이샤 원두를 주문하곤 한다.
저렴한 원두는 220그램에 4불 정도에 구할 수 있지만,
비싼 코나 원두 같은 경우는 20불이 넘는다.
그러나 220그램이면 내가 2주는 먹는 양이므로
직접 사먹는 것에 비하면 그렇게 부담 되는 금액은 아니다.
10년전, 한국에서 생두를 주문할 때만 해도
당시에 생두 수입 시장이 크지 않아서
일본을 통해서 다시 수입되는 원두를 구입했었는데
그때 예멘 모카 마타리와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을 맛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하와이 코나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생두 기준)
하지만 세월이 흘러 미국에 정착하게 되니
코나를 구하는 것이 무척 쉬워졌으며 (내수품이니까.)
오히려 마타리와 블루마운틴의 품질이 하락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자국의 원두가 아니기 때문에 재고 문제도 있겠고,
예멘 마타리 같은 경우는 국가 자체의 내전때문에 수입자체가 안된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인기있는 원두의 품종도 달라지고 있는데
요즘은 게이샤 종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호기심에 맛을 본 결과, 일반 생두보단 맛있긴 하지만
미국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코나를 따라갈 순 없는 것 같다.
요즘 내 마음속 1위는 하와이 코나이다.
뭐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두번째 과정은 원두 선별 과정이다.
배송 받은 원두를 잘 펼쳐 놓고 문제가 있는 것들을 골라낸다.
껍질만 있는 것, 쪼개진 것, 색깔이 이상한 것,
평균보다 크기가 너무 작은 것, 점이 있는 것 등등.
그런 것들이 커피의 맛을 해치기 때문이다.
예전엔 예멘 모카 종류의 커피를 즐겨 마셨는데,
갈수록 커피의 품질 자체가 안좋아졌다.
이유로는 나라의 내전과 커피 나무들의 노화때문이라는데
한팩의 커피알에 크기가 2배이상 차이나는 것들이 섞이면서
작은 것들이 로스팅되면서 숯처럼 타버리는 바람에
커피맛을 몇번이고 버리게 되면서
더이상 예멘은 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가끔 홈페이지에서 세일로 뜨는 재고품은 사지 않는다.
생두도 시간이 지나면 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왕이면 그 철에 나오는 원산지의 커피를
두세달 정도 먹을 만큼만 주문해서 먹는다.
그리고 커피가 오가닉이냐, 아니냐에 따라 결점두의 양 차이가 있고,
좀 비싼 커피일 경우 결점두가 적기도 하다.
코나 커피를 선별하려고 펼쳐 놓을때마다 깜짝 놀란다.
없다. 결점두가.
그리고 생두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크고 아름다워 이내 감탄하곤 한다.
디카페인인 경우는 생두의 색자체가 좋지 않은 편이다.
디카페인은 주로 물에 담궈 카페인을 빼고 다시 건조하는데
그 과정에서 색이 누렇게 바래지거나 탁한 갈색으로 변한다.
솔직히 맛도 별로인 듯 하다.
그러나 슬프게도, 요즘 카페인에 취약해진 나는 디카페인을 마시고 있다.
카페인 특유의 숑 가는 맛에 먹는 것이 커피이거늘,
그래도 식후에 마시던 습관마저 버릴 수 없어
맛이 떨어지는(?) 디카페인을 주구장장 마시고 있다.
내가 아는 지인은 이 디카페인을 선물해 주면 무척 좋아한다.
그녀도 카페인에 강하지 않은 편이어서 하루에 한잔만 일반 커피를 마실수 있는데
디카페인이 있으면 추가로 한잔 더 마실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오늘은 동티모르의 오가닉 커피빈을 선별해 보았다.
*다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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