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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 맞이 준비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 우리는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시부모님께서 우리집에 오시기로 한 것이다.두 분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늘 궁금해 하셨다.아직 우리 자가주택도 아니고, 렌트이지만캘리포니아 기후가 온후하기 때문에오셔서 요양도 하시고 관광도 하시면 좋겠다 싶었다. 두 분은 소일거리 삼아 봉사 활동을 하신다. 겨울에는 2~3달 쉬는 기간이 있으므로남편은 그 시기에 우리집에서 한달 정도 요양하셨으면 했다.그러나 나는 흔쾌히 대답하지 못했다.한달이라...그동안 남편은 출퇴근을 할 것이고,두 분을 보살펴드리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일텐데. 90세가 가까우신 아버님은 최근 몸이 많이 쇠약해지셨다.게다가 입맛도 성격도 까다로우신 편이다.그에 반해 어머님은 호기심이 많으시고 활발하신 편이다.이렇게 극과 극의 성.. 2018. 7. 18.
갑자기 집을 사게 되었다 - 4 결과를 알려주기로 한 날이 밝았다.오전에는 애가 타게 걱정되더니만,연락주기로 했던 오후가 되니 오히려 무념무상이 되었다.뭐, 되려면 되는거고, 아니면 아닌거고.솔직히 첫 시도에 성공할리가 없을거란 생각을 하니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이 집이 우리집이라는 운명을 느끼기도 했었다.집을 구매해야겠다고 마음 먹기 전에도틈틈히 시간 날때마다 부동산 매물들을 눈으로 훑곤 했는데,그때마다 계속 눈에 밟히던 그 집이었다.게다가 부동산가격의 상향조정으로 인해과연 우리가 집을 살수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오히려 가격을 내린 집이었다.여러모로 우리 형편에 맞는, 우리가 원하는 곳이었다.게다가 능력있는 리얼터가 하루속히 작업을 끝냈으니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오후 2시가 넘은 시간, 리얼터에게 전화가.. 2018. 7. 12.
갑자기 집을 사게 되었다 - 3 우리는 문득 여러가지 의혹에 휩싸였다.저렇게 근사한 집인데 왜 안팔리지?가격은 왜 또 내리지?뭐가 문제지? 싶었다. 리얼터가 이야기했다.원래는 방 2개짜리 집이네요.그런데 방 3개로 개조했네요.우리는 겁이 덜컥 났다.불법 개조인건가?아, 그럼 어쩌지? 집주인들이 원상복구해줄까?근데 사실 지금 방 3개인 게 좋긴 한데…우리의 심난한 얼굴을 읽은 리얼터가 재빨리 알아보았다.현재 살고 있는 집주인이 그런 일(집공사)에 종사하는 사람이고,계단으로 뚫려있어야 하는 부분을 막아 직접 만든거란다.그러나 그게 법적인 제약을 받지는 않는다고 한다.HOA (관리사무소?)에서도 건물 내부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는다고.우리는 겨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렇게나 집들이 많은데, 왜 우리 집은 없는 걸까...?) 그렇게 일요일에 .. 2018. 7. 11.
갑자기 집을 사게 되었다 -2 처음으로 오픈하우스를 보고 온 저녁,우리부부는 서로 말이 없었다.이렇게 미국 주택시장의 현실을 직접 보고 나니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왜 정가에 집을 내놓지 않느냐고 남편은 분개했고,한국과는 다른 시스템에 나 역시 당황했다.결국 돈은 돈대로 들이면서우리가 원하는 집이 아닌,맘에 안드는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건가 싶어그동안 우리가 허망한 꿈을 꾸었구나 생각하니한숨이 나고, 짜증이 솟구쳤다.하지만 현실이 그러한걸 어쩌하겠는가,받아들여야지. 토요일과 일요일만 오픈하우스를 열기 때문에내일 당장 구경갈 집들을 또 검색해야했다.그러자 하루만에 또 다른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그리고, 조금 눈을 낮추었더니 또 다른 집들이 보였다.결국 우리는 3군데 집을 보러 가기로 리얼터와 약속하고답답한 가슴을 안고 잠이 들었다... 2018. 7. 10.
