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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차고 수리

by 글쓰는 백곰 2022. 4. 3.

우리집은 처음 이사할 때부터 구리구리했다.

캘리포니아의 목조 주택 자체가 

한국에서처럼 광택나는 인테리어를 구현할 수 없는 노릇이라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싶을 정도로 다 낡아 있었다.

집을 처음 보러 왔을 때도 나는 마음에 차지 않았다.

방이 3개라는 점을 빼곤 (그나마 1개는 천장을 막아 만든것)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전 주인은 차고도 보여주지 않았다. (동물들이 많다나)

그래서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으로 집을 샀는데,

아니나 다를까, 막상 살아보니 더더욱 형편없게 느껴졌다.

전 주인은 아주 집을 더럽게 쓴 사람이었고,

싱크대와 찬장에선 불쾌한 냄새가 났다.

그렇다고 새로 주방을 고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돈도 없었고, 정신적 여유도 없었다.

그렇게 3년을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 작년 가을 즈음, 

남편이 난데없이 차고를 깨끗하게 만들자고 제안했다.

전 주인은 차고에 자전거를 걸어놓고 팔았다고 하는데,

덕분에 벽면은 수많은 못들이 박혀 있었고,

차고문이 있는 곳의 벽면은 곳곳이 부서져 있었다.

천장은 페인트 칠도 되어 있지 않았고,

벽면에 무슨 해코지라도 했는지, 군데군데 더러운 얼룩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이 집에 대해서 아무런 기대치도 없는

해탈의 경지였으므로 무심코 지나치곤 했는데, 

갑자기 남편이 차고를 재정비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집수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우선 벽면의 모든 못을 제거하고, 

못이 있던 자리에 퍼티를 발랐다.
구멍이 너무 큰 곳은 테이프를 붙여 퍼티로 덧발랐다.

벽면에 있던 못만 몇백개는 뽑았을 것이다.

퍼티는 가장 큰 통으로 사왔으나 어림없었다.

무슨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한 구멍들의 향연이었다.

게다가 부서져 있는 차고 앞문 벽면을 때우기 위해

석고보드를 사서 잘라 벽에 붙여야 했다.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던 퍼티 작업)

하루면 끝날 것 같았는데, 

하면 할수록 어림없는(?) 작업량을 확인하면서

우리는 쉴새 없이 전주인을 원망하고, 원망했다.

그렇게 이틀간 못 구멍 수리를 하고, 

퍼티가 울퉁불퉁하게 발라진 곳을 샌더로 평평히 밀어내고,

프라이머를 발랐다. 

그리고 다시 페인트를 발랐다.

페인트를 칠하는 것은 비교적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나,

천장을 하려다 보니 목에 담이 걸릴 지경이었다.

특히 천장은 페인트 칠을 한적이 없는 태초의(?) 상태였으므로 

몇번을 덧발랐는지 모른다. 

 

(세상 쾌적한 우리집 차고-바닥은 집수리가 다 끝나면 하기로 했다)

써놓고 보니 아주 간단한 일처럼 느껴지지만

이게 4일동안 있었던 일이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총 2주에 걸쳐서 작업했으며

수시로 재료를 사러 Lowe’s를 가곤 했다. (하루에 두번은 기본-이것이 제일 귀찮았다)

참고로... 대략적인 경비는 350불 정도가 들었다.

퍼티와 페인트 같은 소모품과 별개로

여러가지 공구를 추가적으로 사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깨끗해진 차고를 보니 무척 보람있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우리집에서 가장 쾌적한 공간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런 온전한 기쁨을 느낄사이도 없이,

남편이 웃으며 이야기했다.

“다음엔 거실 바닥을 깔자"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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