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에 와서 크게 돌아 다니진 않았지만
교회를 통해 여러 인연을 만났다.
특히 두 가정을 알게 되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한분은, 오스틴에 처음 정착하게 도와준
오스틴 중개사이신데,
본인이 다니는 교회도 소개해주시고
(처음에는 그것이 무척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자신이 업무가 아닌 일에도
앞장서서 알아봐주시고, 처리해주셨다.
덕분에 차를 살때도 많은 할인을 받았고,
그밖의 여러 관공서 일도 수월하게 처리했다.
또한 이 분의 소개로
남편과 비슷한 직종에 있는 분을 소개받아
미국의 취직시스템에 대해 많은 조언을 받았다.
그 밖에도 저녁식사에도 초대해주시고
여러 면에서 도움을 주고 싶어 하셨다.
그 마음이 언제나 고마웠다.
약 한 달 전에,
한 가정에 기쁜 소식이 생겼다.
새 생명을 가지셨다고 한다.
그래서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교회는 물론, 외출은 아예 하지 못하시는 듯 했다.
사흘 전, 냉장고에 있는 식자재를 보며
저것들을 다 소진하고 가야 할텐데, 생각하다가
문득 떠올라 작은 선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없는 솜씨를 발휘해서(?) 밑반찬을 만들어 드리기로.
오늘 아침부터 한인마트, HEB에 들러
식자재를 사놓고 작업을 시작했다.
맘 같아선 더 다양하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어찌된게 한인마트에 있는 채소들이 다 시들해서
요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간단히 4종류만 만들었다.
(오징어채, 잡채, 멸치볶음, 장조림)
생각보다 한인마트 물가가 너무 비쌌다.
메추리알 15개(1팩) 가 3.5불 정도 했다.
마트에서 몇분동안 들었다 놨다 하다가
내가 참 별걸 다 아끼네, 선물인데, 싶어
4팩 들고 왔다.
오징어채도 가격이 어마무시했지만,
카트에 두봉지 넣었다.
그리고 HEB를 갔는데,
장조림 할 쇠고기를 사려고 보니
덩어리로 된 것은 앞다리살 밖에 없었다.
질기면 어쩌나 걱정되어
그냥 돼지 고기 덩어리를 집어들었다.
손질해보니, 갈비살이었다.
미국에서는 고기가 어느 부위라고 하기 보다는
어떤 용도라고 써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바비큐용, 스테이크 용)
휴... 비계가 20%는 된듯 하다.
다 떼어내느라 고생스러웠다.
이래저래 아는 게 없으니, 몸이 수고스럽다.
메추리알은 남편이 까주었는데,
그것만으로도 꽤 도움이 되었다.
삶은 메추리알을 까다보면 반절 이상은 터지는데
남편은 조심스럽게도 살살 잘 깠다.
한국이었으면, 이미 까져있는 메추리알 넣었을텐데.
정말 돈도 돈이지만, 정성이 대단하다 싶었다.
(공평하게 두개로 양을 나누었다)
두 가정에게 드릴 것이니
두 개로 나누어 담았다.
다음주 수요일에 이사를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뵐 여유가 없어
반찬 전달식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기로 했다.
그분들은 따로 시간을 내어 만나자고 하셨지만,
그러자면 또 이분들이 이것저것 준비하실듯 하여
그냥 그렇게만 전달하기로 했다.
원래는 우리집에 초대를 해서 대접해야 맞는 것인데,
지금 사는 집이 공간이 너무 협소해서
아이들까지 오면 앉을 곳이 없었다.
결국 이렇게나마 고마움을 표시하는게 나을 듯 했다.
저녁시간에 맞춰 한집 한집 방문해서 드렸는데,
다행히도 마음에 들어 하시는 듯 하다.
저녁을 드셨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밥을 드셨다고 하시니,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주부에게 있어서
남이 해주는 밥이란
얼마나 호사스러운 것인지 모른다.
맛이야 어떻든간에 말이다.
며칠 동안은 반찬걱정 안하시겠지,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흡족해져서
만드는 내내 행복했다.
원체 나는 퍼주는 걸 좋아하는 여자이기도 하다.
내가 조금이라도 능력이 있어서
남에게 기쁨을 줄수 있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주고 싶은데 줄게 없는 것만큼 서글픈 일도 없으니.
캘리포니아에서도 좋은 인연이 생기기를,
그렇게 또 이것저것 나누며 지낼수 있기를 바란다.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겠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