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즈음에 난데없이 군식구가 몰려들었다.
우리집 뒷마당에 고양이 가족이 이사를 온 것이었다.
까만 어미 고양이, 줄무늬 새끼 고양이, 카오스 새끼 고양이었는데,
뒷마당에 있는 문의 틈새 사이로 들어온 듯 했다.
실로 황당한 등장이었다.
아직도 젖을 빠는 새끼 고양이들을 놔두고
어미 고양이는 직접 먹이를 찾아 외출을 하곤 했고
실제로 쥐를 물고 와, 우드득우드득 씹어 먹기도 했다.
우리는 어미 고양이를 에이미,
줄무늬 새끼를 쭐쭐이,
삼색 새끼를 석탄이라고 불렀다.
경계가 많은 녀석들 때문에 뒷마당엔 거의 나가지 않고
습식 사료를 가끔씩 내놓곤 했는데
그때마다 에이미는 걸신 들린 듯이 먹곤 했다.
젖을 먹이면 얼마나 배가 고픈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릇이 동날때마다 채워주곤 했는데
얼마나 자주 비워지는지 이러다가 가산을 탕진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새끼용 사료와 습식 사료를 더 사서 채워주었다.
새끼 고양이들은 정말, 너무나 귀여웠다.
차마 가까이 가서 만져본 적은 없으나
그 작은 것들이 서로 엉켜 잠이 든 것을 보고 있자니
그렇게 신기하고 평온한 기분이 들 수가 없었다.
새끼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훅 가버렸다.
날이 갈수록 새끼들은 무럭무럭 크기 시작했고,
습식사료와 건사료도 먹었으며
나중에는 어미가 잡아온 쥐를 오독오독 즐기게 되었다.
정말 단란한 가정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어미 고양이의 식탐이 나날이 심각해 진 것이었다.
우리가 감당하기 힘들게 많이 먹기 시작했으며
사료가 비워져 있으면 내내 우리집 안쪽을 쳐다보며 앉아있었다.
그렇다고 특별히 아는 척을 하거나,
와서 비비거나 하는 내색도 없이
있는 것을 다 내놓으라는 당찬 눈빛이었다랄까.
너무 그러니 어느순간엔 아주 정이 떨어질 지경이었다.
하루에 5번도 넘게 사료를 주어야했다.
갈수록 그것에 사로잡히게 되니 슬슬 질리기 시작했다.
새끼들도 젖을 떼기 시작했는데
어미 고양이의 식탐은 여전히 끝이 없었다.
그래서 하루 두번만 사료를 주게 되었다.
그런 내 맘을 알게 되었는지, 어쨌는지
고양이 가족이 이사온 지 3주 째가 되던날,
돌연 그들은 다시 집을 나가 버렸다.
어미가 새끼들의 엉덩이를 밀어가며 모두 데리고 가버렸다.
지난 3주 동안 즐겁게 바라보고 있던 가족이 갑자기 사라지자
허무한 마음이 든건 사실이었다.
며칠은 기다려도 봤지만, 이틀이 지나자 영원히 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집 건너 공터에서 지내고 있는 것도 알았다.
가끔씩 황급히 몸을 숨기는 어미 고양이를 볼수 있었다.
그리고서 며칠 후, 비가 내렸다.
나는 내심, 비가 많이 오는 겨울이 끝날때까지만 머물기를 바랬는데,
가을 한철이 지나기도 전에 그들은 떠나버렸다.
예고 없이 왔으니 예고 없이 가는게 맞겠지만,
떠돌이 고양이는 어쩔수 없었나 보다.
그나마도 며칠이 지나버리자, 그들은 아예 행적을 감추어버렸다.
아마도 새끼 고양이들은 죽었을 것이다.
희망을 품어보려고도 했지만
그 약한 존재들이 살기엔 캘리포니아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특히 우리가 사는 Fremont는 캐년이 가까이 있어서
야생동물도 많고, 맹금류도 많이 날라다닌다.
아, 어쩌면 중성수술을 시키기 위해 동물단체가 납치 했을지도 모를일이다.
그러나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어쨌든,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부질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고양이 가족을 보면서 내심 느꼈던 것이 있다.
삶이란 때로 예상치 못한 선물이 불쑥 생겨날수도 있다는 것과,
어느날 갑자기 미련도 없이 불쑥 사라질수도 있다는 것.
아예 모르고 있던 세상을 알게 해줬던 것들이
처음에는 기쁨일수도 있다가,
권태가 될수도 있다가,
어느 순간 다시 영영 사라져 버리게 된다는 것.
영원하며, 당연한 것은 어느 것도 없다는 것.
그래도 그것을 소원한다면
끊임없이 애정하고, 공을 들여야한다는 것.
그래도 손틈사이로 빠져나갈수 있으니
갑자기 찾아온 인연에 너무 빠져있지 말 것…
그러니 고양이를 기다리는 일은 더이상 하지 말것.
그래도…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거려니 하는 희망을 아예 버리진 말것.
그것이 고양이들이 내게 알려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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