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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거실인테리어 -2

by 글쓰는 백곰 2023. 9. 4.

바닥재와 베이스보드(몰딩)을 다 뜯어낸 후,

바닥에 있는 못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공사 전, 거실을 다니다 보면 종종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

계속 신경이 거슬리곤 했는데

그 원인이 바로 제대로 박혀 있지 않은 못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눈에 불을 켜고 못을 뽑아냈다.

그 위에 매끄럽게 퍼티를 발라 공간을 채워넣었다.

퍼티가 마르는 동안, 

우리는 거실벽면을 페인트하기로 했다.

 

전에 우리집 거실벽면은 베이지색이었는데

이게 은근 우중충하고 어두운 느낌을 주어

푸른빛이 도는 회색으로 칠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Lowe’s 홈페이지 사이트에서 색을 골랐고,

주문한 페인트의 픽업 서비스를 신청했다.

집 공사를 시작하면서 Lowe’s를 밥 먹듯이 가곤 했는데

아무리 자주 갔어도 갈 때마다 새로운 곳이었다.

어찌나 광활하고 여러가지들이 섞여 있는지,

내 눈에 딱 맞는 걸 한번에 찾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대부분 미리 주문을 넣고

픽업을 와도 된다는 문자가 오면 출동하곤 했다.

 

이번에 공사를 하면서 우리집 오딧세이가 큰 역할을 했다.

미니밴이 있으니 어지간한 큰 자재들도 다 실을 수 있었고

휘뚜루마뚜루 쌓아도 큰 무리가 없었다.

그렇게 준비한다고 해도 막상 공사를 하다보면

이 자재가 또 부족하고, 뭔가 또 사이즈가 안맞고 해서

결국 하루에 두 번은 Lowe’s를 가곤 했다.

그 때마다 얼마나 당이 떨어지던지.

우리는 Lowe's 근처에 있는 85C 베이커리에서

버블밀크티를 대짜로 시켜 생명수마냥 들이켰다.

엄청난 카페인에 의지해서 그 힘듦을 겨우 극복할수 있었다.

 

페인트는 이미 차고 수리할 때 조금 숙련이 되었으므로

그다지 어렵지 않게 마칠 수 있었다.

차이점이 있었다면,

차고는 그냥 평평한 벽면이었지만

거실은 월 텍스처(약간 우둘두둘한 재질)가 있었으므로

페인트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빈 곳이 뜨곤 했다.

그래서 두번에 걸쳐서 발랐고,

또 빈공간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했다.

 

밤 사이 페인트가 마르길 기다리고,

다음날 아침, 본격적으로 바닥깔기에 들어갔다.

우선 바닥에 남아 있는 것들을 깨끗이 청소하고

언더레이먼트를 깔아야했다.

마루바닥을 깔기 전, 보온와 충격 흡수를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전에 살았던 아저씨는 자신이 이 집을 자신이 수리했다며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말했는데,

막상 마룻바닥을 뜯어내고 나니 

이 아저씨의 실체를 알수 있었다.

그가 작업한 언더레이먼트는

겨우 바닥을 덮을 정도로 깔려 있었는데

그마저도 모자랐는지 조각조각 띄엄띄엄 빈곳도 있었다.

어디서 남이 시공하다가 남은 자재를 가져온 게 아닐까,

강하게 의심될 정도로 누더기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위에 올린 라미네이트 바닥도 

거실을 다 덮지 못하고 주방쪽은 장판을 깔았던 것이다.

(얻어온 게 모자랐나…)

이로써 이 아저씨는 재력도, 솜씨도 형편 없던 것이 증명되었다.

우리는 이왕 깔 거, 언더레이먼트라도 비싼 거 사자고 결정해서

Lowe’s에서 가장 비싸고 좋아보이는 황금색 레이먼트를 깔았다.

길게 이어져 있는 레이먼트 자재를 

바닥에 맞게 재단을 한 후, 테이프로 연결해서 

빈공간이 없게 깔아주는 거였다.

그렇게 마치고 보니,

바닥이 번쩍번쩍한 것이 

밥 안먹어도 배부를 만큼 부티나 보였다.

(바닥재 제거 후)
(페인트와 언더레이먼트 작업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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