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희.노.애.락.

뒷마당 꾸미기

by 글쓰는 백곰 2023. 9. 10.

저번에 거실 인테리어에서 예고했듯,

한번 꽂히면 끝을 보는, 기백이 넘치는 우리 부부는

있으나 마나한 뒷마당을 한번 꾸며보자고 결의했다.

 

보통 뒷마당엔 타일을 깔거나

예쁘게 시멘트를 하고 모양을 내거나 하는데,

이 집의 전주인은 재력과 미적센스가 동시에 고갈되었는지

다만 울퉁불퉁하게 시멘트를 부어 놓은 수준이었다.

뭐, 돈이야 없을 수 있지 싶으면서도

대충 마감해 버려, 곳곳에 금이 쩍쩍 갈라져 있었다.

미관상으로도, 기능상으로도 한숨이 나오던 그곳.

거실 인테리어를 마치자

이제 세상 모든 것이 두려울 게 없는 우리 부부는

뒷마당을 해치우기로 결정했다.

 

캘리포니아의 겨울엔 비가 내리기 때문에

비가 거의 그친 2월부터 타일을 깔기로 했다.

원체 작고 소중한(?) 뒷마당이기에 금세 끝날 줄 알았으나

타일 공사는 처음이므로 생각보다 속도가 나질 않았다.

(물론 전에 벽난로 타일을 했었으나 그건 벽에 붙이는 것이었고)

연휴가 아니었기 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했고

그렇게 2주간, 총 4일동안 진행되었다.

 

우선… 참새방앗간 Lowe’s부터 가야 했다.

타일과 시멘트, 타일 절단기, 시멘트 믹서, 양동이,

타일스페이서, 타일 흙손 등을 사왔다.

어차피 한번 가서 해결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너무 무리해서 많이 사오진 않았다.

 

방법은… 이렇다.

지금 깔려있는 시멘트 바닥위에 다시 타일을 까는 것.

그러려면 양동이에 시멘트를 부어 믹서기로 잘 섞고

흙손으로 시멘트를 잘 발라 타일을 붙인다.

그리고 줄눈이라고 할수 있는 타일 간 간격을 위해

타일스페이서를 위 아래, 옆 모두 놓아준다.

그리고 다시 시멘트 바르고, 타일붙이고, 스페이서 놓고…

나중에 어느정도 시멘트가 마르면 스페이서를 빼고

시멘트가 튀어나오거나 묻은 부분을 잘 닦아준다.

그리고 무한 반복.

간단한듯 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우선, 시멘트의 농도를 잘 조절해야하는데

너무 되직해지면 작업할때 힘도 많이 들고 

너무 묽으면 형태가 잘 잡히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하나하나 진행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많이 만들어 놓으면 이내 시멘트가 굳어 버렸다.

그래서 적당히 조금씩, 자주 만들어야 했다.

게다가 많은 양을 한꺼번에 하면, 

시멘트를 섞는 작업 자체가 힘들어진다.

그리고 바닥에 적당량의 시멘트를 편평하게 깔고,

타일 뒷면에도 시멘트를 얇게 발라 접착성을 높여준다.

타일이 바닥에 편평하게 골고루 잘 접착되어야

굳은 후 두드렸을 때 빈소리가 나지 않으며

큰 충격에도 깨질 확률이 낮아진다.

게다가 뒷마당 역시 정사각형이 아니어서 

거실바닥 시공처럼 타일을 잘라야 했다.

그러려면 수시로 길이를 재고, 또 재단하고...

이런 꼼꼼한 일은 주로 남편이 하고,

타일을 나르거나 시멘트를 이동하는 일은

우리집 힘 담당인(?) 내가 했다.

(남편은 내가 우리집 장정이라며 밥을 고봉으로 퍼주곤 한다)

첫 날에는 요령이 없어서 2줄도 못 했다. 

그리고 다음날에 또 2줄… 

대충 봤을땐 코딱지만하던 뒷마당인데

타일을 깔다보니 제법 사이즈가 있었다.

 

(작업하기 전의 아수라장)
(완성된 공사- 아직 시멘트가 덜 마름)

물론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시공을 끝내고 나니 제법 그럴싸 했다.

(언제나 셀프시공의 마지막은 자화자찬이랄까)

셀프치고는 내 예상보다 돈이 좀 많이 들었는데

타일 절단기 같은 비품이 좀 가격이 나갔고,

타일이 이탈리아산 어쩌구 하던데 

야외용이고 돌이라 그런가 꽤 묵직하더니 가격도 그랬다.

타일공사에만 들어간 비용은 약 1,100불이다.

 

타일 공사를 하고 보니, 이제 좀 폼이 난다 싶어서

작은 야외 탁자 의자 세트와 파라솔을 샀다.

나무가 있는 땅에는 하얀 조약돌을 사서 깔았다.

거기에 든 돈은 약 410불.

그러니 마당을 꾸미는 데 총1,500불 정도 든거 같다. 

 

그렇게 딱 몇달 이뻤던 거 같다.

지금은 까마귀들의 똥테러와

다람쥐들의 땅콩껍질 투하로 엉망이 된 우리집 뒷마당…

(아니, 옆집에서 얻어먹고 왜 우리집에 버리는건가…)

아… 내일은 뒷마당 낙엽이나 좀 좀 쓸어야겠다.

 

'일상사 > 희.노.애.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전한 곳은 어디일까  (2) 2023.10.15
문자중독자의 삶  (8) 2023.10.01
무슨 교육이 이래  (20) 2023.09.09
말을 해주지 그랬어  (10) 2023.09.07
거실 인테리어 -3  (2) 2023.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