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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거실 인테리어 -1

by 글쓰는 백곰 2022. 4. 4.

사람눈이란 참 간사하기도 하지,

제일 볼품 없었던 차고가 촤라락 변신을 하고 나니

차고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오면

구리구리한 거실 풍경 때문에 다시 한숨이 났다.

뭐… 집 자체가 총체적 난국이긴 하지만

사람이 가장 많이 머무곳이 거실 아닌가.

작년 11월 초에 차고 페인트를 하고 나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은 우리는(?)

12월 연말 휴가를 이용하여 거실 바닥과 벽면 페인트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열흘동안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요즘은 참 좋은 시대여서,

유튜브만 검색해도 좋은 작업 팁들이 많다.

며칠간 열심히 공부했던 남편의 지휘 아래

우리는 또 며칠간을 Lowe’s를 출퇴근하며 작업했다.

 

우선 작업 순서는 이랬다.

1. 기존 타일과 장판, 마루, 베이스보드를 다 철거한다.

2. 못 자국이나 손상된 부분을 퍼티로 보수한다.

3. 깨끗이 바닥을 청소한 후, 언더레이먼트(보온 및 충격 흡수)를 깐다.

4. 마루바닥을 깐다.

5. 벽면에 페인트를 칠한다. 

6. 베이스보드(몰딩)를 붙이고 실리콘 작업을 한다.

7. 트랜지션 (바닥과 문틈사이의 경계선)을 설치한다.

 

머리로 대충 작업 시뮬레이션을 돌릴때만 해도

일주일을 빡세게 작업하고 나머지 일주일의 연휴를 즐기면 되겠다 싶었다.

(미국은 크리스마스 전부터 1월 첫째 주까지 연휴로 간주한다)

그러나 인생은 결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

우리는 열흘이 넘게 고생하고 나머지 3,4일동안 줄창 앓아야했다.

그 고생길을 다시 한번 써내려 가려니 

정말 돈이 웬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돈이 많았으면 사람사서 척척 진행시켰으련만

미국은 원자재 값의 두배 가량의 인건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공식에 짓눌려

우리는 이대신 잇몸으로 때우려고 한 것이었다.

대신 잇몸이 퉁퉁 부을 정도의 고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루 공사를 위해서 첫번째 해야할 일은

마루에 있던 것들을 모두 옮기고,

지저분한 것들을 철거하는 것이었다.

우리집은 2층짜리 타운하우스여서, 

1층 공사를 한다고 해도 생활에 큰 지장이 있거나 하진 않았다.

소파와 탁자, 테이블, 가전제품들을 다 차고로 옮겼다.

무거운 것이니 둘이 합을 잘 맞춰 움직여야 하는데

그중 가장 고난이도의 작업은 미니 냉장고를 2층으로 옮기는 거였다.

우리집 계단은 무척 가파르고,

냉장고는 냉매 때문에 눕이거나 강한 충격을 주면 안되므로

우리는 무빙 스트랩으로 옮기기로 했다.

예전에 2층에 있었던 세탁기가 고장나서 

둘이서 옮기려고 하다가 죽을뻔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무거운 것을 들고 그들은 웃고 있다. 아마도 실성해서일 것이다.)

 

겨우 겨우 그것을 정리하고보니 오전이 훅 지나가버렸다.

뭘 하기도 전에 기운이 쑥 빠져버렸다.

그러나 스케쥴대로 움직이라는 일념하에

오후부터 철거작업이 시작되었다.

우선 베이스 보드(몰딩)부터 철거했고,

지저분한 벽난로부분도 다 뜯어냈다.

바닥재를 철거하는 것이 정말 고난 그자체였는데,

여기서 전 주인의 만행을 다시 한번 낱낱이 고발해야했다.

 

우리집 거실 바닥재는 2개로 나눠져있었는데,

거실과 응접실로 나뉘는 부분에 헐거운 트랜지션(알루미늄?)을 설치했고

그나마도 수평이 맞지 않았다.

응접실 바닥은 장판이 깔려있었는데,

원래 장판이 깔려있던 곳에, 다시 타일장판을 덧붙여 놓은 것이다.

아마도 집을 내놓기전, 장판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눈 가리기 용으로 타일장판을 깔아놓았던 듯 싶다. 

그 타일장판은 너무나 허접한 재질이어서

의자가 있는 부분이 갈라지거나 뜯어지곤 했다. 

그래서 밑에 있는 장판이 드러나고, 발에 걸리고…

이 부분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우선 타일장판을 뜯어내고

(이게 생각보다 무겁고, 본드부분이라 잘 뜯어지지도 않는다)

그 밑에 있는 본래의 장판을 뜯어내야 하며,

다음에 장판 아래에 깔려있던 나무판을 뜯어내야한다.

결국 손으로 일일이 장판을 밀어내며 뜯어내고,

나무판에 무수히 박힌 못들 (장담하건데 몇백개였을 듯)을

크로바로 다 뽑아내야했다.

요령도 필요하고, 힘도 필요한 작업이었다.

우리같은 초짜들이 덤비기엔 결코 만만치 않았으나

우리가 누군가. 의지의 한국인이 아닌가.

이틀 만에 철거에 성공했다. 

(겨우 장판을 뜯어낸 상태)

힘 쓸일은 이제 다 했겠지, 이젠 좀 수월할거야,

철거가 끝난날, 우리는 그렇게 믿었다.

껄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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