갑자기 집을 사게 되었다 - 1 갑자기 집을 사게 되었다.물론 예전부터 막연하게나마 소망하던 일이었지만어디 한번 알아볼까 하고 구체적으로 움직이자8일만에 집을 계약하게 되었다.모든 시스템이 느리고 까다로운 미국에서이런 큰 일을 삽시간에 했다는게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정 들었는데.) 지난 주 월요일,나를 지도해 주시는 권사님의 소개로리얼터 한분을 소개 받았다.그분께 모기지 담당자를 두군데 소개받고(미국은 집을 사기전 돈 문제부터 해결되어야 한다)그들이 원하는 서류를 신속하게 준비했다.그렇게 목요일에 모기지 승인이 났다.미국에 온 지 2년이 안 되었고,미국 회사에 온지 2년이 되지 않았지만남편의 이전 근무내역이 많은 점(한국포함)과영주권 소유, 현재 근무하는 회사의 건전성등이 고려되어나쁘지 않은 대출금리로 모기.. 2018. 7. 9.
로드 - 코맥 매카시 (The Road - Cormac MaCarthy) 로드 - 코맥 매카시 (The Road - Cormac MaCarthy) 모든 것이 타버린 재가 되어버린 땅,생물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황폐한 그곳을 거니는남자와 소년이 있다.식량과 행존용품이 담긴 카트를 끌고 정처없이 직진하는 삶.살기 위해 걷고 있지만, 어디로 가는지 모를 그런 여정이 계속되고 있다.지구는 더 이상 생물의 삶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마실만한 물도, 포획할 만한 짐승도 남겨두지 않았다.남자와 소년은 단지 먹을 것을 찾아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걸을 뿐이다.아무리 아껴 먹어도 터무니 없이 모자라는 식량,그것은 목숨이 끊어질 듯 굶주렸을 때 기적처럼 발견되곤 했다.주로 비어있는 집에서 찾을 수 있는 깡통식품이 전부였지만,그것이 가장 안전한 식품이기도 했다.가끔 남자와 소년은 길에서 사람을 마주.. 2018. 6. 30.
윙크하는 남자 미국에 와서 내게 윙크하는 남자를 두명 만났다.설마 내게 어떤 치명적인 매력이 있을 거라는그런 어이없는 오해는 마시라. 첫번째 남자. 아주아주 어린 그 남자, 이름도 알고 있다.그에게 나는 ‘조니의 엄마'라고 불리운다.그렇다. 그는 내 아들의 같은 반 친구이다.지금쯤 만 6세가 되었을 그 남자는어찌나 넉살이 좋은지.게다가 가끔씩 보이는 그 미소는 얼마나 또 근사한지.우리는 학교 필드트립에서 처음 만났다.피곤한 여정,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아이들에게‘이제 거의 다 왔어, 애플쥬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하며 친구들 등을 밀어주던 스윗가이.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무조건 헬로부터 외치던,그 사람이 대답할 때까지 목 터져라 불러대던,집념과 사교성을 겸비한 남자.타고난 친절함 때문에 내게 계속 말을 걸어 주었지만.. 2018. 6. 27.
