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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사재기의 충동

by 글쓰는 백곰 2015. 7. 10.

가끔씩 돈이 막 쓰고 싶어질 때가 있다.

어지간하면 쓰지 말자는 주의지만, 갑자기 돈을 써야 겠다는 사명감마저 불타오르는 시기가.

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땐 돈을 쓰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자, 그럼 어디에 돈을 부어 볼까.

그래, 이 후줄근한 아줌마 의상에서 탈피 해야 겠어!

가장 현명한 것은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옷을 걸쳐보고 사는 것이지만,

대한민국 평균 여성의 체형에서 한참이나 오버된 나로써는 

인터넷으로 빅사이즈 여성복을 검색하며 쇼핑을 시작한다.

오프라인에서도 살수도 있지만... 흔치도 않을 뿐더러, 가격이 너무 비싼 경우가 많다.

게다가 어느순간부터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옷을 걸쳐보고 사지 않았을 때,

점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기가 곤란해져 버렸다.

왠지 블라우스 한 장이라도 사야할 것 같은 그런 강박이 든다랄까.

그래서 맘에 들지도 않는 주황색 블라우스를 10만원 넘는 가격에 산 기억이 있다.

결국 사놓고 입지도 않았다.

인터넷으로 사면... 우선 눈이 즐겁고, 가격 부담도 적고,

실제로 구매한 사람들의 사진후기를 보며 패션실패의 위험성을 극복할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내 몸에 딱! 내 스타일에 빡! 맞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맞춤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산다.

그러나 어느 순간 부터는 그것마저 망설여지게 되었다.

돈 2만원 짜리 티셔츠도 한참동안 들여다보고,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지웠다가,

구매 후기를 봤다가, 말았다가... 

그렇게 30분여를 쳐다보다가 그냥 사지 않는다.

문득, 괜히 시간만 버린 것 같아 아쉽다.

그렇다고 그 옷이 지금 당장 필요한 것 같진 않다.

딱히 외출을 하지 않을 것이고, 좀 살을 빼야겠다는 구실 아닌 구실은 구매포기로 이어진다.

아. 돈 굳었어!


하지만... 돈이 쓰고 싶다...

나는 지금 심각하게 돈이 쓰고 싶다...

그러나 실상 나는 돈을 벌지 않는 전업주부일 뿐...

게다가 이렇게 후진 체형이라니... 옷맵시? 훗... 그런게 뭐여. 내 남은 생에 있긴 한거여?

무언가 꾸미고 싶어도 내 몸을 보면 욕구가 참아진다.

그래. 우선 당장 필요한 것을 사자.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는,

기저귀를 두상자 사면서, 왠지 모를 희열을 느꼈었다.

나도 뭔가를 사며 돈을 쓰고 있어! 그런 느낌?

게다가 부피까지 큰 것들이 택배아저씨로부터 전달될 때의 그 뿌듯함이란.

어차피 사야 할 것이지만, 미친듯이 검색하여 가장 저렴할 때 사재기하는 그 희열!


이렇게 나는 딱히 과소비는 하지 않지만,

행사 제품이나 원풀 제품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아, 이 두루마리 휴지, 이 품질에 이 가격이라니. 집에 조금 남았지만 이건 꼭 사야해!

아, 이 피죤 원 뿔 행사, 어차피 썩지도 않는 것이거늘 쟁겨둔들 어떠하리!


그리고 하루가 지나 도착한 어마무시한 그 부피들의 물건을 보며 난 생각한다.

아... 돈 잘 썼다...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


지금도 나는 심각하게 돈이 쓰고 싶다...

휴지도 있고... 피죤도 있는데... 

아! 아이 칫솔을 사재기할 타이밍이다! 


.... 뼛속 깊이 아줌마가 되어 기쁘다랄까, 슬프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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