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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나의 사치

by 글쓰는 백곰 2017. 8. 16.

한국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미국에 가게 되면 맘껏 소비를 하겠다고

다짐을 했었더랬다.

계속 되는 이사로 살림살이를 못사니

미국에 정착하게 되면 

새 살림을 마련하듯 돈을 쓰겠다고.

그러나 한번 새가슴은 영원한 새가슴.

도무지 손이 펴지지가 않는다.

이래저래 아까운 것 같고,

계속 무언가를 저축해두어야 할것 같아

큰 돈을 쓰기가 쉽지 않다.


그런 나에게도 망설이지 않는게 하나 있는데

그건 책을 사는 일이다.

20살이 되어 좋았던 일은

내가 돈을 벌어 맘껏 책을 살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봤자 한번 읽고 책장에 꽂아두는 것이지만,

그래도 큰 재산을 일군 것처럼 마냥 좋았었다.

나중에 철이 들고서는

책 사는 돈으로 후원을 하게 되었고,

결혼을 하고 나서 아이가 생기니

책을 사겠다고 돈을 쓰는 것은 큰 사치가 되었다.


아이와 하루종일 집에만 있다보니

나중에는 내 자신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

고전을 몇권씩 사서 읽고는 했다.

도서관에 갈 형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렇게 모았던 책들은

이민 오기 전에 중고거래로 다 팔아야 했지만,

책을 읽는 그 순간만큼은

육아에 찌들지 않아도 되었고,

무언가 가슴에 차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미국에 오고 나니 

더더욱 책이 읽고 싶어졌다.

물론 여기서도 한국 문화를 접하려면

충분히 접할수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한국 방송 쯤은 쉽게 찾아본다.

하지만 방송에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또 다시 책을 사고 싶어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머나먼 미국까지 와서

한국 책을 사서 보고 있다.

나는 주로 US알라딘에서 책을 사서 보는데

50불 이상 구입시 무료 배송을 해준다.

물론 한국에서 들여오는 책이다 보니

한국보다 정가대비 1.5배는 비싼 편이다.

정말 비싼 취미생활을 즐기는 셈이다.


내 책읽는 습관 중 하나는

한번 꽂히는 작가가 있으면

그 작가에 대해 모조리 섭렵하는 것이다.

그렇게 질릴 때까지 다 읽어버린 후,

다시는 그 작가를 찾지 않는다 (?)

어릴적엔 박완서, 신경숙, 은희경, 하루키를 좋아했고

최근에 꽂힌 작가는 필립 로스이다.

대표적인 미국 현대소설 작가인데

하루키 못지 않게 외설적이고(?) 직설적이다.

휴먼 스테인을 한권 읽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 오자 마자 그사람의 작품을 다 사들여

한권한권 독파해나갔다.

아껴읽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가 지긋지긋하게 느껴진다. 

(뭐, 그는 이제 은퇴를 해서 더 읽을 것도 없지만)

이게 무슨 악순환인가 싶지만...

그 순간만은 너무 즐겁다.



(필립로스의 책들. 내 집착의 끝이랄까)



미국에 왔으니 영어책을 읽어야지,

그건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한권의 소설책을 읽을 정도가 되려면

여간 공부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주 어린 아동도서부터 시작해야겠지만

그와 별개로  나는 지적만족을 얻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한달 용돈을 다 털어 

무리를 해서라도 책을 사보는 것이다.


이사가는 지역에 한국서점이 있다.

뭐, 파리바게뜨, 뚜레주르, 한국마켓등

한국 인프라가 넘치는 코리아타운에 가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문득 슬쩍 걱정도 된다.

길 하나 건너면 서점인데

거기서 폭주하듯 책을 사 버리진 않을까 하여.


아직 가보지도 않은 그 한국서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벌써 흥분이 되고 있다.

뭐, 이 정도의 사치는 괜찮지 않을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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