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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TB test (결핵검사)

by 글쓰는 백곰 2017. 10. 29.

미국에서 학교를 입학할 때

여러가지 병원기록을 제출해야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TB test 결과이다.

한국에서는 사실 결핵이라는 것에 대해

크게 염두하지 않는 분위기이지만

미국에서는 단체생활(학교 등)이나 위생관련 일을 하려면

결핵감염여부를 알려야 한다.

작년에 한국에서 신체검사를 받았을 땐

나와 남편은 엑스레이로,

아이는 피검사로 결핵검사를 했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피부검사를 하는데,

한국인은 BCG 접종을 한 사람이 많아서

양성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피부검사가 아닌 

엑스레이나 피검사등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피부검사부터 하고,

그 이후에 다시 엑스레이나 피검사를 한다.


아이의 학교 입학을 위해서

작년 11월에 한국에서 했었던 피검사 결과를 가져갔는데,

미국에서는 미국병원 것만 인정해준다고 해서

다시 검사를 받았었다.

다행히 아무런 피부 변화가 없었다.

그러고 한달이 지날 무렵,

나까지(?) 결핵 검사를 할 일이 생겼다.


아이가 학교를 다닌지 한달이 좀 넘었는데

그동안 학교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 때문에 선생님과 많은 상담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선생님은

며칠후 field trip을 할 예정이니 

나에게 학교 자원봉사를 신청하라고 했다.

아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 같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몇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중 결핵검사가 필수이다.

결국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병원에 방문해 결핵검사를 받게 된다.


우리 가족은 카이저 보험을 들어놨는데,

집근처 카이저 병원에 주치의를 선정해두었다.

한국인 의사가 없는게 가장 문제이긴 하지만... -.-;

이왕 간김에 간염접종(추가접종 남았음)도 할까 싶어

내가 할말만 대충 종이에 적어 갔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도 살아야 하니까. ㅋㅋㅋ


처음에는 호기롭게 혼자 병원에 갔었다.

넓은 종합병원이었기 때문에

안내 데스크에 가서 어디로 가야 하나 물었더니

어디로 가라는 말은 하지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데,

도무지 알아들을수가 없었다.

내가 원한 것은 단답형이었는데,

왠 말을 둘러둘러 이야기하니

내 영어 발음이 너무 안좋기 때문인가 싶어

창피함을 무릅쓰고 문의사항을 적은 쪽지를 건넸다.

그러자 또 뭐라 뭐라 하더니 쪽지에 뭔가를 써준다.

몇호실로 가라는 안내였다.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며 찾아간 진료실.

TB test 를 여기서 하냐고 하니

다른 곳으로 가라 해서 그렇게 몇번을 왔다갔다 했다.

생각지도 않게 외국인과 몇번을 대화하자니 진이 빠져

간염 접종은 무슨, 그냥 TB test나 하자 싶었다.

그렇게 결국 adult injection 을 찾아갔다.

긴 줄을 기다려 드디어 문의했더니...

오늘은 하는 날이 아니란다.

다음날 오라는 것이다. -.-;

생각해보니 안내데스크의 그 아저씨는 결국 이말을 했던 것...

병원이라고 해서 언제나 테스트를 할수 있는게 아님을

(전화나 홈페이지라도 뒤적여 갈것을)

한시간 넘게 병원을 배회하고서야 깨달았다.


다음날, 아예 남편을 대동해 병원에 갔다.

간 김에 간염 접종도 했다.

금요일에 테스트를 했는데, 

결과는 월요일에 나온다고 한다.

(보통 48시간~72시간내로 나온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가 벌겋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다리가 아니다. 팔이다... 슬프게도. )


결국 저런 상태로 갔다.

진한 붉은 색이 부풀어 오른 부분이다.

아... 분명 재검 나오겠다 싶었다.

결핵 확정이면 약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데.

엄청 독하다는 걸로 알고 있다.

남편은 우리 모두 못살아서(?) 저런 결과가 나왔다며

자신도 아마 결핵일거라며 심심한 위로를 건냈다.


그렇게 당일날 의사에게 보여주니

피부의 진한 붉은 부분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수포처럼 부불어 오른 부분을 중앙으로 밀기 시작했다.

그렇게 2~3분을 밀며 수포를 작게 만들더니

그 사이즈를 쟀는데, 다행히 0.5센치였다.

1센치가 넘으면 문제가 된다는데. 다행히도.

아마도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참고하신 듯 하다.

나중에 학교 담임선생님께 들은 말로는

대체로 한국인, 인도인들이 저런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다행히 TB test 를 통과했다.


그러나 학교 봉사자 서류를 제출해서 

확인 사인 좀 해달라니까

또 다른 사무실로 가라고 한다.

주로 서류 발급을 해주는 곳인가 보다.

거기에 제출했더니 며칠 기다리라고, 전화한다고 한다.


다음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서류에 대한 이야기 인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다 된줄 알고 병원에 갔더니

그것은 서류가 접수되어 진행중이라는 전화였단다.

하... 정말 몇번을 헛걸음 하는건지.

이쯤되니 나의 형편없는 영어실력이 지긋지긋해졌다.


그리고 또 다음날, 또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몇가지 물어볼거 있는데

영어가 편하냐, 한국어가 편하냐고 해서

한국어가 편하다고 했더니 통역을 해주겠단다.

그래서 결국 몇분 후에 다시 전화가 왔고

통역과 의사, 나의 3자 대화가 시작되었다.

최근 언제 한국에 방문했었냐,

가족 중 결핵을 앓은 사람이 있었느냐,

결핵검사를 이전에 받은 적 있었느냐,

전에 결핵을 걸린 적이 있었느냐 등이었다.

그래서 아주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었는데

(통역이 있으니 세상 무서울거 없잖은가)

통역사는 간단히 "No" 한마디만 했다. ㅋㅋㅋ


그리고 또 다음날, 드디어 연락이 왔다.

서류를 찾아가라고.

한번 허탕을 친 적이 있으므로

나의 모든 청력을 끌어내 집중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빨랐다... 

그래서 좀 천천히 이야기해달라고 하니

그제서야 좀 알아들을만 했다.

사람이 그렇다...

예상가능한 상황에서는 어느정도 대처가 된다.

그러나 엉뚱한 상황이 되면 머리가 아주 하얘진다.


결국 병원의 검사 결과가 쓰여진 확인서를 가져오고

쭈욱 내용을 확인해봤다.

이 사람은 결핵이 아니다.

하지만 이사람은 결핵 위험국가에서 왔다...

라고 되어 있었다. -.-;;


남들은 아주 간편히 하는 결핵검사를 일주일만에 마친 소감은...

영어 공부를 아주 많이 필사적으로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영어무지랭이로 살려니 손발이 고달프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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