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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희.노.애.락.157

남편의 수난기 이사 온지도 벌써 3주가 지났다.이제 겨우 집이 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이삿짐도 거의 풀었고,필요한 물건들을 사들이느라 정신없었다.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집수리였다. 우리집은 타운하우스이지만일반 하우스 못지 않게 손이 많이 갔다.집을 보러 다닐 때는 세세하게 보지 않았던 것들이막상 들어와 살다보니 하나둘씩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자… 이제부터 남편의 수난기라 할수 있는지난 3주간의 여정을 적어보려 한다. 우선 도어벨과 카메라를 설치했다.차량통제가 되었던 아파트에 비해게이트가 개방되어 있는 우리집 보안을 위해남편은 Ring 을 구입해 설치했다.편리하긴 하다.집 근처에 누가 왔다만 가도센서로 알아차리고선 즉각 핸드폰으로 알람이 뜬다.뭐… 주로 택배 아저씨와 청소 아저씨지만. 그리고 온도조절기를 원격 조.. 2018. 9. 13.
어둠에 대하여 이사를 오고 나서 며칠 간 잠을 설쳤다.새벽에도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기차,창문으로 들어오는 번쩍이는 자동차 불빛 등,마치 싸구려 호텔에서 자고 있는 느낌이었다.그 어수선함과 불편한 느낌이라니.소음도 소음이지만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수시로 방안 불빛이 환해지는 것이었다.나는 지독하게 까만 밤이 필요했다. 언제부턴가, 나는 깜깜하지 않은 밤엔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기억해보건데, 그건 아마도 이십대 중반부터였을 것이다.그 전에는 주변이 깜깜하지 않아도 잘 자는 편이었다.도시의 밤이라는 것은간판들이 다 꺼진 밤에도 가로등이 빛을 지키고 있기에아득할 정도로 까만 밤이라는게 존재하질 않는다.예전엔 그런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었다.그러다가 20대 중반에 시골이라고 할수 있는대부도 근방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 2018. 9. 1.
미국에서의 첫 교통사고 약 2주 전, 시부모님이 한국에서 오신 지 사흘째 되던 날,무료해하시는 시어머님을 모시고 시내구경을 갔다.우리가 살고 있는 산타클라라는 뭐랄까,워낙 잔잔하고 조용한 동네라 구경거리랄 게 없었기에어머님이 그렇게 소원하시는 사람구경을 시켜드리기 위해써니베일에 있는 다운타운에 갔다.거기서 어머님께서 친구들에게 선물하실 물건도 좀 사고,필즈 커피에서 커피도 사와 집에 돌아가던 길이었다.신호 하나만 건너면 우리집이었다.그 신고를 건너다가, 우리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경위는 이렇다.우리는 직진신호를 받고 건너편 차들을 주의하며 천천히 서행하는데,갑자기 우리차 옆구리로 직진한 차에 받친거다. 우리가 동서 방향 신호였다면뜬금없이 남북 도로에서 신호 위반하여 우리를 친 것이다. (우회전도 아니다)그때 남편이 운전하고 있.. 2018. 8. 8.
시부모님 맞이 준비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 우리는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시부모님께서 우리집에 오시기로 한 것이다.두 분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늘 궁금해 하셨다.아직 우리 자가주택도 아니고, 렌트이지만캘리포니아 기후가 온후하기 때문에오셔서 요양도 하시고 관광도 하시면 좋겠다 싶었다. 두 분은 소일거리 삼아 봉사 활동을 하신다. 겨울에는 2~3달 쉬는 기간이 있으므로남편은 그 시기에 우리집에서 한달 정도 요양하셨으면 했다.그러나 나는 흔쾌히 대답하지 못했다.한달이라...그동안 남편은 출퇴근을 할 것이고,두 분을 보살펴드리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일텐데. 90세가 가까우신 아버님은 최근 몸이 많이 쇠약해지셨다.게다가 입맛도 성격도 까다로우신 편이다.그에 반해 어머님은 호기심이 많으시고 활발하신 편이다.이렇게 극과 극의 성.. 2018. 7. 18.
