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희.노.애.락.

남편의 웰컴박스

by 글쓰는 백곰 2017. 11. 5.

캘리포니아로 온 지 2달이 넘었다.

남편이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한지도

벌써 2달이 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틀 전, 남편에게 택배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회사로 말이다.

회사에서 무언가를 시킬 만한 것이 있었나?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었다.

결국 회사에 도착해서야 

그 택배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 택배는 남편의 회사에서 보낸 웰컴박스였다.

회사에 입사한 것을 환영하는 의미로 보낸

스넥이 담긴 선물 상자였다.

사실 저 웰컴박스는 집으로 배달되는 것인데,

집에 사람이 없어 

회사로 다시 되돌아왔다고 한다.

사탕, 스넥, 육포, 초콜릿과 에코백이 들어 있었고

회사에 온것을 환영한다는 쪽지가 들어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소포가 떠돌아 다녔는지,

초코렛은 모두 떡처럼 일체형이 되었고

수제 스넥은 약간 눅눅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각각의 맛을 보니 제법 만족스러웠다.

미국에서 입맛에 맞는 간식을 찾기가 힘든 편인데.

무엇보다, 저렇게 웰컴박스를 보내주는 

회사의 사소하지만 귀여운 애정표현 때문에(?)

흐뭇해졌던 것이 사실이다.

(내가 입사한 것도 아니거늘)


미국에 처음 와서 취업이 되지 않아

텍사스에서 4개월동안 맘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곳에서 정착하고자 했지만, 

일자리가 없어 결국 산호세로 지역을 바꾸었고

그렇게 처음으로 면접 본 것이 지금 남편의 회사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스타트업, 작은 기업이겠지만

회사의 직원복지가 얼마나 훌륭한지 모른다.

의료보험, 치과,안과 보험도 모두 무상이고

점심 및 저녁 식사까지도 주며

직원들을 위한 간식, 음료등이 항상 준비되어 있다.

또한 업무에 필요한 비품 중

직원이 요청하는 옵션의 제품이 있다면 그것으로 제공해준다.

어쩔땐, 너무 낭비하는게 아니냐는

남편의 걱정을 들을 때도 있다.

그밖에도 회사에는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맥주타임, 할로윈 파티 등등... 

작지만 재밌는 행사들도 종종 열린다.

이렇게 직원 복지를 위해 저렇게 애쓰는 회사를 보니

쉽게 무너지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러면 안된다. 오래오래 다녀야 하니까! ㅋ


그렇게 취업이 안되어 고생하더니만

이렇게 좋은 시작을 할수 있게 해주시려고 그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남편을

순전히 업무능력만으로도 뽑아준 것도 그렇고,

대기업에서의 딱딱한 체계가 아니라

유연한 스타트업으로 시작할수 있게 된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사람의 욕심이란

처음부터 큰것, 좋은 것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며,

운이 좋아 그렇게 된다고 해도

과연 자신이 그것을 감당할수 있는 것인가 

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지금처럼 

작지만 내실있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인생의 긴 시점으로 바라보았을 때

좀더 큰 성장, 좀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게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남편... 

그냥 이 회사에 뼈를 묻어...ㅋㅋ



'일상사 > 희.노.애.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회사의 팟럭 파티  (4) 2017.11.19
산타클라라를 산책하며  (2) 2017.11.16
TB test (결핵검사)  (0) 2017.10.29
미국 독감  (2) 2017.10.26
미국 킨더의 하루  (0) 2017.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