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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샌프란시스코 관광

by 글쓰는 백곰 2017. 8. 24.

우리가 사는 산타클라라에서 한시간 운전하면

샌프란시스코가 나온다.

캘리포니아로 이사오게 되면서

남편은 계속 샌프란시스코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볼 것이 많다며,

이것저것 먹어볼 것이라며.

이사 후 4일동안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

대체로 정리가 되는 듯 하여

오늘은 당일치기로 관광을 가기로 했다.

욕심같아서는 여러군데 가고 싶었지만,

아이도 있고 하니 간단히 두세군데만 가기로 했다.



(산타클라라에서 출발할때는 화창한 날씨였다)


오늘 가기로 한곳은 

금문교, pier39, 기라델리 초코렛 스토어다.

각자 10분 거리(차로 이동시)에 있다.

우선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금문교를 보러 갔다.



(역시나 쉽지 않은 녀석, 금문교)


금문교를 완전히 볼수 있는 경우가 흔치 않다더니

안개가 너무 많이 끼어 꼭대기를 볼수 없었다.

게다가 날이 흐려서 사진도 우중충했다.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우고(유료)

산책로를 따라 1키로 정도를 걸어가면

금문교 웰컴센터가 나타난다

거기서 각종 기념품도 사고, 안내도 받는다.

가까이 사는 편이지만, 또 언제오나 싶어

이것저것 막 쓸어담았더니 100불 정도 나왔다.

별일이다, 내가 이런 돈을 다 쓰고.

죄책감에 몸부림치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남편이 자신의 용돈으로 사줄테니 사란다.

에코백, 필기도구, 장난감, 자석등을 사 들고 나오니

무언가를 샀다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그것도 생필품이 아닌 무언가를 말이다.

나도 돈 쓸줄 안다, 뭐 그런 느낌? 하핫.


산타클라라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날씨가 화창하고 좋았는데,

금문교부터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금문교는 자전거 타는 코스가 있으므로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우리는 아이가 있으므로 걸었다.

안개가 자욱한 바닷가 산책로를 걷고 있자니

눅눅하면서도 시원한 공기가 제법 청량했다.

멀리서 구경만 대충 하고 다시 차로 돌아왔지만

어느샌가 기분이 날라갈듯 가벼워졌다.


그후, 아이와 약속했던 초콜릿 공장(?) 

기라델리로 향했다.



(기라델리로 향하는 모자. 저 육중한 실루엣...)


pier39 근처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3시간에 20불이라니, 여기도 깡패같다)

20분 정도 걸어 기라델리 스퀘어에 갔다.

기라델리는 미국의 유명한 초콜릿 공장인데

여기에서는 각종 초코렛 디저트를 판다.

원래대로라면 밥부터 먹고 후식 먹을겸 오려 했으나

아이와 외출약속을 할때 초콜릿 공장에 가자 했으니

약속부터 지켜야 후환이 두렵지 않았다.

직접 초코렛이 만들어지는 공간도 있었는데,

우리는 잘못 진입해서 스토어만 들어갔다.

기라델리 스퀘어에는 약 3개의 스토어가 있는데

디저트를 제공해주는 곳은 따로 있다.

구글링을 해서 찾아본 그 디저트들의 자태는

당뇨 걸리기 딱 좋은 비주얼이었다.

그래서 그냥 아이의 초코렛만 사고 나왔다.

이미 1시가 지난 시간이어서

남편이 배고픔을 호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pier 39는 항구39번 정도로 해석하면 될려나...?)


pier39 는 항구로 가는 입구부터 만들어진

여러 상가가 모여있는 곳이다.

해산물을 파는 식당, 기념품가게, 놀이기구등도 있다.

우선 배가 고팠으므로 가장 평점이 좋은

해산물 레스토랑에 갔다.



(피쉬 앤 칩스. 담백하고 신선했다)



(칼라마리 프라이. 꼴뚜기 사이즈를 튀겨준다.

또한 양파와 할라피뇨도 같이 튀겨서 주는데

느끼할 때 할라피뇨 하나를 먹으면 입안이 정리된다)



(이 식당의 인기메뉴, 클램차우더.

손님이 많아 바빴는지, 담긴 모양새가 영 불량하다.

그러나 맛만큼은 단연 최고.

그동안 내가 먹었던 것들은 뭐였나...?)


원래 pier39에 오면 크랩을 주로 먹는다는데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남편으로 인해

저 3가지만 먹고 왔다.

배가 채워졌으니, 다시 구경을 시작했다.



(약간 카니발에 온 느낌이 드는 pier39)



(회전 목마도 있고... 건너편엔 오락실도 있다)


그렇게 상권을 파고들어 걷다보면,

항구가 나온다.



(정말 항구 느낌이 물씬 난다.)



(pier39의 명물, 바다사자... 

그리고 사진 아래의 대머리 아저씨...

역시 발로 사진 찍는 우리 남편.)


바다사자를 보고 있으니

꼬잇! 꼬잇! 어찌나 떠들어대는지

정신이 없기도 하고, 

아이는 아이대로 무섭다고 난리고

결국 빨리 자리를 떠났다.

바다사자들이 서로 포개어져

나른하게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참 독특한 광경이다 싶었다.

팔자 좋은 것들... 비아냥대는 나는

한창 삐둘어질 나이, 40세... ㅋㅋㅋ

그나저나 바람이 너무 많이 불었다.

추운 바람은 아니었는데, 공기가 눅눅한 나머지

아이의 솜사탕이 몇분 안되어 곤죽이 되어버렸다.

4.75불이 허망하게 녹아가는 순간이었다.



(5분 만에 녹아내린 솜사탕. 애증의 먹거리)


그리고 나서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진짜 오래간만에 여유롭게 길을 걸었다.

어떤 상가가 있고, 

어떤 사람들이 지나가는지,

오랜만에 구경다운 구경을 했다.



(오토바이를 2인용으로 개조한듯한 귀여운 차.)



항구 주변을 걷는 것이 참 오랜만이었다.

원래 바닷가 주변은 지저분하고, 냄새나는데

의외로 바다비린내는 나지 않았다.

오히려 노상방뇨의 향기로 추정되는

지린내랄까, 그런게 가끔씩 풍겨왔지만

그다지 못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저런 깔끔치 못한 것들이

사람 사는 곳이지, 싶어질만큼

정겨운 길목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처음이었는데도,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느낌을 받았다.

익숙한, 이전에도 느껴봤을법한 축축한 공기,

이곳 저곳 북적이는 관광객, 

뭔가 살아 움직이는 도시 같았다.


가끔씩 마음이 울적해지거나

쓸쓸한 기분에 사로잡힐 때엔

이 활기차고 정겨운 거리로 오고 싶어질듯 하다.

아무 생각없이 남편을 따라 나선 길이었는데,

정말 오래간만에 휴가를 얻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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