네가 울고 있을 때 가끔씩 네가 울곤 한다.못마땅한 일이 있어서,혹은 화가 나서,갑자기 놀랄 일이 있었거나,슬픈 일이 생겨서,때로는 그냥 울고 싶어져서. 어른이 된 나는아이인 너의 눈물을 이해할수가 없다.터무니 없는 요구를 모두 받아줄 수 없고,규칙대로 움직여야 하는 어른의 삶이란아이의 즉흥적인 감정을 용납하기 힘드니까.그러므로 네 눈물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그렇다고 네가 우는게 아무렇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때로는 미안하기도 하고,때로는 성가시기도 하며,때로는 화가 나기도 한다. 엄마가 겨우겨우 공들여 무언가를 준비했는데정작 주인공인 너는 시큰둥하며 무시해버릴때,어른이지만 나도 상처를 받는다.좋게 타이르던 말은 어느샌가 단호한 말이 되어버린다.그러나 끝까지 네 마음은 달라지지 않는다.나는 그런 너를 이해할수 없어 화가.. 2018. 6. 26.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 약 두 달간 글을 쓰지 못했다.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블로그를 쓰곤 했는데그마저도 시간이 여의치 않을 정도로 바빴다.5월엔 남편의 해외출장이 있었는데미국에서 아이와 단둘이 있기는 처음이라뭔가 긴장되던 탓에 글을 쓸 여유가 없었고,그 이후로는 아이 학교 행사가 줄줄이 계획되어그것들을 따라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6월이 되자 학교 방학이 시작되었고,아이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글쓰는 것이 더욱 힘들어졌다. 뭐, 얼마나 대단한 것을 쓰길래 그러냐고 한다면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겠지만,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을 동반하는 작업이라아이가 옆에 있다거나주변이 산만해질 여지가 있다거나 하면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다.집중해서 쓰게 되어도 종종 발견되는 오타가 있고미처 생각지 못한 오류들이 발생하는데아이와.. 2018. 6. 25.
LA와의 날카로운 추억 지난 주, 아이의 봄방학을 맞아 LA에 다녀왔다. 목적지는 디즈니랜드였고, 2박3일의 여행이었다. 각 도시마다 풍기는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한국에 살 때만 하더라도 그런 느낌을 잘 몰랐는데 미국에 오고 보니 워낙 땅이 넓어서인가, 각각의 다름이 큼직하게 다가온다. LA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고, 대부분의 한국인이 찾는 관광지이지만 솔직히 그렇게 매력적인 도시인가 하는데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 소견이다. 사람마다 도시에 대한 추억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니까. 다만 나의 경우가 이렇다는 것이다. 이번이 LA의 처음은 아니었다. 텍사스에서 이사 오면서 하루 정도 머물렀던 곳이니까. 그 때도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었는데, 이번 여행으로 그 원인을 정확히 알게 된듯 하다. 우선.. 2018. 4. 25.
달콤한 노래 - 레일라 슬리마니 아기가 죽었다. 또한 아기의 누나는 숨을 거둘 것 같이 위태로운 상태다.그리고 그 곳에 의식없는 한 여자가 있었다.그 여자는 두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지만, 정작 자신이 죽는 일에는 실패하고 말았다.집에 돌아와 이 모든 것을 본 아이들의 엄마는 쇼크상태로 울부짖을 수 밖에 없었다. 폴은 촉망받는 음악프로듀서였으며,미리암은 변호사 자격증을 딴 수재였다.그들은 서로 각자의 행복을 꿈꾸며,결혼이란 것이 찬란한 미래를 방해할 수 없다 믿었다.그러나 삶이란 그렇게 낙천적으로 돌아가질 않았다.첫째 아이 밀라가 생기고, 조금 후에 둘째 아당이 태어났다.미리암은 부모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었다.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들 사이에서 다만 엄마로 사는 것이얼마나 고된 일인지 폴에게 호소하고자 했지만,양육의 몫은 처음부터 공.. 2018. 4. 24.
그들(them) - 조이스 캐롤 오츠 16살이 된 로레타의 일상은 모든 사춘기 소녀들의 하루가 그러하듯 지루함과 설렘이 교차하는 날들이었다. 그녀는 실직 상태의 아빠와 사춘기의 오빠 브룩과 함께 도시에서 살고 있었다.브룩은 동네의 말썽쟁이였으며, 심지어 총을 가지고 다녔다.로레타는 그런 오빠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각자 서로의 청춘을 탐닉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도 빠듯했다.로레타는 또래 남자아이 버니를 좋아했다.어느 주말, 자신의 방에서 버니와 시간을 보내던 로레타는다음날 새벽에 눈을 떴을 때 소스라치게 놀랐다.버니가 총을 맞은 채 침대에 누워있던 것이다.로레타는 당황한 나머지 길거리를 헤매게 되고, 거기서 자신의 또래이던 경찰관 하워드를 만나 사실을 털어놓는다.그리고 둘은 그 날의 혼란속에서 관계를 갖게 된다.결국 로레타는 하워드와 함께 결.. 2018.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