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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우리집 애완동물

by 글쓰는 백곰 2017. 7. 25.

미국에 이사오고 나니 좋은 것이 몇개 있다.

차고가 있다는 점과 베란다가 넓다는 점이다.

베란다를 패티오라고 하는데

실외에 위치하고 있어 

간단한 야외가구들을 놓아 여유롭게 앉아있기도 하고

화분이나 동물을 키우는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2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파트 단지 자체가 숲처럼 조성되어 있다.

아침에는 새들이 얼마나 지저귀는지

시끄러워 깨기 일쑤이다.

그렇기에 야생동물을 자주 만날수 있는데,

처음에는 그저 관찰하는 상황이었다가

나중에는 그들을 사육하게 되었다. 



(아파트 오피스 풍경. 나무가 많은 편이다.)


우리집은 애완동물을 키울 상황은 못되어서

집앞에 있는 야생동물들을 자주 보곤 했는데,

가장 처음으로 한 것은 다람쥐 먹이 주기였다.

우리는 마트에서 개밥그릇(?)을 하나 사와

새 사료를 사서 넣어주었는데

다람쥐가 찾아와 종종 먹곤 했다.

가끔씩 새들도 와서 씨앗종류를 먹고 가기도 했다.



(식사 중이신 다람쥐군. 

다음차례 기다리는 비둘기양)


유난히 해바라기 씨앗을 좋아하는 것 같아

그것만 사서 주기도 했었는데,

사진에서 보다시피 씨앗껍데기가 한무더기씩 생겨서

청소하기가 너무 번거로워졌다.

게다가 다람쥐들 사이에서 맛집으로 소문나는 통에

다람쥐들이 서로 미친듯이 싸우기 시작했다.

게다가 몇마리가 와서 먹는 건지,

하루에 몇그릇씩 리필해 먹는 통에

지갑에 구멍이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옥수수로 종목을 변경했다.

그랬더니 입맛에 맞지 않는지 발길을 끊은 다람쥐들...



(왜 메뉴를 바꾼 것이냐! 

단식농성 중이신 다람쥐. 우리를 노려보는 중 )


그런지 얼마 지났을까,

새로운 동물들이 찾아왔다.

사슴이었다.

너무너무 크고, 

겁도 없어 도망도 안간다.

너무 커서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사슴이 옥수수를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난간 아래에 놔 두었더니 먹기 시작했다.

사실 사슴까지 먹여살릴 작정은 아니었는데

이 사슴이 쌍둥이 엄마임이 밝혀지고,

무릇 수유부는 많이 먹어야 하는 바...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그 심정을 나는 안다)

우리는 사슴에게 '슴슴어미'라고 이름 지어주고

매일매일 급식을 해주고 있다.



(사슴 어미와 새끼. 빈그릇이라고 시위 중)


지금은 새끼가 젖을 떼서 새끼까지 와서 먹는다.

옥수수를 잘게 부순 거라고 해도 엄청 단단한데 말이다.



(먹을 것 앞에선 자식이고 뭐고 없는 무정한 어미)


맨날 저러다가 밥그릇 엎어먹고 놀라고... -.-;

어미는 사람들 손을 탔는지, 도망가지 않고

되려 이것저것 요구한다. 식빵도 좋아한다.

밥그릇이 비면 왕방울만한 눈으로 계속 응시하며 

그렇게 사람을 쫀다.

어제는 옥수수가 다 떨어졌었는데

어찌나 노려보며 압박을 주는지 

오늘 눈 뜨자마자 옥수수 사러 갔다 왔다.


그리고 사진은 없지만 길고양이도 거두고 있다.

처음에는 샴고양이었는데,

눈이 잘 안보이는 늙은 암컷이었다.

경계가 많아서 곁을 내주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식구처럼 챙겨주었다.

문제는... 

그놈의 맛집 소문이 또 나는 통에,

이 고양이, 저 고양이가 오면서

서로 이 영역을 차지하고자 하는 거였다.

그래서 까만고양이, 흰고양이, 얼룩고양이 등

수많은 세대 교체가 이루어졌다.

가장 쎈 것은 흰고양이었는데,

성질이 얼마나 못 되먹었는지

자기가 배불러 먹지도 못할거면서

다른 고양이가 와서 먹는 꼴을 못봤다.

그러다가 얼룩고양이가 어쩌다 한번 왔는데

흰고양이한테 된통 혼나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화가 난 남편이 사료를 한알씩 던져서 쫓아냈다.

그 후 얼룩고양이가 자주 와서 사료를 먹는데,

이 녀석은 어찌나 유약한지,

새한테도 쪼임 당하며 도망가곤 한다.

쟤 고양이 맞나...??

나무 밑에서 낮잠을 자면서도 앓는 소리를 한다.

꿈에서 또 어떤 새에게 쫓기고 있는 건가...ㅋㅋㅋ


아이가 어리기도 하고,

애완동물을 키운다는게 너무 힘든 일이기에

우리는 그냥 이렇게 야생동물을(?) 애완동물화 하며

지내고 있다.

생태계를 어지럽히는게 아닐까 고민도 했었는데

이미 손이 많이 탄 녀석들이었다.

고양이들은 중성화 수술을 했기에

한쪽 귀가 잘라져 있고(야생고양이는 그렇게 한다)

사료는 사료대로 먹고, 새도 사냥하며 지낸다.


밖에 나갈일도 없고, 

매일 비슷하게 흘러가는 하루하루 속에서

눈만 살짝 돌려도 이런 동물들을 볼수 있다는 것이

사소하고도 큰 즐거움을 준다.

동물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랄까.

이런 여유를 즐길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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