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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코리아타운에 산다는 것

by 글쓰는 백곰 2017. 8. 28.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코리아타운으로 이사와버렸다.

산호세 근처로 아파트를 알아보려고 하니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노스 산호세 지역은

말 그대로 아파트가 많았는데,

유난히 주차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몇 군데 알아본 아파트는 모두

한대 정도는 지하 주차장에, 

나머지 한대 정도는 알아서(?) 길가에

주차시키는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아파트 자체도 노후하고,

관리가 잘 되지 않는다는 후기들로 가득.

아는 님의 권유로 하우스 렌트를 알아보려 했는데

아파트와 달리 하우스 렌트는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그러다가 몇몇의 리얼터들과 통화를 했는데,

대개는 아파트 렌트 정도는 알아서 하는게 추세란다.

그 중 한분이 살기 좋은 곳이라며 추천한 곳이

여기 산타클라라이다.


산호세는 아니지만, 옆동네인 산타클라라.

출근 시간으로 따져보니 그다지 멀지도 않고

산호세보다 약간 저렴한 렌트비에,

주차공간도 넉넉해보이고

조용해 보이는 환경까지...

그렇게 몇군데 아파트를 알아보다가

지금의 아파트를 구하게 되었는데,

심지어 '코리아타운'에 있었다.


코리아타운...

오스틴에서는 꿈도 못 꾸었다.

열악한 한인마트라도 있는 것을 감사해하며

그냥저냥 만족하고 살았었는데,

구글링을 통해 본 사진속의 코리아타운은

신세계 그 자체였다.

와, 없는 게 없구나, 이거저거 다 사야지,

(맨날 하는 소리... 늘 망설일거면서. ㅋ)

기대 속에 도착한 산타클라라...


사실 그동안 코리아타운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한국식당, 한국 마트를 몇군데 다녀보면서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은 실망감을 감출수 없었다.

한국 식당의 음식들은

이게 과연 한식인가, 정체성을 알수 없었고,

몇십분을 걸려 찾아간 한인마트는

그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만족도가 떨어졌다.

여기가 한인마트인가, 아시안마트인가...


그러다가 여기 산타클라라 코리아타운에 오니

걸어서 한인마트에 갈수 있으며 (이게 제일 쇼킹)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구할수 있는

그런 신천지를 겪게 된 것이다.



(나무에 가려졌지만, 한국 식당들이 많다)



(H마트. 통로가 좁아서 다음에 가고 싶진 않다)


우리 동네만 하더라도 한인마트가 3개,

파리바게뜨와 뚜레주르 등 한국 빵집이 3개,

각종 식당들은 세기도 힘들어서 패스,

심지어 한국서점도 있다. (여긴 정말 비추천이지만)

그래서 한인마트 3개를 다 돌아다녀봤는데

큰 가격차는 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다소 오래되고 규모가 작은 마트가

세일을 많이 하는 편이었으므로 가격면에서 훌륭했다.

이렇게 경쟁하는 업종들이 몰려 있다보니

다른 곳들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경쟁력 있었고

제품의 품질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반찬 같은 것은 맛도 괜찮았다.

우리집은 이삿짐이 늦게 도착해서

당장 해먹을것이 없어 한인마트에서 사 먹었는데

오히려 이게 외식보다는 절약이 되었다.


하지만 무엇이든 장단점이 있는 듯 하다.

기대치가 높아서 인가,

야채등 로컬푸드와 미국공산품은

당연히 비싸다. 한큐에 쇼핑을 끝낼수가 없다.

뭐 돈이 많다면야 그냥 사먹으면 되겠지만,

아직 그럴만한 재력도, 배짱도 없다. ㅋㅋ

그리고 한국에서도 그러했지만,

식당이라고 해서 모두 평균이상의 맛은 아니다.

파리바게뜨 빵들도 생각보다 종류가 많지 않았으며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소화안되기는 매한가지였다.

나는 특히 한국서점에 대한 기대가 컸었는데...

헐...

아주 작은 서점인건 그렇다쳐도

1/3은 종교서적,

1/3은 기부서적(남들이 읽다가 갖다준)

1/3이 일반서적이었다.

하... 일반서적이라도 해도,

신간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었고,

기본중의 기본이라고 할수 있는 고전 역시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가격은... 아... 내가 왜 거기 들어 갔지....

도끼로 내 발등을 찍고 싶을 정도였지만 

30분을 어정대며 이책 저책을 들춰봤으니

한 권이라도 집어들어야만 했다.

정말 못마땅한 가격, 취향도 못마땅한 책...

내 다시는.... 다시는... -..-;;


아직 모든 시설을 다 둘러본 것은 아니지만

이제 미용실도 가봐야겠고,

다른 식당들도 가봐야겠다.

물론 아주 가끔씩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기 와서 결심한게 있다면,

이제는 한식을 주로 해먹어야겠다는 것이다.

약 5달 가량을 미국식으로 간편히 먹었는데

영양 불균형이 심각했다.

무엇보다 한국인은 한식이 제일 잘 맞는다.

여기서 한식을 만들어 먹는다면

가격면에서 부담은 있겠지만,

외식을 줄이고 알뜰히 살면 괜찮을 듯 하다.

그나저나...

이삿짐은 언제 온다는 걸까...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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