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에서 무서운 것들

나는 원래 겁이 많은 편이다.

특히 사소한 것에도 깜짝깜짝 놀라곤 하는데

미국에 오니 더 자주 놀라는 듯 하다.

첫번째. 바퀴벌레가 무섭다.

오기 전부터도 미국은 벌레의 천국이라는 얘기를 들어서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건만,

새벽에 화장실에서 마주친 그 바퀴벌레는

지상최고의 크기를 자랑했다. 와우. 

너무나 웅장한 스케일이어서 답도 나오질 않았다..

식구들이 다 자고 있는데 수선을 떨수 없어서

(그땐 파리채와 스프레이등 아무 것도 없었다)

화장실 문을 꼭 닫고

다시 침대로 들어와 눈을 감았는데

잠이 오질 않았다.

이런저런 걱정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분명히 한마리가 아닐것이야,

아주 어렸을 때 영등포 살때에 그렇게 바퀴가 많았다.

자다가 얼굴에 떨어진 적이 있을 정도.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르면서

결국 다시 잠에 들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남편에게 이야기를 하고

온갖 박멸 기구들을 설치하였으며,

바퀴가 출몰할 만한 구멍이란 구멍은 다 막아버렸으나

영원하고 영원하다... 그 존재...

아직도 한달에 한번씩은 출몰해주신다.

원래 벌레에 그다지 유난 떨지 않는데, 이건 차원이 다르다.

남편도 충격이 컸는지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도 참는다고 한다. ㅋㅋ

(설치형, 분사형, 그리고 때려잡기용을 갖추어야 한다)

두번째, 디스포저가 무섭다.

미국은 음식물 쓰레기를 대체로 갈아 버리는데,

싱크대 자체에 믹서기처럼 갈아버리는 '디스포저'가 장착되어 있다.

그걸 작동 시키려면 일반 조명을 키듯 스위치를 누르면 되는데

그때마다 갈리는 소리가 어마 무시하다.

고장도 잘 나는 편이어서

아주 소량의 것들만 조금씩 갈아야하고,

단단한 껍질이나, 뼈등은 버려선 안된다. 

쉽게 말해서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정도의 레벨만 갈면 된다.

어느 날엔가,

당근 껍질이 많이 들어간적이 있었는데,

꽉 막혀서 물이 내려가지를 않았다.

디스포저를 돌려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한꺼번에 많은 양이 들어가서, 

디스포저가 돌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수관에서 막혀버린 것이었다.

한참을 고생하다가 '뚫어뻥' 기구를 가져와

변기 뚫듯 푸슉푸슉 펌프질을 했더니 쑤욱 내려갔다.

고마워요, 뚫어뻥. 당신은 해결못할 것이 없구려.ㅋㅋ

그후로 나는 어지간한 음식물 쓰레기는 그냥 쓰레기통에 따로 버린다.

여튼...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 엄청 까다롭고,

고장이라도 나면 수리비도 만만치 않은 디스포저.

설거지를 끝내고 마지막으로 디스포저를 돌릴때엔

저기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티스푼이라도 들어가 있진 않나,

한껏 어깨를 움츠린채로 소음이 사라지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왠지...

저 블랙홀 같은 곳에 내 손이라도 끼게 되면....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좌우지간 나는 

저 디스포저가 계속 무섭다.

(저 안엔 손가락도 넣고 싶지 않다...)

세번째, 전기콘센트가 무섭다.

이건 우리집만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전자제품을 사용하려고 콘센트에 코드를 꽂으면

불꽃이 파바박! 하고 튄다.

그 스파크 때문에 매번 놀라고, 매번 가슴을 쓸어내린다.

전압이 맞지 않는 것도 아닌데,

전기밥통을 꽂을 때도 파바박,

맥북 충전 코드를 꽂을 때도 파바박,

전기포트를 꽂을 때도 파바박,

헤어드라이어를 꽂을 때도 파바박.

가뜩이나 겁많은 나, 감전 될까 두렵다.

특히 손에 물기라도 있을까봐 몇번이고 마른수건에 닦아야한다.

게다가 이것들이 이러는 것은 아무런 대책이 없다.

또한, 그것들을 다 사용하고 나서 코드를 뽑아보면

꽂는 부분이 아주 뜨끈뜨끈해져 있다.

마치 과열이라도 된것 마냥.

아... 난 한국에서 이런 적이 한번도 없었단 말이다.

여기에서는 왜 그러는 건데... 왜에.... 무섭단 말이다...

(무슨 불이 붙은 줄...!!!)

흔히들 미국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총기 사고, 치안 문제라고 한다.

사실 나도 미국행을 결심 했을 때 가장 걱정했던 것이 총이니까.

그러나 실제로 총기사고 뉴스를 보면

말그대로 사고로 인해서 생기는 불상사가 더 많은 듯 하다.

작정하고 사람에게 겨눈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실수라던지, 부모의 관리 소홀로 인한 사고들 말이다.

범죄에 대한 총기사고는 생각보다 흔한 편이 아니다.

치안문제도... 관리가 잘되어 있는 아파트에 산다면

크게 걱정할게 없다.

게다가 여기 오스틴은 원체 조용한 동네이고,

그나마 다운타운에 있는 텍사스 대학 근처만 작은 소동들이 일어날뿐

살인 사건이나, 총격 사건이 났다는 소식은 근 3개월동안 못들어 봤다.

너무나 조용한 동네여서, 

지역TV 뉴스에는 새끼 기린이 태어났다는 둥,

음악제가 시작되어 주차문제가 심각해졌다는 둥

정말 뉴스같지 않은 뉴스(?)가 나온다.

흉악범죄는 없었다. 아직까진.

그러니 저 소소한 것들을 나열하며

무서워 죽겠다고 깨방정을 떠는 것일지도. ㅋㅋ

그런데... 무서운 걸 어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