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13 슈퍼마켓 아저씨 19살. 1996년. 실업고를 다녔지만, 학교에서 추천하는 8개의 회사에서 줄줄이 떨어지고 그때 마침 숙부가 더이상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부모님은 나를 떠밀었다. 사람 구하기도 힘들었을테고, 무엇보다 돈 관련 일이니 믿을 사람이 필요했을거다. 하지만 난 그것이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아버지는 운수업을 하셨다. 영업하는 사람도 두고, 배차는 어머니가 맡았으며 자금 관리하는 건 내가 하게 되었다. 화물운송중개업이었는데, 각자 영업용 화물차를 소유하고 있는 차주들이 회사에서 일거리를 받는 대신 일정한 중개수수료를 내는 그런 구조였다. 19살의 내가 견디기 힘들었던 이유가 두가지 있었다. 첫째, 회사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는 것과. 둘째, 그것을 거부할수 없었다는 .. 2015. 4. 21. 에픽테토스 인간은 항상 자신이 최선으로 생각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을 늘 기억하라.만약 그 행동이 진정으로 그에게 최선의 것이라면, 그는 옳은 것이다.또 만약 그게 아니라면 그는 그만큼 불행하다.왜냐하면 모든 미망에는 반드시 고뇌가 따르기 때문이다.만약 네가 이와 같은 사실을 늘 잊지 않고 있으면,너는 누구에게도 화내지 않고, 분개하지 않고,아무도 비난하거나 공격하지 않으며, 누구도 미워하지 않을 것이다. -에픽테토스 ----------------------------------- 하루란 일상을 보내다가,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그만한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 크고 작음의 차이는 있겠지만.무엇보다 나와 대립을 이루는, 내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 때문에그날 하루를, 아니 몇날 며칠을 분개하며.. 2015. 4. 20. 눈물이 날거야. 부서지는 바람을 타고 새어 나오는 바다의 탄식 흐르는 모래 사이로 울부짖는 꿈꾸듯 노래하는 바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침묵하는 바다 일체의 소리도 없고 정지된 죽은 듯한 바다. - 프레베르 (바다의 탄식) 너는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아이패드를 보며 즐겁다. 너는 아직 모르겠지. 오늘이 어떤 날이고 어떤 의미인지를. 시간이 지나서, 너도 네 아이가 태어나게 되면 알게 될거야. 눈물이 날거야. 오늘은 1년 전, 세월호로 많은 아이들이 바다에서 죽은 날이란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마음이 우울해. 하늘은 왈칵 긴 울음을 토해낼 것처럼 어두워. 잠시 후면 천둥을 쏟아낼지도 몰라. 화가 많이 났거든. 메뉴얼의 부재. 바다 한가운데에서 배가 침몰할때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가는 바다에서 운전하며 먹.. 2015. 4. 16. 커피와 함께. 며칠간 날이 훈훈하더니 비가 올 모양인지 다시 쓸쓸해진다. 아침에 먹은 베이글이 영 내려갈 기미가 안보여서 뜨거운 커피를 마셔야겠다 싶었다. 난 하루에 보통 1잔 정도 커피를 마시는데 뭔가 허전하거나 하면 1잔 정도 더 마시는 날도 있다. 우리집엔 커피 머신이 있다. 2013년 2월에 샀으니, 2년이 넘었군. 그때 약 35만원 주고 산 가정용 자동 커피 머신인데, 생각보다 이녀석이 큰 효자가 될줄이야. 남편이 35만원 주고 산다고 했을때 그렇게까지 돈을 들이는게 못마땅했는데. 하루하루 1잔이상의 커피를 생산해낸다고 보면, 결코 비싼게 아닌거다. 대충 계산해 보니 900잔 이상을 뽑아냈다. (손님접대까지) 게다가 우리집 커피는 주로 남편이 로스트해주기 때문에 (이 기계는 약 40만원대에 샀던 기억이다) 커.. 2015. 4. 16. 2015. 4. 15. 너는 지금 곤하게 아침잠을 즐긴다. 나는 지금 굉장한 여유를 즐긴다. 6월이면 넌 만3세가 된다. 만 3세가 된다는 것이 뭔지 아니? 적어도 기저귀를 떼어야 한다는 것이고, 혼자서 밥상에 앉아 밥을 먹어야 한다는 거야. 그때까지 그 과업들을 해내지 못하면 영유아 검진에서 '문제있는 아이'로 판명이 될테니까. 사실 그 두가지를 지금 시행하는 것은 전혀 무리가 아니지. 그러나 엄마도 나름 사정이 있다. 넌 열이 나면 경기하는 체질. 