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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빅사이즈의 나라

by 글쓰는 백곰 2017. 7. 18.

드디어 나의 정체를 밝힐 순간이 왔다.

이 글의 특성상, 나의 사이즈가 폭로되어야 한다.

괜찮다... 여기는 미국이니까. ㅋㅋㅋ


나는 키 171, 

몸무게 쌀 한가마,(너,넘는다... ㅠ.ㅠ)

발사이즈 255 의 아줌마이다.

한국 평균 사이즈를 훌쩍 넘어서는 장대한 기골이다.

이쯤되면 장군감이 아니라 장군이다. ㅋㅋㅋ

이런 내가 한국에서 사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99사이즈의 옷과 255의 신발사이즈는 쉽게 구할수 없었다.

한국에서 대중적인 사이즈는 

66사이즈에 245의 발이니까.

심지어 속옷 사이즈도 흔치 않았다.

90d컵이었는데, 일반 속옷가게에서는 팔지 않았다.

주로 선주문을 해야 했고, 괜찮다싶은 건 

브래지어 하나가 10만원을 훌쩍 넘겼다.

한국에서 빅사이즈로 산다는 건

이래저래 수고롭고,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그나마 나는 외모 가꾸는데에 관심이 없는 편이었으므로,

여자이기를 포기하고(?)

남자 사이즈로 옷을 사 입곤 했다.

이쁜 옷에 대한 열망도 없어서,

불편해도 그럭저럭 지내왔던 것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지 얼마 안되어

운동화에 구멍이 났다.

겸사겸사 필요한 물건을 사러 타겟에 갔다가,

나는 엄청 놀랐다.

여자 신발이 280까지 나오는 것이다.

신발 전문 매장도 아닌 곳에서!

맨날 운동화를 신는 나였지만,

남자 사이즈였기 때문에 늘 디자인이 투박했는데,

여기서는 맘에 드는 여성운동화로 살수 있었다.

그것도 30불이 조금 넘는 가격으로.

쇼킹했다.

물론 메이커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어쩔수 없지만

가볍고, 내 발에 꼭 맞고, 디자인까지 맘에 드는 신발이

4만원도 안되는 가격이라니. 

대한민국 만세, 아니 미국 만세였다.



(자주 가는 타겟. 생활용품을 한꺼번에  살수 있어 자주 간다.

슈퍼 타겟은 일반 타겟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게다가 오래된 옷들을 거의 다 내버리고 왔기에

여름에 입을만한 티셔츠가 없길래

그 또한 타겟에 가보았다.

3장에 20달러...

내 사이즈가...!!! 

나는 고민도 안하고 집어들었다.

특별한 기능성 옷은 아니었지만, 

수축력도 좋고, 활동하기도 편한 옷이었다.

99사이즈인 나는 여기서 XL를 사면 되었다.

마트에서 옷을 사다니. 이건 꿈인가...?


또 며칠 안가 브래지어 와이어가 부러지고 말았다.

나는 큰 용기를 내어 인터넷 쇼핑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Adore Me 라는 속옷판매 사이트를 TV 광고에서 접한 후

내 사이즈를 집에서 측정해서 주문했다.

한국과 미국의 사이즈를 비교해서 보니,

가슴둘레는 맞았으나

컵크기가 한컵 정도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D컵이던 나는 미국C컵이 맞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팬티 사이즈가 크게 나온다.

미국 여자들은 발육이 좋아서인지,

볼륨감에 있어서는 한국보다 크게 나오는 듯 하다. 

Adore Me는 브라팬티 세트를 주로 팔고,

가끔씩 1+1 행사도 한다.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다.

한국에서 10만원 넘는 가격에 브래지어 하나 샀다면(비너스)

여기선 4만원 가격에 브라,팬티 세트를 살수 있었다.

디자인도 다양했다. 물론 인터넷 쇼핑이니 실패할수도 있지만

나는 내 사이즈를 아무렇게나 살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동네 마트에서 아무렇게나 옷과 신발을 살수 있다니.

여기에선 뚱뚱하다는 기준이 한국과 사뭇 다르다.

약 200키로는 넘어야 뚱뚱하다고 보는 듯 하다.

한국은 미용체중만 넘어가도 살뺀다고 난리인데 말이다.

물론 건강을 위해서 살을 빼야 하는것은 맞다.

그러나 체질이나 여러가지 상황으로 그게 불가능한 경우,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사랑해야하는데

한국에서는 그저 정해진 사이즈를 강요할 뿐이다.

배가 조금이라도 나온 사람이 붙는 옷을 입었다면

사람들은 눈으로 위아래를 훑으며 수군거린다.

그러니 당연히 위축될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 오고 보니,

나보다 더 뚱뚱한 여인들도 핫팬츠 잘 입고 다니고,

남들이 보든 말든 입고 싶은대로, 하고 싶은대로 하고 다닌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남의 외모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관심도 없어보인다)

그래서 나는 여기와서 너무나 자유롭다.

뚱뚱한 내몸에 쫙 달라붙는 티셔츠를 입어서 

불룩한 내 아랫배가 도드라질 지라도, 상관없다.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그냥 편하고 좋다.


빅사이즈의 나라, 미국.

아무렇게나 사 입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내게,

너무 행복해하지 말라고,

더 이상 세력을 확장하지 말라고(?) 옆에서 초치는 남편.

그래, 왜 조용한가 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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