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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인종차별

by 글쓰는 백곰 2017. 7. 10.

미국에 오기 전에, 인터넷상으로 여러가지 정보를 접했는데,

아직도 미국은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글을 읽었었다.

특히 남부쪽으로 갈수록 심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동양인은 흑인들보다 더욱 차별과 무시를 받는다고 

어쩔때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성토하는 글들을 보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 얼마나 걱정을 많이 했는지 모른다.

참고로, 내 영어 수준은

꿀먹은 벙어리요, 

심지어 유튜브로 단련된 5살 내 아들보다도 못하다.

그러니 잔뜩 위축되어 겁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처음에는 남편과 무조건 같이 움직였기 때문에

미국인들을 1대 1로 마주칠 일이 없었다. 내가 원치 않았으므로.

그러다가 남편의 격려와 압박에 힘입어(?)

혼자 마트도 가게 되었고, 아파트 오피스에도 가게 되었다.

처음 마트에 가서, 예정에 없던 상황이 속출되자 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한국어를 발사하고, 계속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 뒤에 기다리고 있던 키큰 아저씨는 아무말 없이 기다려 주었다.

캐셔 였던 총각은 끈기를 가지고 나를 응대해 주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미션을 완수할수 있었다.

또한 언젠가 카드 결제가 잘 되지 않아 미안하다고 당황하는 나에게

괜찮아, 다시 해봐요. 내가 도와줄까요? 하던 캐셔 총각등.

나에게 텍사스 미국인들은 그냥 친철하기만 한 사람이들이었다.


물론, 내가 아직 다양한 사회생활을 하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지 않아 그런 거라고 생각할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가 여태껏 만나봤던 텍사스 미국인들은

과하다 싶게 친절하고, 새로운 이웃에게 관심을 보이며

(물론 나는 이 관심, 즉 스몰 토크가 너무너무 부담스럽지만)

아이들을 귀여워하고,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인간적인 사람들이다.

이 지역 사람들의 특성은, 내가 보기엔 미국인들의 특성이라도 봐도 될듯 하다.


언어가 잘 되지 않아 웃음으로 때우면, 무시하는 듯이 행동한다고 하는 글을 많이 봤다.

뭐... 어느정도 맞는 말이고, 아니기도 하다.

사람을 접대하는 직종에 근무하고 있으면, 바쁘기도 하고 할일이 많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말도 안통하는 사람이 계속 미적대고 있으면 곤란해지기도 할 터.

그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데 계속 지체하고 있을수도 없으니, 패스하고 싶어질 것이다.

미국에서 미국말을 못하는 것이 사실 큰 문제인 것이지,

서비스직이 친절하지 않다는 문제가 아닌것이다. 

굳이 중요순위를 따지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게다가 동양인들이 차별을 많이 받는다고 했는데...

글쎄... 나는 아직 그런 것을 한번도 체감하지 못했다.

단일민족으로 살았던 한국인이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 와서 

차별과 무시를 당했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좀 모순이 있다.

우리는 그냥 한국인만 보면 되었다. 외국인과 엮일 일은 별로 없었고.

그러나 여기는 이민자들의 나라이다. 그러다보니 차별과 무시에 민감하다.

누구도 흑인을 '니그로'이라고 명칭 하면 안되고,

동양인을 '칭챙총'이라고 하면 안된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이고, 이 나라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회인으로서의 교양이다.

만약 누군가가 인종차별을 받았다고 느끼게 된다면,

내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에 대항할수 있는 자신의 언어적 소양을 키워 항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과 별개로,

어디가나 수준이하의 인간들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들의 배려없는 행동들은 모든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러니 자신이 느꼈던 차별의 기억을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한정시키지 말고,

한국에서도 받았던 나의 차별(심지어 인종마저 같았는데)를 떠올리며

어디가나 이상한 사람, 상종못할 인간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 될듯 하다.

그러니 나처럼 미리 겁부터 집어먹지 말았으면 한다.

참. 그렇다고 해서 영어공부를 슬슬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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