그래서 어린이집도 그만두고 엄마랑 하루종일 씨름하고 있지. 4월이지만 아직도 날이 쓸쓸하게 느껴져서 5월이 와서 하의실종되는 날씨가 되면 바로 기저귀 탈출 작전 시행이다. 옷에 조금만 액체가 묻어도 갈아입자고 하는 너의 성격으로 보았을때 두 세번의 시행착오후엔 완전히 졸업할거라 .. 2015. 4. 14.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면서. 예전에도 블로그를 했었다. 똑같은 공간에서. 하지만 그때와 현재의 나는 너무도 많이 달라져 있고. 무엇보다 앞으로 펼쳐나갈 이야기들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므로 기존의 것들을 다 지우고, 철저히 개인적인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나는 사실 글을 쓰며 살고 싶었다. 사춘기 때는 시인이 되고 싶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었다. 사춘기는 감수성이 풍부할 때여서 시란 장르의 미적이고도 운율적인 부분이 나를 사로잡았었다. 그러나 그걸로 먹고 살기는 불가능하다는 것과 갑자기 몰아친 20대의 변화무쌍한 변화때문에 자연스레 시들해졌다.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었던 것은 글로 써서 먹고 살수 있는 가장 괜찮은 직업이라 생각해서다. 그러나 나는 시청자가 원하는 작가가 아니었다. 드라마라는 특성상 좀더 세게, 좀.. 2015. 4. 14. 기도 - 아미엘 나날의 생활은 우리를 혼란시키고, 긴장시키며, 우리의 생각을 산만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기도는 영혼을 위해서 지극히 유익하다. 기도는 말하자면 강장제로서, 우리에게 평화와 용기를 되돌려 준다. 기도는 우리에게 자신의 죄를 상기시키고 모든 사람을 용서해야 할 우리의 의무를 상기시킨다. 기도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사랑받고 있다. 너도 사랑하라. 너는 남으로부터 받았다. 너도 남에게 주어라. 너는 필경 죽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네가 해야 할 일을 하라. 관용으로 분노를 이기고 선으로 악을 극복하라. 너에 대해 사람들이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 한들 무슨 상관 있으랴. 너는 그들에게 아첨할 필요도 없고 그들에게 떠받들릴 필요도 없다. 네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그 결과는 될대로 되게 내.. 2015. 4. 14. 싯다르타 - 열가지 계율 1. 살생하지 말라.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라. 2. 훔치지 말고 빼앗지 말라. 남들로부터 그들의 노동의 대가를 가로채지 말라. 3. 생각이나 행위나 항상 정결하라. 4. 거짓말을 하지 말라. 필요할 때 두려워하지 말되 사랑을 가지고 진실을 말하라. 5. 남의 험담을 하거나, 들은 험담을 옮기지 말라. 6. 맹세하지 말라. 7. 쓸데 없는 말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필요한 말만 하라. 그렇지 않으면 입을 다물어라. 8. 탐하지 말라. 질투하지 말라. 이웃의 행복을 기뻐하라. 9. 원망과 증오로부터 마음을 정화하라. 누구도 미워하지 말고 모든 중생을 사랑하라. 10. 진리를 터득하려고 노력하라. - 이 글에는 딱히 첨언할게 없다. 2015. 4. 13. 다림질을 하면서. 남편은 사무직 회사원이다. 회사에서 딱히 복장규제를 하는 것 같진 않지만, 최소한의 예의로 상의는 셔츠로 차려입는다. 전업주부라는 시시한 타이틀을 유지하는 나로써는, 그 셔츠를 다려놓는 것이 온전히 남편을 위한 배려이자 봉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열심히 다림질을 한다. 원래 교복부터 다려입었던 나이기에 그다지 형편없는 실력은 아니다. 대충 측정해보니 셔츠하나 다리는데 7분 정도 소요된다. 흐늘흐늘 쭈글하던 셔츠가 다림질 완성으로 빳빳한 각을 유지하게 되면 전업주부 백곰은 묘한 쾌감을 느낀다. 사실 그렇잖은가. 해도 해도 티가 안나는게 살림이라는 것인데.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의 청소라는 것은... 그 지속성의 짧음에 분노를 느끼게 되지 않나. 그러나 다림질은 다르다. 저기, 나의 공이 빳빳이 고개를 쳐들고.. 2015. 4. 13. 이전 1 ··· 15 16 17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