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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적응 안되는 미국은행

by 글쓰는 백곰 2020. 3. 12.

오늘, 남편 계좌에서 35불의 수수료가 빠져나갔다.

체크 어쩌구 저쩌구 써있길래

나는 며칠 전 학교에 냈었던 필드트립 비용인 줄 알았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것은 overdraft item fee였다.


평소와 같이 아침에 일어나 가계부를 쓰려고

은행 계좌 내역을 보고 있는데

난데없이 체크계좌에 마이너스가 뜬 게 아닌가?

이게 뭔 상황이지 싶어 열어보니

며칠 전 작성했던 수표(태권도 1년치 수업료)가 결제된 거였다.

허겁지겁 세이빙 계좌에서 체크 계좌로 이체시키고

지출 내역을 살펴보았더니 35불이 추가로 인출된 걸 확인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정신을 어떻게 두길래 마이너스가 될 지경까지 두나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할말은 있다.


우선… 태권도 체크 수표는 3/14일에 작성한 걸로 되어 있다.

그 날부터 태권도 수강날짜가 개시되기 때문이다.

체크 수표를 미리 작성해 놓고 잊어버릴까봐

지난주 금요일에 태권도장에 건네주었는데

그걸 입금한 모양이다.

오늘은 3월 11일.

난 당연히 3월 14일에 빠져 나갈거라 생각했는데

(3월 13일이 급여와 상여가 들어온다)

바로 그냥 입금한 모양이다.


이럴 경우 은행에 가서 이야기하면 수수료를 감면 받을 수도 있다는데

계좌 주인인 남편은 요즘 회사 일로 바쁘기도 하고,

무엇보다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하기 싫어하는 남편 성격상

35불은 그냥 날렸다고 보는 게 맞다.

뭐, 수업료라고 생각하자,

아깝다면 아까운 금액이지만 어찌해 볼 도리가 없으니.


미국에 처음 와서 내 계좌를 만들었을 때

돈을 두 번 날린 기억이 있다.

보통 체크계좌와 세이빙계좌를 만드는데

각 계좌는 계좌를 유지하는데 일정 금액 이상을 거치해 두어야 한다.

내가 사용하는 Wells Fargo 에서는

체크 계좌는 1500불 이상의 잔고를 유지해야 한다.

어느날, 어쩌다가 그게 30불 정도 모자랐었나보다.

바로 10불 정도를 계좌 유지비로 인출해갔다.

후… 피 같은 나의 돈이… 

또 몇개월이 흘러

나는 내 계좌의 체크수표를 가지고 싶어졌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신청하고 수수료를 결제했는데,

후후… 돈만 빠져나가고 체크수표는 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주소 변경을 하지 않아 저기 멀리 텍사스로 수표책이 간것이다.

정말 어이없는 실책이었다.

속쓰리고 복장 터지는 경험이었지만

인생의 수업료라 생각하고 그냥 넘겼다.

그런데 오늘 또 인생 수업료 3회차를 지불한 셈이다.


미국은 한국과 은행시스템 자체가 다른 듯 하다.

한국은 빠른 처리 속도, 까다로운 본인 확인 절차를 요구하는데

미국은 이와 정 반대이다.

예를 들어, 어디에서 물건을 사서 체크카드로 결제했다 치자…

한국은 바로 그냥 통장 계좌에서 빠져 나가지만

여기에서는 바로 뜨지 않는 경우도 있고,

뜨더라도 Pending 이라며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다.

그 때문에 이민 초창기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분명히 오늘 산 게 있는게 계좌엔 뜨지 않는다거나

가계부를 쓸 때 지급날짜에 혼선이 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서류들을 왜 (특히 수표책 같은걸)

등기우편처럼 정확한 수단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달랑 우표 달랑 하나 붙여 보내는 걸까… 

미국의 행정처리 중 가장 불만인 것이

바로 이 우표 한장으로 서류를 보내는 것이다.

올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

여기, 성질 급한 한국인 한명의 성질 죽이는 소리가 들리는가...


이렇게 돈 떼먹을 거 다 떼먹고

딱히 혜택은 없는 미국은행계좌를 보고 있으면

여러가지 불만들이 솟구치지만 가끔 기분이 좋을 때도 있다.

우리가 계좌를 만들 때 우리의 국적을 적은 모양이다.

그 때문에 ATM기에서 돈을 뽑기 위해 카드를 넣으면

한글로 메뉴가 쫙 뜬다는 것. 

가끔 생일 며칠 전에 이용하게 되면

촛불 꽂힌 생일케이크 화면으로 축하도 해 준다는 거…

이런 사소한 것에 감동받고 있는 내 모습이라니.

문득 짠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 일까.




그래, 오늘의 35불은 태권도 수강료로 합산하여 가계부를 써야겠다.

그래야 하루치 스트레스가 없어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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