갑자기 집을 사게 되었다 - 4 결과를 알려주기로 한 날이 밝았다.오전에는 애가 타게 걱정되더니만,연락주기로 했던 오후가 되니 오히려 무념무상이 되었다.뭐, 되려면 되는거고, 아니면 아닌거고.솔직히 첫 시도에 성공할리가 없을거란 생각을 하니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이 집이 우리집이라는 운명을 느끼기도 했었다.집을 구매해야겠다고 마음 먹기 전에도틈틈히 시간 날때마다 부동산 매물들을 눈으로 훑곤 했는데,그때마다 계속 눈에 밟히던 그 집이었다.게다가 부동산가격의 상향조정으로 인해과연 우리가 집을 살수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오히려 가격을 내린 집이었다.여러모로 우리 형편에 맞는, 우리가 원하는 곳이었다.게다가 능력있는 리얼터가 하루속히 작업을 끝냈으니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오후 2시가 넘은 시간, 리얼터에게 전화가.. 2018. 7. 12.
갑자기 집을 사게 되었다 - 3 우리는 문득 여러가지 의혹에 휩싸였다.저렇게 근사한 집인데 왜 안팔리지?가격은 왜 또 내리지?뭐가 문제지? 싶었다. 리얼터가 이야기했다.원래는 방 2개짜리 집이네요.그런데 방 3개로 개조했네요.우리는 겁이 덜컥 났다.불법 개조인건가?아, 그럼 어쩌지? 집주인들이 원상복구해줄까?근데 사실 지금 방 3개인 게 좋긴 한데…우리의 심난한 얼굴을 읽은 리얼터가 재빨리 알아보았다.현재 살고 있는 집주인이 그런 일(집공사)에 종사하는 사람이고,계단으로 뚫려있어야 하는 부분을 막아 직접 만든거란다.그러나 그게 법적인 제약을 받지는 않는다고 한다.HOA (관리사무소?)에서도 건물 내부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는다고.우리는 겨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렇게나 집들이 많은데, 왜 우리 집은 없는 걸까...?) 그렇게 일요일에 .. 2018. 7. 11.
갑자기 집을 사게 되었다 -2 처음으로 오픈하우스를 보고 온 저녁,우리부부는 서로 말이 없었다.이렇게 미국 주택시장의 현실을 직접 보고 나니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왜 정가에 집을 내놓지 않느냐고 남편은 분개했고,한국과는 다른 시스템에 나 역시 당황했다.결국 돈은 돈대로 들이면서우리가 원하는 집이 아닌,맘에 안드는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건가 싶어그동안 우리가 허망한 꿈을 꾸었구나 생각하니한숨이 나고, 짜증이 솟구쳤다.하지만 현실이 그러한걸 어쩌하겠는가,받아들여야지. 토요일과 일요일만 오픈하우스를 열기 때문에내일 당장 구경갈 집들을 또 검색해야했다.그러자 하루만에 또 다른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그리고, 조금 눈을 낮추었더니 또 다른 집들이 보였다.결국 우리는 3군데 집을 보러 가기로 리얼터와 약속하고답답한 가슴을 안고 잠이 들었다... 2018. 7. 10.
갑자기 집을 사게 되었다 - 1 갑자기 집을 사게 되었다.물론 예전부터 막연하게나마 소망하던 일이었지만어디 한번 알아볼까 하고 구체적으로 움직이자8일만에 집을 계약하게 되었다.모든 시스템이 느리고 까다로운 미국에서이런 큰 일을 삽시간에 했다는게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정 들었는데.) 지난 주 월요일,나를 지도해 주시는 권사님의 소개로리얼터 한분을 소개 받았다.그분께 모기지 담당자를 두군데 소개받고(미국은 집을 사기전 돈 문제부터 해결되어야 한다)그들이 원하는 서류를 신속하게 준비했다.그렇게 목요일에 모기지 승인이 났다.미국에 온 지 2년이 안 되었고,미국 회사에 온지 2년이 되지 않았지만남편의 이전 근무내역이 많은 점(한국포함)과영주권 소유, 현재 근무하는 회사의 건전성등이 고려되어나쁘지 않은 대출금리로 모기.. 2018. 7. 9.
