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금,
우리집은 강제격리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미국은 정부에서 되도록 외출을 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지역마다 강제하는 정도가 좀 다른 편이다.
우리가 사는 Bay 지역은 3월 17일부터 4월 7일까지,
3주간의 외출금지명령이 떨어졌다.
그 때문에 모든 근무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물론 가장 중요한 업종 관계자는 출퇴근 가능)
학교는 당연히 폐쇄되었으며,
외출하는 사람들에겐 경찰의 단속이 있을 거라 했다.
물론 예외사항도 있긴 한데,
식료품이나 생활용품등의 쇼핑을 하는 경우는 허락된다.
뭐… 이렇다보니 집에서만 생활한지 4일째이다.
우리집엔 비상식량이 그럭저럭 넉넉한 편이었지만
남편은 기호식품이 필요하다며 (인간다움의 척도라며)
스스로 쇼핑을 가겠다고 했다.
내가 갈까도 했는데, 남편 하는 말이
영어도 잘 못하는데 검문 걸리면 어쩔거냐는 거다.
문득 자존심에 타격감이 왔지만
뭐… 사실 귀찮기도 하고 해서
남편에게 쇼핑 리스트를 적어 보내주었다.
아직도 대형마트들은 몇몇 제품이 사재기가 많다는데
며칠 전만 해도 휴지니 물, 쌀로 시끄럽더니만
이제는 타이레놀 때문에 약국에 줄을 선다고 한다.
게다가 어제 본 지역뉴스에서는
권총을 사기 위해 길게 이어진 줄을 볼수 있었다.
강도들이 생필품을 훔쳐갈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는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저걸 방어라고 봐야 하는건지, 잠재적 위협이라 봐야하는건지
괜시리 심난해진 것도 사실이다.
어쨌거나 오후 4시경, 남편이 홀푸즈에 다녀왔다.
주로 식품만 살 예정이고, 다른 마트보다 좀 비싼 편이어서
아무래도 재고가 많을 것 같다는 예상이었다.
그리고 홀푸즈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있었기에
남편 혼자 다녀왔다.
홀푸즈엔 평소보다 적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중 30% 가량이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을 끼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주로 동양인들이 착용하고 있었다고.
인기 있는 냉동식품(라자냐, 아이스크림)들은 다 빠졌고
그밖에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음료, 물들은 텅텅 비었으며
내가 즐겨 애용하던 샐러드 바는 오픈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베이커리 류는 만들어서 팔고 있었고
야채와 육류 역시 넉넉했는데
마트직원은 평소보다 적었다고 한다.
계산을 마치고 돌아온 주차장엔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장갑들이 나뒹굴었다고 한다.
도로의 차는 평소의 50% 정도였다고 한다.
강제외출금지라더니, 그것도 아닌건가 어쩐건가…?
겁많은 이민자들에게나 꼼짝없이 지켜지고 있는 룰인건가?
나는 원체 집에서 잘 지내는 성격이기에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이의 학업량을 매일 완수해야 하는 책임감과
냉장고 재료를 알뜰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섞여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그래도 엊그제, 한국택배가 도착해서 조금 기분전환이 되었다.
약 50일전에 소소하게 가지고 싶었던 것들을 주문했다.
미국에서는 좀 비싼 공산품이라던지,
향이 좋은 국산 들기름 같은 것들 말이다.
책도 몇권 주문해서 틈나는 대로 읽고 있는 중이다.
그게 그나마 요즘 내 유일한 낙이다.
남편이 그랬다.
어디 나가지도 못하니 인터넷 쇼핑이나 하자고.
그것도 며칠 전에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지금 미국 인터넷 쇼핑은 물량 폭주로 인해 배송지연이 심각하다.
하루면 배달되던 책이 배송에 4일 걸린다는 걸 보면
언제 오나 기다리는 것이 더욱 스트레스겠다 싶었다.
그래서 미국에서의 인터넷 쇼핑은 포기하고
한국쇼핑으로 좋은 게 뭐가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며 지낸다.
요즘 쌀 사는 게 너무 어려워 지는 통에
이틀 전 급하게 한국에서 쌀을 주문했다.
물론 쌀만 주문한건 아니고, 다른 것들 포함하여.
선박으로 부치면 50일 가량 걸리는데
아마도 남아있는 쌀로 그 정도는 버티지 싶다.
에휴… 고국에서도 안겪어본 난리통이다.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최대한 의연하게 버텨보리라 다짐중이다.
그나저나, 4월 7일까지 통행금지인데,
4월 10일에 봄방학이 시작된다는 사실…
아… 그저 억울하고, 개탄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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