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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미국 생활의 어려움

by 글쓰는 백곰 2017. 7. 17.

한국에 있을때나, 미국에 있을때나

나의 삶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교육기관을 다니지 않는 아들과 하루 종일 붙어 있으며,

일반 가정주부들처럼 집에서 밥해먹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내가 미국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은

일주일에 두어번 식자재를 사러 쇼핑갈 때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3개월이 지났지만, 많은 사람을 만났다고 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우리집은 아직 아무런 소득이 없는 상태이므로

남편이 어디에 취직하느냐에 따라 또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

그래서 여기에 완전히 정착 해야겠다고 할수도 없어

이래저래 마음 붙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미국에 오면 외롭지 않냐고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다

글쎄...

나는 원래 한국에서도 외로웠다.

친구들은 서울에 살고 있었고, 각자의 가정과 일이 있었으며

친정엄마는 돌아가셨고, 아빠는 재혼하셨다.

오빠는 자신의 용건이 있을때만 연락하는 사람이었고.

시부모님과 같이 7년을 살았지만, 그게 더욱 외로운 일이었다.

물론 결혼해서 아이도 생기고 했지만,

마음의 위로를 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책을 읽었고, 성경을 쓰고 했던 것 같다.

원래 사람을 좋아하고, 그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사람을 가려서 만나고, 뒤에 서있는 게 맘이 편해졌다.

소극적으로 변한 거라고도 생각할수도 있지만,

나는 그냥 조심성이 많아졌다고 생각하고 싶다.

여튼... 이러한 결혼생활을 겪어오면서

나는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이 모든게 여기로 오기 위한 훈련과정은 아니었을까 생각했을 정도다.


미국에 오면 힘든 것 중 하나가,

한국처럼 활기 넘치고 재미난 오락거리가 없다는 거라며

숨막히고 지루해 죽을거 같다고도 하는 사람이 있다.

글쎄... 그것도 다 성향 나름이겠지만

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차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수 없다.

뉴욕처럼 엄청 큰 대도시여서 대중교통이 있다면 모를까,

대부분의 미국은 상권과 거주지가 모여 있는 경우가 드물다.

넓은 땅에 굳이 옹기종기 있을 필요도 없으며,

상가들은 1,2층만으로도 이루어져있다.



(자주 가는 한국마트. 높이는 2층 같지만, 1층으로 이루어져있다.

대개의 상가 건물이 저런 형태이다.)



간단한 식자재를 사러 가려고 해도 10분이상 차를 운전해야 하고,

한국처럼 촘촘한 대중교통망이 아니기 때문에 

무언가를 하려면 무조건 차부터 끌고 나가야 한다.

운전을 잘 못하는 여성분이라면 당연히 답답한게 사실이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처럼 밤문화가 갖춰있지 않아서

즐길 만한 것이 다양하지가 않다.

주로 가족중심 문화이기 때문에

해가 지면 집에 있는게 보편적이다. 

밤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다.

한국에서 즐겁게 음주문화를 하고, 다양한 오락거리를 즐긴 사람이라면

이 밋밋하고도 단순한 생활을 지겨워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워낙에 재미없는 인생을 사는 나로써는,

이 평온하고 조용한 삶이 너무나 체질에 맞는다.

없으면 없는대로, 

꼭 그게 아니어도 대체재로, 

그렇게 살아갈수 있다. 

또 웬만한 건 아마존에서 다 구할수 있다.

정말 좋은 시절에 미국으로 온듯 하다.


물론 언어가 원활하지 않은 문제점은 있다.

하지만 사람 사는곳은 기본적으로 다 비슷하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허를 찌르는 상황... 한국도 마찬가지.

무엇보다 이들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삶의 속도가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써 가장 만족스러운 점이다.

아이의 유년기를 선행학습으로, 경쟁의 세계로 밀어넣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자세히 알수는 없지만

그것만으로도 그 어려움들을 감내할만한 이유가 된다.

나이 40살에 새로운 인생이라니,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앞으로 배워야 할 그 많은 것들을 생각하니

최소한 치매는 안걸릴 듯 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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