윙크하는 남자 미국에 와서 내게 윙크하는 남자를 두명 만났다.설마 내게 어떤 치명적인 매력이 있을 거라는그런 어이없는 오해는 마시라. 첫번째 남자. 아주아주 어린 그 남자, 이름도 알고 있다.그에게 나는 ‘조니의 엄마'라고 불리운다.그렇다. 그는 내 아들의 같은 반 친구이다.지금쯤 만 6세가 되었을 그 남자는어찌나 넉살이 좋은지.게다가 가끔씩 보이는 그 미소는 얼마나 또 근사한지.우리는 학교 필드트립에서 처음 만났다.피곤한 여정,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아이들에게‘이제 거의 다 왔어, 애플쥬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하며 친구들 등을 밀어주던 스윗가이.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무조건 헬로부터 외치던,그 사람이 대답할 때까지 목 터져라 불러대던,집념과 사교성을 겸비한 남자.타고난 친절함 때문에 내게 계속 말을 걸어 주었지만.. 2018. 6. 27.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 약 두 달간 글을 쓰지 못했다.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블로그를 쓰곤 했는데그마저도 시간이 여의치 않을 정도로 바빴다.5월엔 남편의 해외출장이 있었는데미국에서 아이와 단둘이 있기는 처음이라뭔가 긴장되던 탓에 글을 쓸 여유가 없었고,그 이후로는 아이 학교 행사가 줄줄이 계획되어그것들을 따라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6월이 되자 학교 방학이 시작되었고,아이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글쓰는 것이 더욱 힘들어졌다. 뭐, 얼마나 대단한 것을 쓰길래 그러냐고 한다면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겠지만,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을 동반하는 작업이라아이가 옆에 있다거나주변이 산만해질 여지가 있다거나 하면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다.집중해서 쓰게 되어도 종종 발견되는 오타가 있고미처 생각지 못한 오류들이 발생하는데아이와.. 2018. 6. 25.
영어 이름을 지어보자 미국에 오기 전부터 고민했던 것이다.영어 이름을 지어야겠다고.딱히 마음에 꽂히는 이름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내 이름이 발음하기 힘든 편이라부르기 편한 이름이라도 하나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사실상 서류 상의 이름은 한국이름 그대로지만가끔 물건을 주문할 때 이름을 묻곤 하기 때문에쉬운 영어 이름이 있어야 했다.가장 흔한 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다.어제도 이름이 무어냐 묻길래“Lucy”라 대답했다.그리고 나서 커피가 나온 것 같아 찾으러 가보니내 것이 아닌, 내 것 같은 커피가 있었다. 컵에는 “Chrisy” 로 써 있었다.설마 다른 사람 건가 싶어 유심히 살펴보니톨사이즈의 카페라테 디카페인을 먹는 사람은흔치 않을 거란 확신이 들어 말없이 들고 왔다.그리고 나의 후진 발음을 뉘우쳤다.그런데 그것도 .. 2018. 4. 10.
나는 꽃동네에 산다. 나는 Flora Vista Ave에 산다.말 그대로 꽃동네에 살고 있다.작년 8월에 이사 왔을 때만 해도꽃이 참 많은 동네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그게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한창 더울 시기였고, 꽃들을 위해 계속해서 뿌려지는 물줄기들 때문에고인 물들이 풍기는 냄새는 쾌쾌하기까지 했다.전에 살던 텍사스에서는 꽃 자체를 보기가 힘들었다.워낙 햇살이 강하고 더운 지역이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산타클라라의 온후한 기온은 식물들이 자라기 좋은 곳이고꽃을 좋아하는 미국인의 정서 답게,거리에는 여러가지 꽃들이 넘쳐나고 있다.예전에는 그냥 별 감흥이 없었는데,3월부터 봄이 시작되자 아주 근사한 향기가 공기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굳이 꽃 가까이 가지 않아도,거리는 꽃내음으로 가득했다.그렇게 한달이 지나도록 향긋한 .. 2018. 4. 5.