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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학교에서 날아온 경고장

by 글쓰는 백곰 2019. 2. 27.

2월 중순, 아이의 학교에서 편지가 왔다.

뭔가 기분이 싸한 것이, 겁이 났다.


첫번째 편지는 2월 13일 수요일에 받았다.

내용인즉슨,

그동안 결석을 6번이나 했다,

잦은 결석은 아이의 학습에 지장을 준다,

그러므로 더이상 결석이 없도록 주의하고

아이에게도 충분한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에 대한 확인서에 싸인을 해서

학교 오피스에 보내면 되는 거였다.


그동안 학교를 자주 빠지기는 했다.

여기 기후에 적응을 못해서인가,

감기에 자주 걸렸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아이가 아프면 열성경련을 했었고

그로인해 우리집은 감기만 걸리면 비상이 걸렸었다.

아이가 나이가 들어 뇌기능이 안정되면

열성경련을 없어질거란 말은 알고 있었지만

낯선 땅 미국에 와서는 모든 것이 두렵기만 했다.

한국처럼 아무때나 응급실을 갈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아이에 관한 검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2년동안

아이가 감기만 걸렸다 하면 무조건 학교를 쉬게 했다.

더 악화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다.


그러다보니 결석 일수가 많아졌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걱정을 하지 않았던 것은

킨더에 다녔을 때에 결석했어도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다는 것,

아플 때마다 전화로 결석여부를 통지했다는 것,

3일이상 연속해서 학교를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보통 미국에서는 열이 나면 아이를 학교를 보내지 않으며

3일 이상 결석할 경우에는 병원에서 확인서를 받아서

결석 사유를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결석하게 되면 그 사유를 전화로 알려야한다.


미국에서는 아이가 열이 3일 넘게 날 경우에만

병원에 데려간다.

그전에 데려가봤자 별다른 처치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바로 병원가서 진찰받고 약 지어 먹이는 시스템이 아니라

아이의 증상에 따라 시중에 파는 감기약을 먹이고,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이고, 이런 식이다.

항생제를 오남용하는 것보다는 낫긴 하지만

병원 자체를 가지 않고 일반 감기약으로 버틴다.

물론 독감 예방주사는 해마다 맞고 있지만,

우리집은 아직도 겨울마다 호되게 감기를 앓는다.


여튼… 그렇게 첫번째 편지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2월 15일 금요일에 편지 두통이 도착했다.

두번째 편지는, 첫 번째와 같은 내용이며 8일 결석했다,

이런식으로 하면 곤란하다… 는 내용이었고,

세번째 편지는 11일 결석했다,

자꾸 이러면 아동국에 신고할수 있다,

이에 대해서 교장 선생님과 상담이

아래와 같이 예약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너무 당황했다.

아동국이라니…!

아이의 교육을 방치하는 부모에 대해서

강경하게 조치하겠다는 뜻인건 알겠는데,

아동국이라니…!?

이거 설마 영화와 드라마에서 봤던…

부모와 아이를 국가가 갈라놓는 그런 상황인건가?

너무 놀라 허겁지겁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너무 짜증이 나는게,

무슨 놈의 경고장을 사흘만에 3장을 보낸단 말인가,

출석 관리를 안하다가 한꺼번에 갑자기 몰아서 하는건가,

무슨 일들을 이따위로 하는 건가 화가 치밀었다.


아는 지인들에게 이 상황을 물어보고,

여러가지 자료를 찾아본 결과

킨더와 1학년은 학교의 관리차원이 다르다는 점,

캘리포니아에서 10일 이상 결석은 문제가 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또한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처럼

평점이 높은 (10점 만점에 10점) 학교는

유난히 학생들의 출석여부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아이들의 출석률에 따라 주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또 담임선생님께 이메일을 보내서

이럴 경우 상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담임선생님은 이것은 절차적인 문제라며,

교장선생님을 안심시킬 정도의 (이젠 잘 보내겠다는)

이야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또한 우리반 아이들이 대체로 많이 결석했었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담임 선생님의 조언에 그제서야 안심할수 있었다.

한시간 전,

우리는 교장선생님과 짧은 상담을 끝내고 왔다.

예상한 대로의 이야기(교육지원금 이야기, 결석사유)가 오갔고,

별탈 없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프면 학교를 안간다는 것을 파악한 우리아이는

이제 기침만 조금 해도 아파서 학교에 안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붙들고 단호하게 말했다.

너 학교 안보냈다고 엄마 아빠 경고장 받았어,

너 또 학교 빠지면 엄마 아빠 경찰에 끌려가,

그러면 우리가족은 평생 헤어져 살아야해. 라고.

그러자 충격을 받았는가 어쨌는가,

학교 안가겠다는 소리가 쏙 들어가버렸다. ㅋㅋㅋ


이번 계기로 그동안 아이를 너무 귀하게 보호하느라

학교에 안 보낸 우리의 잘못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열 날 때 빼고는 어지간하면 그냥 보내기로,

열이 나도 병원에서 결석사유서를 받아서 쉬기로 했다.

(우리는 전과가 있으니)

그나저나 어서 겨울이 끝났으면 좋겠다.

감기가 끊이질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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