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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그사람

Million Dollar Bill, Whitney…

by 글쓰는 백곰 2019. 2. 9.

오래간만에 한가로운 오전을 보내며

소파에 누워 휘트니의 노래를 듣는다.

그녀의 마지막 노래라고 할수 있는

‘Million Dollar Bill’을 듣고 있으니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들이 솟구친다.


팝을 즐겨 듣지는 않지만

유일하게 챙겨듣는 팝가수가 있다면

단연 휘트니일 것이다.


그녀의 전성기 시절 목소리를 좋아한다.

그 속에는 사람의 영혼을 흔드는 어떤 강인함이 있다.

자신만만한 고음, 안정된 페이스의 선율은

듣는 사람마저 용기를 얻게 하는

어떤 긍정적인 기운이 가득했다.

그래서 그녀를 사랑했다.

그 당당함을.


나의 학창시절.

그녀는 영화 ‘보디가드' 속의 슈퍼스타, 그 자체였다.

언제나 너를 사랑하겠노라고 노래하는

그녀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꽤나 오랫동안 온 거리에 흘러 넘쳤다.

얼마나 유명했고, 근사했는지

나는 그 노래가 원래 휘트니의 노래인 줄 알았다.


미국에서 가장 힛하다는 슈퍼볼 게임.

그 곳에 츄리닝차림과 머리띠만 하고 나타난 그녀는

단 한번의 국가 제창으로 자신의 전설을 만들었다.

미국에 와보니 슈퍼볼이 얼마나 큰 행사인지도 알겠고,

거기에 그렇게 입고 나타난 그녀가 얼마나 괴짜인지도 알겠다.

게다가 그 논란마저 불식시키는 소름끼치는 가창력이라니.


하지만 그녀의 삶은 불행했다.

남편으로 인해 망가진 삶,

그로 인해 잃어버린 목소리.

다시 재기를 하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의문만 남긴 죽음으로 끝나버린 생애.

바비 브라운을 마음 속으로 몇 번이나 저주했는지.

그래도 그녀의 딸이 그녀의 삶을,

그 음악을 이어주리라 기대했는데

딸마저 엄마와 같은 형태로 삶을 마감해버렸다.

…...

이쯤되면 바비 브라운을 능지처참해야...


나는 그녀의 재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오랜 기다림 속에서 “Million Dollar Bill” 을 들었을 때

나는 그만 울고 싶어졌다.

흥겨운 그 음악 속에서,

힘겹게 선율을 따라가는 그녀의 쉰 목소리는

재기를 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아름답고 당당했던 가수는 사라져있었다.

마치 근사한 꿈이 깨어진 것처럼.

그 신나는 노래 속에서

아프고 힘들게 서 있는 휘트니가 느껴졌다.

나의 슈퍼스타가

인생이란 무대에서는 실패했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시 일어 서려 한다는 것을

인생이란 어쩌면 이렇게 견디는 거라는 것을

나는 다만 들음으로써 느낄 뿐이다.


그래도 나는 아직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렇기에 또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는다.

Whitney, 그녀는

나의 유일한 디바이며

나의 영원한 Million Dollar Bill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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