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유튜브를 열심히 보기 시작한 듯 하다.
덕분에 생활이 좀 엉망으로 흘러가기도 했지만,
내 구미에 맞는 여러가지 정보를 취사 선택 가능하다는 게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요즘은 가전제품 유튜버를 알게 되었는데,
이것저것 훑어보다가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바로 다이슨 에어랩.
헤어 드라이기이면서 고데기 기능까지 갖췄다지.
예전 같았으면 아예 흥미도 없었을 것을,
왜 40대가 넘어서 혹하는지 생각해봤다.
정작 젊고 이쁘던 시절은 지나가 버렸는데
왜 이제와서 외모에 신경을 쓰려고 하는 걸까.
그건 아마도 내가 이제
아줌마 파마를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원래도 머리 숱이 많지 않았지만
애를 낳고 나서 머리가 꾸준히 빠지기 시작했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면 더더욱 탈모에 속도가 붙었다.
코로나 사태로 아이와 하루종일 붙어 있던 것이
이제 어느덧 1년이 넘어
새삼스럽게 스트레스 받을 게 뭐가 있나 싶었지만
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머리 한번 감을 때마다 수챗구멍에 모여든 머리카락을 보면
이러다 조만간 대머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일었다.
그래서 되도록 찬 바람으로 머리를 말리려고도 해봤지만
평소보다 3배는 걸리는 시간 때문에 진저리가 쳐졌다.
갈수록 적어지는 머리숱 덕분인지
반곱슬이던 머리칼도 더이상 볼륨을 유지하지 못하고 푹 꺼져
두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렇게 외면하고 싶던 몸의 노화를
거울을 볼때마다 목격하게 되면서
나는 아줌마들이 왜 아줌마 파마를 하는지
뼛속 깊이 통감하게 되었다.
다이슨 헤어드라이기가 머리손상도 적고,
저 고데기를 쓰면 헤어볼륨도 잘 산다는데,
게다가 시간도 엄청 절약된다는데…
평생 외모에 관심 없던 나였지만
나름대로 외모 한계선이라는 게 존재는 했나 보다.
70만원짜리 가전 제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그 자체가 나에겐 엄청난 사건이니까.
누군가가 제품 후기에 그런 말을 썼다.
남편이 “꼭 필요하냐"고 물었다고.
그래서 “갖고 싶은 거"라고 대답했다고.
그 말에 딱 동감한다.
뭐, 머리 덕분에 몇년 늙어보여도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겠지.
그러나 사람이 모처럼 갖고 싶은게 생겼다는데,
뭐 그렇게 비난할 일은 아니잖아?
블랙 프라이데이를 노려보자는 남편의 말에
나는 여러가지 상념에 빠진다.
블랙 프라이데이까지 날라가고 없을 내 머리카락들은
그때까지 거울을 보며 우울할 내 마음들은
어쩌면 좋으냐고.
자꾸만 마음이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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