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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

텍사스 드라이버

by 글쓰는 백곰 2017. 8. 25.

미국에 처음 왔던 곳이 텍사스여서 그런가

나는 내가 스스로 텍사스 드라이버라고 느낀다.

뭔가 거친 느낌이 드는 운전자 정도 랄까?


20살이 되자 마자 면허를 땄었다.

우리집에서 운전을 한다는 것은

숨쉬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었다.

아버지와 오빠만 하더라도

운전으로 생업을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 아버지 형제들도 그렇고...

특히 아버지는 택시 운전과 트럭 운전을 하시며

상당한 베테랑의 운전자셨다.

그러므로 우리집안 모두가 아버지에게서 운전을 배웠다.

아주 얌전하게, 방어 운전을 하셔서

내 운전습관도 더불어 얌전하게 길이 들었다.

주로 출퇴근과 업무를 볼때,

그리고 술취한 아버지를 데리러 가기 위해

내 운전은 계속 되었다.

그렇게 20년 동안을 무사고로 지냈다.


해외에서 운전을 해본 것은 

미국 이전에도 있긴 했다.

일본에 두번 놀러가서

오키나와, 오사카를 운전했었는데

일본은 한국과 달리 주행차선이 반대이다.

그러므로 가끔 역주행의 위험이 있었지만

다행히 잔소리쟁이 남편 덕에 생명은 건질수 있었다.

오키나와는 비교적 완만한 해안가의 시골길이라

속도 낼일도 없고, 복잡하지도 않아

운전하기가 어렵지 않았는데

오사카는 나름 대도시여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되었다.

어느 날, 시내 주행하다가 신호가 끊겨 

교차로 중간에 애매하게 서있게 되었는데

(운전 초보때나 하는 실수를...)

아무도 빵빵대지 않고,

나를 피해 살살 운전하던 일본인들을 보며

그들의 배려할까, 국민성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렌트차 임을 알기에 그랬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비교적 얌전하고 조용하게 운전하는 것은

그들의 특징인 듯 싶었다.

게다가 차는 어찌나 작고 오밀조밀한지

실용적으로 사는 일본인의 면모를 느낄수 있었다.


그러다가... 

미국에서 와서 운전을 하게 되었다.

텍사스는 한국 면허가 있으면 

별도의 절차 없이 면허증 교환을 해준다.

결국 아무런 공부없이 운전을 하게 되었는데,

이 텍사스에서 운전하는게 그다지 쉽지는 않았다.



흔히 텍사스에서 가장 유명한게 무어냐 물으면

부시와 자동차라고 한다.

텍사스는 기름이 나는 땅이고,

워낙에 방대한 지역이기 때문인가

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명품차를 끌고 다니는 그런 종류의 애정이 아니다.

미국 특유의 큰 사이즈,

연비를 생각하지 않는 으리으리한 규모의 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운다.

주로 픽업트럭, 큰 차량들을 주로 끌고 다니는데

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든 차에 광택이 줄줄 흐른다.

텍사스의 따가운 햇빛이 차에 반사되어

내 눈을 찌르기 일쑤였다.

그리고 얼마나 씽씽 달리는지,

고속도로로 합류하기가 좀처럼 힘들었다.

끼워줘야 들어갈거 아닌가,

이건 뭐, 어디 한번 애써보지 그래? 하면서

전속력을 다해 달리는 차들 속으로 합류하기란

매번 손에 땀을 쥐는 일이었다.

그렇게 텍사스에서 4개월의 트레이닝을 거쳤더니

어느샌가 나도 텍사스 드라이버가 되어 있었다.


여기 켈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오고 보니

텍사스와는 정반대의 차들이 넘쳤다.

워낙 정체가 잘 되는 구간이라,

대개의 차들은 연비가 좋은 일본차가 많다.

그리고 간혹 명품차가 보이기도 한다.

텍사스는 대체로 고가의 차량은 없었는데

(사치는 하지 않는다. 큰 걸 살 뿐. ㅋㅋ)

캘리포니아는 고소득자가 많아서인가,

과시를 좋아해서인가, 간혹 명품차가 보인다.

텍사스에서 늘 기본속도 65마일(100키로 정도)로 다니다가

여기서 기본속도 35마일(55키로 정도)로 다니려니

운전이 아주아주 쉽게 느껴졌다.

게다가 끼어들기도 잘 허용해준다.

속도가 낮으니 상대적으로 끼어들기 쉬운지도.

그러나 여기 사람들은 의외로 까칠한 부분이 있어서

stop 사인이 있는 곳에서 제대로 서지 않거나

신호등이 고장난 곳에서 순서대로 진입하는 것등

안전면에서는 아주 날카롭게 반응한다.

텍사스에서는 stop 사인이 있어도 

지나가는 차나 사람이 없으면 그냥 간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서는 민감한 사안이라서

제대로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빵- 경적을 울린다.

거칠게 살아온 텍사스 운전자는

이 느릿하고 질서정연한 시스템에 적응이 되지 않아

며칠간은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다녔다.

몇번의 빵- 경고를 받고 나서야

여기가 캘리포니아지, 싶어진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는 무조건 면허를 따야 한다.

다른 주의 면허는 인정해주지 않으며,

국제 면허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텍사스에서 이미 면허를 땄지만,

캘리포니아 면허증을 따려면 필기 시험을 봐야했다.

다행히도 한국어로 시험을 볼수 있었다.

미리 족보(?)를 구해 달달 외운 결과 

100점으로 합격했다.

남편도 100점을 받았는데

채점하던 공무원의 당황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하긴... 내 이전에 필기를 보던 사람들은

계속된 불합격으로 죽상을 하고 있었는데,

이 괴물같은 한국인들은 둘다 만점을 받았으니

뭐 저런 민족이 다 있어 했겠다.

음....

우리의 젊음은 시험으로 점철되어 있으니

시험을 잘 보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누가 그런 족보를 돌려서리...고맙지만...ㅋㅋ


면허 공부를 하면서 느낀건데

안전에 관해서는 한국보다 미국이 더 까다로움을 느꼈다.

그게 캘리포니아만 더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텍사스에서 씽씽 차를 끌고 다니던 나로써는

거북이 걸음 같은 캘리포니아가 아직 낯설고 어색하다.

차차 적응이 되리라 믿으며...

오늘은 뽀얗게 먼지 앉은 차를 세차해야겠다.

텍사스는 먼지도 없던데,

캘리포니아는 황사 같은 먼지가 앉네... 희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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